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권교체’ 빼면 모호함 그 자체

그동안 ‘외곽정치’,‘전언(傳言)정치’에 골몰해오던 윤석열 전 검찰총장이 29일 대선출마 기자회견을 통해 마침내 정치판에 모습을 드러냈다.

윤 전 총장은 이날 오후 서울 매헌기념관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자신의 대선출마를 공식화했다.

하지만 이날 윤 전 총장의 출마선언은 정권교체의 필요성과 자유 민주주의라는 두 개의 키워드를 던졌을 뿐 막상 내년 대선에서 정권교체로 가는 경로에 대해서는 모호함과 혼란만 키웠다.

핵심은 제1야당인 국민의힘과의 관계설정 문제다. 윤 전 총장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국민의힘과의 관계설정 및 입당 여부를 묻는 질문에 국민의힘과는 자유라는 가치를 공유한다고 대답했을 뿐, 입당 및 경선참여 문제에 대해서는 답변을 거부했다.

얼마전 윤 전 총장이 자신의 대변인이 라디오방송에 출연, 국민의힘 입당을 기정사실화 하자 “국민앞에 겸손하자”며 사실상 경질한 것과 연장선상에 있는 행보로 평가된다.

이에따라 윤 전 총장이 국민의힘 밖에서 제3의 세력으로 머무르면서 정권교체에 목표를 같이하는 제 정파를 아우르는 이른바 ‘빅텐트’를 대선경로로 구상하고 있는 것 아닌가하는 관측을 자아내고 있다.

이와함께 지난번 대선당시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의 경우처럼 국민의힘 밖에서 국민의힘 의원들을 끌어내고 국민의당까지 아우르는 정권교체용 정당을 만드려는 것 아니냐는 의도로도 읽히고 있다.

또하나 윤 전 총장이 이날 기자회견에서 빠뜨린 것은 박근혜 전 대통령 문제다. 그는 이날 기자와의 일문일답 과정에서 이명박 박근혜 두 전직 대통령의 사면에 관한 질문이 나오자 사면에 동의하는 듯한 입장만 밝혔을 뿐 박근혜 전 대통령에 대한 수사와 구속으로 탄핵을 정당화시킨 자신의 역할에 대해서는 아무런 언급을 하지 않았다.

운 전 총장이 자신의 대선출마 명분으로 내세운 자유와 공정, 상식의 실종은 탄핵사태와 동전의 양면과 같은 문제이다.

문재인 정권의 등장으로 초래된 대한민국의 이같은 위기는 ‘검사 윤석열’을 빼놓고는 설명하기 어렵다. 하지만 그는 이날 박 전 대통령에 대한 수사와 탄핵문제를 교묘히 피해가는 모습을 보여주었다.

지금 정권교체를 바라는 국민 상당수는 박 전 대통령 탄핵 및 검찰수사와 관련, 윤 전 총장의 설명을 듣고싶어 하는 상황이다.

정치권에서는 윤 전 총장이 자신의 국민의힘 입당 문제를 공식화하지 않고 있는 것 또한 이 문제와 관련이 깊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이와관련, 여의도의 한 정치분석가는 “윤 전 총장이 애써 국민의힘과 일정한 거리를 두려는 핵심적인 이유는 자신이 한때 문재인 정권의 총대를 멘 검찰총장이었다는 점, 박근혜 전 대통령을 구속했다는 ‘원죄의식’ 때문으로 보인다”고 지적했다.

윤 전 총장의 이같은 인식과 행보는 28일 감사원장직을 사임하고 보수세력의 또다른 대권주자로 부상중인 최재형 전 감사원장의 행로와 더불어 야권의 대선가도에 불확실성과 모호함을 더할 전망이다.

이상호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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