현재 여야를 통틀어 차기 대선주자 지지도 1위를 달리고 있는 윤석열 전 검찰총장은 사상적으로 자유주의자를 자처하고 있다.

2019년 7월. 그가 문재인 정권의 검찰총장으로 취임했을 때, 취임사에서 “자유민주주의와 시장경제질서의 본질을 지키는 데 법집행 역량을 더 집중시켜야 한다.”고 말했다. 당시 대검찰청 대변인실은 “신임 총장은 시카고학파인 밀턴 프리드먼과 오스트리아학파인 루트비히 폰 미제스의 사상에 깊이 공감하고 있다”는 추가 추가 설명자료까지 배포했다. 총장이 시킨 일이라고 한다. 

‘신자유주의자’로도 불리는 시카고학파의 기본 사상은 시장경제기구에 의한 자원배분에 신념을 가지고 합리적인 경제운영을 도모하며, 물가상승을 억제하기 위하여는 자유로운 가격기능을 부활시켜야 한다는 것이다.

시카고학파는 좌파적인 케인스경제학의 입장을 계승한 신경제학(new economics)에 대립하여 생산 ·고용 ·가격 등의 수준을 결정하는 요인으로서 통화공급량을 중시하며, 정부의 활동보다는 민간의 자유로운 행동을 중시한다.

이런 시카고학파의 주장은 미국의 닉슨 행정부에 의하여 처음으로 경제정책에 반영되어 ‘니크소노믹스’를 탄생시키고 레이건 정권의 ‘레이거노믹스’의 토대가 되기도 했다.

‘한계효용설’로 유명한 오스트리아학파 또한 개인주의적 ·자유주의적 사상을 신봉하고, 사회주의적인 계획경제보다 자유경쟁의 우위성을 주장했다.

고교시절 윤 전 총장은 아버지 윤기중 연세대 명예교수의 영향을 받아 경제학과 진학을 생각했다고 한다. 하지만, 존 스튜어트 밀의 ‘자유론’을 읽고 법학과로 진로를 바꿨다고 전해진다.

밀은 ‘자유론’의 서문에서 자신이 책을 쓴 목적을 다음과 같이 밝히고 있다.

“사회가 개인에 대해 강제나 통제-법에 따른 물리적 제재 또는 여론의 힘을 통한 도덕적 강권을 가할 수 있는 경우를 최대한 엄격하게 규정하는 것이 이 책의 목적이다.”

“인간 사회에서 누구든 다른 사람의 행동의 자유를 침해할 수 있는 경우는 오직 한 가지, 자기 보호를 위해 필요할 때뿐이다. 다른 사람에게 해를 끼치는 것을 막기 위한 목적이라면, 당사자의 의지에 반해 권력이 사용되는 것도 정당하다고 할 수 있다.”

하지만 자칭 자유주의자 윤석열은 특수통 검사로서 기업사냥에 몰두했다. 윤 전 총장의 분신과 다름없는 인물로 조국 추미애 장관에 의해 좌천된 한동훈 검사장은 ‘대기업 저승사자’였다.

이른바 삼성바이오로직스 분식회계 의혹사건 수사에서 한동훈 서울지검 3차장이 이끄는 수사팀은 50여차례의 압수수색, 110여명에 대한 430여차례의 소환조사, 법원에서 기각해도 끊임없이 구속영장을 재청구하는 등으로 검찰 안팎에서 무리한 수사라는 지적이 끊이지 않았고, 수사팀 관계자들은 ‘반삼성 정서’를 노골적으로 드러내기도 했다.

역대 검찰사에서 특수통 검사들은 권력에 대한 수사보다는 주요 대기업 수사를 양명(陽明)의 길로 택했고, 이것이 전관 후에는 큰 돈벌이의 수단이 되기도 했다. 조국 추미애의 ‘검찰개혁’과 윤석열 찍어내기 과정에서 그나마 유일하게 법조계의 공감을 얻은 것도 이 부분이었다.

이에대해 막상 윤 전 총장 본인은 어떻게 설명했을까?

윤 전 총장이 서울중앙지검으로 있던 2018년, 그는 국회 국정감사에서 대기업 수사와 관련 다음과 같이 말했다.

“일단 기업을 수사할 때는 그 기업이라는 몸뚱이를 부수는 게 아니고 그 기업을 운영해온 사람들의 문제점을 조사해서 소위 말하는 오너 리스크, 경영진 리스크를 제거해서 그 기업이 더 발전할 수 있게 하는 게 검찰 수사 목적입니다.”

“과거 삼성이나 SK를 수사했지만, 수사하면 주가가 올라가고 기업이 더 잘됐지 검찰 수사를 받아서 망한 경우는 없습니다.”

하지만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에 대해 윤 전 총장과 검찰이 보여준 집요한 구속의지는 앞의 말과 정면으로 배치된다. 두 번째 이야기는 좌파 시민단체 내지 민주당 등 진보진영의 재벌해체론자들이 늘 하는 ‘변명’이다.

윤석열 전 총장은 자유주의자를 자처하고 있지만 앞뒤가 맞지 않는다. 보수와 진보, 지지정당을 떠나 “검사가 바로 대통령이 되는 것이 바람직한가?”라는 의문의 본질도 바로 이 문제이다.

이상호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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