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일부터 고3 수험생과 교직원들에 대한 화이자 접종이 시작됐다. 첫날 접수 명단 누락으로 많은 수험생들이 불편과 혼란을 겪었다. [연합뉴스 자료사진]
19일부터 고3 수험생과 교직원들에 대한 화이자 접종이 시작됐다. 첫날 접수 명단 누락으로 많은 수험생들이 불편과 혼란을 겪었다. [연합뉴스 자료사진]

19일부터 대입 수시모집과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을 앞둔 고3 수험생에 대한 코로나19 백신 접종이 시작됐다. 일부 지역에서는 백신 접종 시스템에 명단이 입력되어 있지 않아, 수험생과 교직원들이 큰 불편과 혼란을 겪었다.

정부는 이날부터 30일까지 전국 고3 학생과 고교 교직원 63만명에 대한 화이자 백신 1차 접종을 전국 290여개 예방접종센터에서 실시한다고 밝혔다. 백신 접종은 학교 단위로 진행된다. 2차 접종은 오는 8월 9~20일 진행될 예정이다.

부천지역 고등학생 수백여명 접종 명단 누락으로 큰 혼란 겪어

백신 접종 대상에는 전국 3184개 고교뿐 아니라 고교에 준하는 특수학교, 외국인학교, 외국교육기관, 학력인정 평생교육시설, 대안학교, 미인가 교육시설, 각종학교, 영재학교 등이 모두 포함됐다.

고3 학생의 경우 휴학 중이거나 2022학년도 대입에 응시하는 조기졸업 예정자도 화이자 백신을 접종한다. 교직원 역시 휴직·파견 근무자를 포함해 기간제 교사, 산학겸임교사, 원어민 영어강사, 영어 보조교사, 교육공무직원, 조리원 등 학교에서 학생과 밀접 접촉하는 모든 종사자가 접종 대상이다.

19일 경기 부천체육관 접종센터에서는 교직원과 학생 수백명이 코로나19 백신 접종을 하지 못하고 더위속에 대기중이었다. 시 방역당국 관계자는 "오늘 백신을 접종하기로 되어 있는데, 시스템에 명단이 없어 접종을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관계자는 "현재 질본에서 시스템에 명단을 복구 중에 있다"며 "다른 지역도 이런 현상이 있는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기다리던 교직원들 중에는 “63만명밖에 안 되는 고3 수험생과 교직원 명단도 제대로 관리 못하는 방역 당국의 무능이 한심스럽다. 힘들고 지쳐있는 고3들을 더 힘들게 하고 있다”는 비판의 목소리가 터져나왔다.

9월 모의평가 접수자는 화이자 접종 가능...50대도 “1만2000원 내고 먼저 맞자” 열풍 불어

일부 교사들 중에는 ‘예견된 인재(人災)’라는 지적이 제기됐다. 방역당국은 앞서 지난달 17일 수험생 백신 접종 계획을 확정했다. 고3의 경우 고등학교 교직원과 함께 관할 교육청과 시·군·구별 예방접종센터 간 사전 조율된 일정에 따라 이르면 오는 7월19일부터 화이자 백신을 맞는 것으로 확정됐다.

지난 15일 서울 동대문구 백신접종센터에서 시민들이 코로나19 백신 접종을 받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지난 15일 서울 동대문구 백신접종센터에서 시민들이 코로나19 백신 접종을 받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문제는 ‘고3을 제외한 수험생에 대해서도 9월 모의평가 접수 인원을 대상으로 온라인 사전예약을 거쳐 8월 중 화이자 백신을 접종한다’고 밝힌 데 있다. 이에 따라 9월 모의평가 원수 접수 첫날부터 학원가에서는 조기 마감이 속출했다. “모의평가 접수비 1만2000원만 내면 화이자를 먼저 맞을 수 있다”는 내용이 SNS에 공유되면서, 30,40대가 대거 지원하는 등 과열 양상이 빚어졌다. 심지어 강남의 A학원에서는 최고령 56세가 지원한 사례도 있었다. 감염병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백신 안전과 수급에 대한 국민의 불안이 반영된 현상’이라는 분석이 제기됐다.

백신 공급부족으로 40대 이하 접종계획 불투명...모평 지원한 고령자들 백신접종 나설 듯

천은미 이대목동병원 호흡기내과 교수는 "모의평가에 접수하면 화이자 백신을 8월 중 맞게 해주겠다고 정부가 밝힌 만큼 허수 지원이 늘 것이 불보듯 뻔했다"며 "백신 안전이나 수급에 관한 관심이 큰 상황에서 상대적으로 안전하다고 알려진 화이자 백신을 빨리 맞으려는 수요가 많다는 것을 반영한 현상"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정부가 빠른 시일 내 세부적인 백신 접종 계획을 발표해야 이같은 혼란을 줄일 수 있다"고 덧붙였다.

당초 방역당국은 40대 이하(만 18~49세)의 경우 이르면 8월 중순, 늦으면 8월말부터 온라인 사전예약을 거쳐 백신 접종을 시작할 예정이었다. 하지만 현재로서는 9월초까지 연기될 것이라는 전망이 제기되면서, 9월 모의평가에 지원한 고령자들이 대거 백신 접종에 나설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교육부 관계자는 “수험생 백신 접종 시기와 40대 이하 국민 대상 백신 접종 시기가 큰 차이가 없어 백신 접종을 목적으로 한 모의평가 허수 지원은 많지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하지만 입시 학원가에서는 40대 이하를 대상으로 한 백신 접종 일정이 확정되지 않아, '수험생 백신'으로 눈 돌리는 사람이 많아질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고3 학부모, “명단 누락은 수험생과 허위 응시자 분류하는 과정에 벌어진 문제인 듯” 주장

교육계 일각에서는 모의평가 허수 지원자가 급증할 경우 재수생을 비롯한 실제 수능 응시자가 피해를 볼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 바 있다. 백신 때문에 9월 모평에 허위로 응시한 이들이 늘면서, 정작 학원에 모평 신청을 하지 못한 재수생이 나온 것이다. 19일 발생한 화이자 접종 명단 누락 사태도 이런 관점에서 발생한 문제라는 지적이 높다.

고3 학부모이면서 40대 후반인 박모씨는 “방역당국이 고3 수험생과 허위 응시자들을 분류하는 과정에서 벌어진 문제가 아니겠느냐? 백신 때문에 9월 모평에 허위로 응시하는 사람들이 많아져서 발생한 것 같다”고 우려했다. 그러면서 “9월 모평을 접수만 해놓고 특별한 이유 없이 응시하지 않는 경우, 벌금을 부과하는 등 조치가 필요하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교육부는 9월 모의고사 응시인원 중 졸업생 규모를 7만~8만 명 선으로 추정하고 있다. 백신 때문에 허수 접수의 가능성이 높을 것으로 우려되지만, 마땅히 대응할 방안은 없는 실정이다. 교육부는 지난달 23일 ‘9월 모평 신청’을 안내하며 “8월부터 40세 이하 백신 접종 예약이 시작되는 만큼 실제 수능을 치를 사람만 9월 모의고사에 응시해 달라”고 당부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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