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에게는...' 도쿄올림픽 韓 선수단 현수막에 윤서인, "남의 잔칫집에 가서..."
'신에게는...' 도쿄올림픽 韓 선수단 현수막에 윤서인, "남의 잔칫집에 가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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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제의 현수막,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측 요구로 17일 철거돼
지난 15일 日 올림픽 참가하는 韓 선수단이 내건 현수막 내용이 국내·외에서 화제 돼
국내 대부분 매체는 '그게 왜 문제가 되냐'는 투...'올림픽 헌장'엔 "선수 간 경쟁" 명시

“신에게는 아직 열두 척의 배가 남아 있사옵니다.”(今臣戰船尙有十二)

임진왜란 발발 5년째인 1597년(정유재란), 후세에 ‘명량해전’(鳴梁海戰)으로 이름을 남긴 전투를 앞두고 삼도수군통제사 이순신이 조정(朝廷)에 올린 장계(狀啓·지방에 있는 신하가 중요한 일을 임금에게 보고하는 일 또는 그런 보고 내용을 담은 문서)에 등장하는 말이다.

‘신에게는 아직 5천만 국민들의 응원과 지지가 남아 있사옵니다.’

중국발(發) ‘우한 코로나바이러스’(코로나19) 사태의 여파로 1년 늦게 치러지게 된 ‘2020 도쿄올림픽·패럴림픽’의 개막식을 1주일여 앞둔 지난 15일, 도쿄올림픽에 참가하는 한국 선수들이 묵고 있는 일본 도쿄 주오(中央)구 하루미(晴海) 소재 선수단 숙소 베란다 난간에 걸린 현수막 내용이다. 누가 보더라도 이순신의 장계에 나오는 내용을 패러디한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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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일 일본 도쿄 주오구 하루미에 소재한 한국 선수단 숙소 베란다 난간에는 이순신 장군이 남긴 문구를 패러디한 내용의 현수막이 내걸렸다.(사진=연합뉴스)

국제올림픽위원회(IOC)의 ‘올림픽 헌장(憲章)’에 따르면 올림픽은 ‘국가 간 경쟁’이 아니라 ‘선수 간 경쟁’임을 천명하고 있다. IOC는 특히 경기장 내 어떤 ‘정치 구호’도 절대 용인하지 않고 있다. 사정이 이럼에도 이번 올림픽 출전을 위해 일본에 체류 중인 한국 선수단 숙소에는 과거 일본과의 ‘전쟁’을 연상케 하는, 그것도 한국 내에서는 ‘반일’(反日)을 상징하는 문구(文句)로써 자주 인용되는 표현을 패러디한 현수막이 내걸린 것이다.

이를 두고 국내·외에서는 큰 논란이 일었다. 일본 내 ‘혐한’(嫌韓) 세력을 자극했음은 두말할 것도 없었다. 일본 내 ‘우익’으로 분류되는 단체 인사들이 한국 선수단 숙소 앞까지 찾아와 항의 시위를 벌인 것이다.

해당 소식을 접한 일본 누리꾼(네티즌)들은 “올림픽을 정치적으로 이용하는 것” “IOC는 한국 선수단에 패널티를 부과해야 한다” “한국은 올림픽에 참가할 차격이 없는 나라” 등의 반응을 보였다.

스포츠 이슈에 평소 지대한 관심을 드러내 온 국내 한 법조인은 “왜 유독 한국 선수단은 올림픽 등 국제 대회에서 ‘반일’의 기치(旗幟)를 드러내느냐?”며 “마음 속 깊이 ‘반일’ 감정이 자리잡고 있다고 하더라도, 올림픽 정신과 IOC 규정을 존중해, 공적(公的) 공간에서 그것을 드러내는 것은 자제해야 한다”고 꼬집었다.

평소 국내 ‘반일’ 세력의 행태를 비판해 온 시사만화가 윤서인 씨도 한몫 거들었다. 윤 씨는 17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남의 잔칫집에 가서 굳이 하는 짓 보시라”며 “저렇게 하면서 호스트(일본)가 제공하는 맛난 음식과 친절한 서비스는 뻔뻔하게 누리겠지. 스포츠에 정치 논리, 국민 감정 잔뜩 쑤셔넣고 XX 뒤집는 후진국 올림픽 정신 따위는 개나 줘라. 안 간다고 큰 소리 뻥뻥 치다가 슬며시 기어가서 XX짓, 창피해”라고 적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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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만화가 윤서인 씨의 17일 페이스북 게시물 내용.(캡처=페이스북)

국내 대부분의 매체들은 한국 선수단이 내건 현수막이 왜 문제가 되느냐는 투의 반응이다. 특히 조선일보는 16일 관련 보도에서 윤 씨의 발언을 인용 보도하면서 “윤 씨는 앞서 독립운동가를 비하한 혐의로 피소된 바 있다”고 덧붙이는 방식으로 기사의 핵심 주제와 관련 없는 사실을 가져다 붙이며 윤 씨의 발언을 비꼬았다.

펜앤드마이크가 윤 씨에게 물어보니, 윤 씨는 해당 기사를 작성한 조선일보 기자가 윤 씨에게 윤 씨의 페이스북 게시물과 관련해 어떤 문의도 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윤 씨는 “해당 조선일보 기사는 그저 ‘반일’ 분노에 기댄 것에 불과한 것으로 본다”고 덧붙였다.

한편, 문제의 현수막은 IOC 측 요구로 게시 사흘째인 17일 전격 철거됐다.

박순종 기자 francis@pennmik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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