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중국해 섬들 두고 中·比 양국 간 표면 갈등 심각하나...그 속내는?

중국의 대(對)필리핀 직접 투자 규모가 지난 5년 동안 이전 동기(同期) 대비 12배(倍)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인접국에 대한 지역 지배력 강화 차원으로 분석된다.

니혼게이자이신문(日本經濟新聞)의 12일자 기사 〈중국, 필리핀 직접 투자 12배…남중국해 실효 지배 진행 중〉에 따르면 필리핀의 현(現) 집권 세력인 두테르테 정권이 들어선 직후인 지난 2016년부터 2020년 사이 중국의 대(對)필리핀 직접 투자액이 합계 5억6700만 달러(한화 약 6500억원)에 달했다. 이는 이전 정권 시절인 2010년부터 2015년 사이에 이뤄진 직접 투자액 대비 12배가 증가한 수치다.

(사진=로이터)
(사진=로이터)

중국은 최근 수 년 간 남중국해에 위치한 암초 군락인 스프래틀리군도(群島)와 파라셀제도(諸島) 등지에서 필리핀·베트남·부르나이·말레이시아·중화민국(대만) 등과 영토 분쟁을 벌이고 있다.

특히 필리핀은 네덜란드 헤이그에 위치한 상설중재법원(PCA)에 중국을 제소하기도 했다. 이에 대해 PCA는 지난 2016년 7월12일 스프래틀리군도 등에 속한 섬이 ‘암초’ 내지는 ‘간조노출지’(干潮露出地, ‘썰물 때 바다 수위가 낮아지면 드러나는 뭍’이라는 의미)에 해당한다며 이들 암초가 영해 또는 배타적경제수역(EEZ)의 기준이 되는 ‘섬’으로서의 지위를 갖지 못한다고 판결하고, 중국 측이 이들 암초에 구조물을 건설한 것은 위법한 행위에 해당하는 것으로 결론지었다.

이와 관련해 2016년부터 2020년까지 중국이 필리핀에 대한 직접 투자 규모를 늘린 것은 중국이 남중국해 해역 등에서 벌어지고 있는 인접 국가들과의 영유권 분쟁에서 영향력을 강화하기 위한 목적이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중국은 남중국해 일대에 소위 ‘구단선’(九段線)이라는 가상의 경계선을 설정하고 해당 선 이내에 있는 모든 암초 등에 대해 그 영유권을 주장하고 있다.

필리핀 정부는 앞선 PCA 판결을 무시하는 중국 측 행태에 맹공을 퍼붓고는 있지만, 속사정은 다르다는 평가도 나온다.

로드리고 두테르테 필리핀 대통령은 지난 2019년 8월 방중(訪中) 때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과 회담한 바 있다. 두테르테 대통령은 이때 시 주석으로부터 ‘PCA의 판결을 무시하는 대가로 남중국해 가스 유전 공동 개발 권익 중 60%를 필리핀 측에 양도하겠다’는 취지의 제안을 받았다고 밝혔다.

한편, 중국의 지역 패권을 저지하기 위해 미국과 일본은 긴밀히 협력하는 모양새다.

지난달 16일 온라인 화상 회의 형식으로 이뤄진 아세안(ASEAN·동남아시아국가연합) 국방장관 회담에서 기시 노부오(岸信夫) 일본 방위상은 자국의 해양경찰을 준(準)군사조직으로 승격시킨 중국의 ‘해경법’(海警法) 제정을 강력 규탄하면서 “관계 국가들의 정당한 권익을 훼손해서는 안 된다”고 일갈했다.

미국 역시 바이든 신(新) 행정부 아래에서도 중국의 지역 패권 정책에 대항할 목적으로 ‘항행의 자유’ 작전을 계속해 전개할 것으로 보인다.

트럼프 행정부 시절인 지난해 7월에는 PCA의 판결을 무시하고 남중국해 일대의 암초에 중국 정부가 구조물을 설치하는 데에 관여한 중국 기업들에 대해 미국 정부는 경제 제재를 가한 바 있기도 하다.

박순종 기자 francis@pennmik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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