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상후 칼럼] 한국의 지도층, 從中의 미몽에서 깨어나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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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최초승인 2021.07.21 09:47:36
  • 최종수정 2021.07.22 09: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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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 대학의 중문과 내지 중국관련 학과 소속 교수들에게 해밀턴 교수의 《중국의 조용한 침공》을 정독하기를 권하고자 한다. 전 세계가 혐오하는 중국몽, ‘시진핑 사상’보다는, 중국 공산당의 실체를 학생들에게 바르게 교육하는 것이 훨씬 가치 있는 일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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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상후 객원 칼럼니스트

한국 내 각계 각층의 ‘종중’(從中) 실태에 대해 외국 학자가 직격탄을 날렸다. 지닌달 국내에 번역·소개된 《중국의 조용한 침공》(원제 : Silent Invasion)의 저자 클라이브 해밀턴 오스트레일리아(호주) 찰스 스터트대학 교수가 비판한 바는 매우 적확하다. 그는 한국인들을 향해 주권을 지킬지, 아니면 중국 밑으로 숙이고 들어갈지 가운데 어느 하나를 선택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최근 조선일보와의 인터뷰에서 “한국인들은 주권 국가로서 독립을 얼마나 중시하는지를 결정해야 한다”면서 “만약 주권 국가로서의 독립이 그다지 중요하지 않다고 여기면 중국의 돈을 받아먹고 계숙 머리를 굽신거리도록 하라. 그게 아니라면, 중국이 내리는 ‘처벌’을 감내하면서 자유와 독립을 얻기 위한 대가를 치러야 한다”고 했다. 즉, 중화질서에 굴복하든지, 아니면 “자유는 공짜가 아니”라는 경구를 그대로 실천하라는 취지의 충고였다. 그러면서 해밀턴 교수는 “한국의 학계와 정계, 문화계, 언론계 지도층 전반에 걸쳐 중국이 베이징 옹호자와 유화론자들을 확보했다”면서 특히 한국인들에게 ‘전략적 경쟁’이니 ‘문명 충돌’과 같은 거창주제가 아니라 자국 내부에서 일어나고 있는 일에 주목하라고 주문했다.

필자는 클라이브 해밀턴의 진단을 접하고 어떻게 외국인이 한국의 실정을 이렇게 정확하게 꿰뚫고 있는지 적지 않게 놀랐다. 지난 15일 국내 매체 중 하나인 아주경제가 주한중국대사관과 공동으로 개최한 세미나 〈중국 공산당 창당 100주년으로 본 한중관계〉에서 한국 측 발제자로 참여한 학자들이 펼친 주장 내용과 크게 다르지 않은 것이기 때문이었다. 이 자리에서 셰춘타오(謝春濤·58) 중국 공산당 중앙당교 부교장은 중국 공산당 특유의 상투적인 주장를 늘어놓았다. 셰 부교장은 중국 공산당이 100년 동안 발전해 오는 과정에서 중화민족의 부흥을 도모하는 원대한 이상추구, 모택동 사상, 덩샤오핑 이론부터 시진핑 신시대 중국특색 사회주의 사상까지, 과학적 이론을 기반으로 한 통치사상, 유능한 인재 선발체제, 엄격한 기율, 자기혁명 정신 , 강력한 리더십등 여섯 가지 장점을 과시했다고 말했다. 또 중국발 ‘우한 코로나바이러스’(코로나19) 방역의 성과는 공산당의 강력한 리더십이 뒷받침된 것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루싱하이 중국중앙텔레비전(CCTV) 서울지국장은 소위 ‘중국몽’과 관련해 ”국민이 잘 사는 나라, 행복한 나라를 만드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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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라이브 해밀턴 오스트레일리아(호주) 찰스 스터트대학 교수의 저서 《중국의 조용한 침공》(원제 : Silent Invasion)의 표지.(출처=교보문고/아마존)

이에 대해 한국 측 패널로 나온 성균관대학교 성균중국연구소의 이희옥 소장은 “내년 한·중 수교 30주년은 양국 관계가 앞으로의 도약을 위해 매듭을 짓는 계기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 소장은 “이를 위해선 양국 간 함께 가는 공진(共進), 고정관념을 깨는 지혜, 서로 도움이 되는 '윈윈'을 넘어서 국제사회에 기여하는 '트리플 윈', 그리고 '조용한 안정'보다는 갈등과 위기를 능동적으로 극복해 한 단계 도약하는 '동태적 안정'이 필요하다”고 제언하면서 “기후 변화, 코로나19, 미·중 패권전쟁 등 불확실성에 직면한 오늘날 전 세계는 또 다른 문명의 대 전환기에 놓여 있다고 볼 수 있으며 이러한 시대적 흐름 속에서 한·중 양국이 새로운 미래 대안 문명을 건설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다”고 강조, “아시아 가치와 서구 가치를 결합하는 새로운 보편성, 민족주의. 애국주의, 국가주의를 극복하는 다자주의를 지향하는 새로운 대안적 동아시아 문명의 모색이 필요하다“면서 "특히 전략적 협력동반자 관계인 한·중의 주도적 역할이 중요해졌다”고 말했다.

