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년 파주에서 탈북민단체들이 대북전단을 날리고 있다(사진=VOA)
2014년 파주에서 탈북민단체들이 대북전단을 날리고 있다(사진=VOA)

워싱턴 정계에서 문재인 정부가 대북전단금지법의 필요성을 거듭 주장하며 유엔의 우려에 반박한 것에 대해 비판의 목소리가 이어지고 있다고 미국의소리(VOA) 방송이 14일 보도했다.

VOA는 이날 “동맹의 가치를 훼손한다는 우려 속에 미 의회 청문회까지 소집시켰던 한국의 대북전단금지법이 또다시 도마 위에 올랐다”며 “대북전단금지법의 재검토를 권고한 유엔의 서한에 한국정부가 전단살포는 공공의 안전을 위협한다며 정당성을 거듭 피력하는 답장을 보냈기 때문”이라고 했다.

앞서 문재인 정권은 지난 8일 유엔 인권최고대표사무소(OHCHR)에 서한을 보내 대북전단금지법은 “모든 전단 살포를 제한하지 않고 주민의 삶에 위협을 끼칠 수 있는 경우만 제한”하며 따라서 “법이 광범위하게 해석돼 부적절한 처벌로 이어진다는 우려는 근거가 없다”고 주장했다.

로버트 킹 전 미 국무부 북한인권특사는 VOA에 “한국정부가 공공의 안전을 보장하기 위해 표현의 자유를 제한한다고 주장하고 있다”며 “그러나 불행하게도 한국정부는 전단지 풍선 때문에 공공의 안전이 위협받는다는 설득력이 떨어지는 주장을 내놨다”고 말했다. 그는 “남북한 접경 지역에서는 사건이 자주 발생하고 한국군 당국자들과 유엔 관리들은 국경에서 일어나는 사건들을 끊임없이 다루고 있지만 대부분은 풍선 및 전단지들과 관계없는 일”이라고 했다.

대북제재와 인권 전문가인 조슈아 스탠튼 변호사는 VOA에 “문재인 행정부의 진정한 관심사가 대북전단 살포 지역 인근 주민의 안전을 보호하는 데 있었다면 살포장소를 인구가 적은 곳으로 옮기도록 했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이것은 북한의 평양정권에 국경을 넘는 비폭력적 표현은 세계인권선언 제19조에 의해 보호받는다는 것을 상기시켰을 것”이라며 “만약 반대 의견을 허용하는 법을 배우지 않으면 평화적 공존과 개혁, 통일은 불가능하다는 사실을 상기시키는 데 외교적 영향력을 사용했을 것”이라고 했다.

또한 문 정권의 “접경 지역 주민의 안전을 보장하기 위한 최소한의 제한만 가하고 있고, 표현의 ‘수단’을 최소한으로 제한하는 것이지 표현의 자유와 관련한 본질적인 ‘내용’을 제한하는 것은 아니다”는 답변도 워싱턴 정계의 반발을 불러왔다고 VOA는 지적했다. 대북전단 살포라는 ‘수단’ 자체가 사실상 유일한 정보 전달 통로가 돼 왔다는 사실을 외면한 비현실적 해법이라는 반박이었다.

고든 창 변호사는 13일(현지시간) VOA에 “북한주민들에게 정보를 제공하는 주된 방법은 전단지 풍선을 날리는 것”이라며 “한국 정부가 여기에 반대하는 것은 마치 ‘북한을 외부정보로부터 보호하겠다’고 말하는 것과 같다”고 했다.

또한 워싱턴의 법률 전문가들은 대북전단금지법의 적용 범위가 지나치게 광범위해 한국 정부 주도의 인적교류까지 위법으로 만드는 모순을 낳는다고 지적했다.

스탠튼 변호사는 “많은 비판자들이 언급했듯, 대북전단금지법의 광범위한 문구는 대북송금이나 방송을 포함한 다른 형태의 ‘사람 대 사람(people to people)’ 간 관여도 금지할 가능성이 있다”며 “대북전단금지법은 문재인 정부의 대북정책 전체가 오류이거나 거짓이라는 암묵적 고백”이라고 했다.

킹 전 특사는 “불행하게도 한국 정부는 북한과의 대화 재개라는 성공하지 못한 노력의 일환으로 전단지 풍선을 막고 있다”며 “북한정권은 남북관계 개선에 관심도 없고 그런 노력을 기울이지도 않는다”고 비판했다.

창 변호사는 대북전단금지법의 목적은 한국정부의 주장과 달리 “북한정권을 보호하고 지원하려는 데 있다”며 이러한 양상은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계속 이어졌으며 이는 김정은을 지원하기 위해 문 정부가 취해온 일련의 행동 중 하나라고 설명했다.

VOA에 따르면 워싱턴의 인권 전문가들은 늘 북한정권을 문제삼아온 유엔의 ‘인권 감시망’에 언제부터인가 한국이 걸려들고, 유엔과 공방까지 벌이는 상황이 벌어진 것이 당황스럽다는 반응을 보였다.

킹 전 특사는 “유엔 특별보고관들이 문제를 제기했다는 사실은 표현의 자유를 제한하는 데 심각한 우려가 있다는 것을 분명히 보여준 것”이라며 “토마스 오헤아 퀸타나 북한인권특별보고관 등은 전단지 풍선 금지 행위에 대한 강력한 반론을 제기했고, 한국정부는 만족스러운 답변을 내놓지 못했다. 유엔에서 한국의 중요한 역할을 고려할 때 유엔 특별보고관에 대한 한국의 대응은 실망스러운 모습”이라고 지적했다.

양연희 기자 yeonhee@pennmik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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