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승만 신익희 김성수 등 '건국의 아버지들'은 모두 빠져

녹사평역에 설치된 여운형과 김원봉의 그림.

 

서울 지하철 6호선 녹사평역에 설치된 '대한민국 명예의 전당'에 김원봉 여운형 등 반(反)대한민국 성향의 인물들이 포함된 사실이 밝혀져 논란이 되고 있다.

PenN이 1일 한 서울시민의 제보를 토대로 확인취재한 결과 서울교통공사가 운영하는 지하철 6호선 녹사평역(서울 용산구 이태원동)에는 '대한민국 명예의 전당'이라는 설치물이 있다. 이 곳에는 안중근, 윤봉길, 김구, 안창호, 유관순, 이회영, 여운형, 윤세주, 김원봉, 신채호 등 총 10명의 그림이 전시돼 있다. 녹사평역의 이용객은 하루 평균 7000명에 이른다.

이들 중 특히 논란이 되는 인물은 대한민국의 국가정체성에 맞지 않는 김원봉과 여운형이다. 독립운동에 참여했다고는 하지만 해방 이후 공산주의 노선에 가까왔던 여운형이나 1948년 대한민국 정부 출범 직전 월북해 김일성 정권에 참여한 김원봉과 같은 인물을 다른 곳도 아니고 '대한민국 명예의 전당'에 올리는 것은 납득하기 힘든 일이다. 반면 대한민국 초대 대통령이었던 이승만, 대한민국 정부 수립에 상당한 역할을 하고 초대 국회의장과 2대 부통령을 각각 지낸 신익희와 김성수 같은 '건국의 아버지들'은 모두 전시 대상에서 제외됐다.

서울교통공사는 2015년 6월부터 8월15일까지 해방 70주년을 맞아 '대한민국 명예의 전당'을 녹사평역에 조성하는 사업을 진행했고 우리가 기억해야 할 역사적 인물을 젊은이들 사이에서 유행하는 힙합 문화의 하나인 그래피티(graffitti)로 표현했다.

서울교통공사 측은 "전시대상 인물 선정은 작업에 참가한 그래피티 작가 최성욱 씨(40)가 자율적으로 했다"고 설명했다. 이 해명이 맞다면 특정 개인의 역사관이 서울교통공사가 주관한 '대한민국 명예의 전당' 사업을 좌우한 것이다.

 

최성준 씨의 작품.(최 씨의 인스타그램) 

 

최 씨는 김대중, 노무현, 문재인 대통령에 대한 존경심을 표현한 그림들을 많이 그렸던 작가다. 딴지일보, 나꼼수 등으로 유명한 김어준에 대한 개인적 호감도 드러낸 바 있다. 반면 이명박, 박근혜 대통령에 대해서는 극히 부정적 느낌을 주는 그림을 그렸다.

이번 사안을 PenN에 제보한 시민은 "잘못된 역사를 전달하고 있는 녹사평역의 왜곡된 '대한민국 명예의 전당' 인물 전시는 심각한 문제"라며 "서울교통공사와 녹사평역은 즉시 이 설치물을 철거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에 대해 녹사평역 관계자는 "이 문제는 본사 홍보팀에서 처리한 일로 녹사평역은 공간을 제공했을 뿐'이라고 말했다.

스프레이 잉크를 사용하는 그래피티 작업을 환기가 잘 되지 않는 지하공간에서 할 수 있도록 허락한 서울교통공사와 녹사평역은 왜 시민들에게 피해를 주면서까지 이러한 작업을 허락했는지에 대해서도 납득할 만한 해명을 해야 할 필요가 있다.

윤희성 기자 uniflow84@pennmik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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