한국외국어대학교 국제지역연구센터 센터장을 맡고 있는 강준영 교수는 “중국 공산당 창당 100주년은 ‘잠재적 국가 중국’이 ‘세계적 국가 중국’으로 발돋움 하는 계기가 됐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강 교수는 “소강사회를 완성하고 사회주의 현대화 강국을 건설해 두 번째 백년을 맞이하고 있다”는 시진핑의 주장을 소개했다.

중국 측 패널은 시진핑 지도부의 선전 내용을 그대로 전했고 한국 측 패널들로부터는 문명적 대전환기, 대안적 동아시아 문명의 모색, 아시아 가치와 서구 가치를 결합하는 새로운 보편성 등등 생소하면서 알 듯 모를 듯한 용어들이 쏟아져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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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라이브 해밀턴 교수.(사진=아마존)

이보다 앞선 지난 1일, 중국 공산당 창당 100주년을 맞은 이날, ‘중국 공산당 100주년’을 경축하는 서방 민주국가는 거의 없었다. 중국의 ‘현대판 황제’를 자처하는 시진핑으로서는 봉건시대의 황제처럼 ‘만방래조’(萬邦來朝·세계 여라나라가 황제가 있는 곳으로 와서 문안을 드리는 관례)를 바랬지만 현실은 ‘만방래초’(萬邦來剿·세계 각국이 몰려와 포위공격을 하는 형세)가 됐다. 전 세계가 홍콩과 위구르에서 자행되고 있는 인권탄압과 종족멸절, 기술 절취, 남중국해에서 이뤄지고 있는 중국의 군사적 도발 등을 두고 중국을 규탄하고 있다. 하지만 한국의 소위 엘리트 계층에서 이런 목소리를 찾아듣기 힘들다. 중국 공산당의 생일 100년을 축하하고 찬사만 늘어놓을 뿐이었다.

해밀턴 교수는 또 ”한국의 정치 지도층은 지레 겁을 먹고 중국과 미국 사이에서 ‘전략적 모호성’이라는 나약한 태도를 유지하고 있다. 한국 정부가 중국과 긴밀한 관계를 유지하면서 한국의 독립도 지킬 수 있다고 생각한다면, 그것은 위험한 도박“이라고도 주장했다. 그러면서 그는 “베이징이 국제적으로 가장 중요하게 추진하는 전략 목표는 미국과의 동맹(同盟) 해체”라고 직언했다. 이어서 해밀턴 교수는 한국이 위구르 소수민족 인권 탄압과 같은 중국 공산당 차원의 범죄에는 둔감하고 반일에 민감한 데 대해 “놀랍다”고도 평가했다. 그러면서 그는 “동북아를 지배히려는 중국의 야망을 견제할 수 있는 한국의 동맹은 일본”이라고 강조했다.

해밀턴 교수의 해당 지적은 매우 적확한 것이다. 한국은 자유민주주의 진영에 속한 일본과 동맹이 돼야 한다. 일본을 ‘전범’(戰犯)이라고 하면서 6.25전쟁 당시 소위 ‘항미원조’(抗美援朝·미국에 대항하고 북한을 돕는다)를 구실로 침략한 중국에 대해서는 ‘전범’이라는 호칭을 쓰는 경우를 보지 못했다. 이는 한중 수교를 맺은 1992년부터 첫 단추를 잘못 꿴 탓이다. 당시 수교를 맺으면서 한국 정부는 6.25사변 당시 자행된 중국의 침략 행위에 대해 한 마디 사과라도 받았어야 했다. 당연히 짚었어야 할 중요한 부분을 두루뭉술 넘어간 게 잘못이다.

끝으로 전국 대학의 중문과 내지 중국관련 학과 소속 교수들에게 해밀턴 교수의 《중국의 조용한 침공》을 정독하기를 권하고자 한다. 전 세계가 혐오하는 중국몽, ‘시진핑 사상’보다는, 중국 공산당의 실체를 학생들에게 바르게 교육하는 것이 훨씬 가치 있는 일이기 때문이다.

박상후 객원 칼럼니스트(언론인 · 前 MBC 부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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