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중앙은행(ECB)이 22일(현지시간) 기준금리를 동결하면서 새 인플레이션 목표치인 2%에 도달할 때까지 기준금리를 계속 낮게 유지하겠다고 밝혔다. 

ECB는 이날 독일 프랑크푸르트에서 통화정책 회의를 열고 기준금리를 현행 0%로 유지하고, 예금금리와 한계대출금리 역시 각각 -0.50%와 0.25%로 유지하기로 결정했다.

ECB는 물가상승률이 이달 초 상향 조정한 인플레이션 목표치인 2%에 도달할 때까지 기준금리를 현재 수준이나 현재보다 낮은 수준으로 관리하겠다고 밝혔다.

금리정책의 방향을 미리 알려주는 포워드 가이던스를 새 통화정책전략에 따라 수정한 것이다. 이는 일시적으로 인플레이션이 목표치 이상으로 상승하는 결과도 낳을 수 있다고 ECB는 덧붙였다.

ECB는 지난 8일 내놓은 새 통화정책전략에서 인플레이션 목표치를 2% 바로 아래에서 2%로, 18년 만에 상향 조정했다.

크리스틴 라가르드 ECB 총재는 이날 기자회견에서 "인플레이션 목표치를 달성하기 위해 지속적으로 경기를 부양하는 통화정책을 유지하겠다는 의지를 강조하기 위해 취한 조처"라고 설명했다.

다만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과 관련, 가게들이 다시 문을 열고 방역조처가 완화되는 속에서도 유로존 경제에 지속적인 위협으로 남아있다고 라가르드 총재는 지적했다.

그는 "많은 부문이 문을 다시 열면서 서비스 부문의 활발한 회복세가 지지되고 있지만, 델타 변이는 서비스 부문 특히 접객업과 관광업의 회복세를 약화시킬 수 있다"고 말했다.

ECB의 포워드 가이던스 수정은 만장일치로 이뤄진 것은 아니다. 독일과 같이 경제규모 대비 부채가 적은 매파(통화긴축 선호)들은 물가 상승 압박이 더 세질 것으로 보고 신중한 태도를 보이고 있다고 로이터통신은 전했다. 독일의 물가 상승률은 올해 2%를 넘어설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ECB는 유로존(유로화 사용 19개국)의 올해 물가상승률이 1.9%를 기록할 것으로 예상한다. 이어 2022년에는 1.5% 2023년에는 1.4%로 떨어질 것이라는 예측이다. ECB는 코로나19 확산 사태의 경제적 충격에 대응하기 위해 도입한 팬데믹긴급매입프로그램(PEPP)의 채권매입 규모는 적어도 내년 3월 말까지 1조8천500억 유로로 지속한다.

이에 따른 대응채권 매입 속도는 올해 초 몇 달간보다 상당히 높은 속도로 유지하기로 했다. ECB는 앞서 지난 3월 11일 이번 분기 코로나19 대응채권 매입 속도를 올해 초 몇 달간보다 상당히 높이기로 한 뒤 3분기에도 이 같은 속도를 계속하기로 했다.

목표물장기대출프로그램(TLTRO Ⅲ)을 통한 유동성 공급을 지속하고 자산매입프로그램(APP)도 월 200억 유로(약 27조 원) 규모로 지탱한다. ECB는 이로써 테이퍼링(자산매입 축소) 논의를 사실상 시작한 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Fed·연준)와는 다른 길을 예고했다는 평가다.

홍준표 기자 junpyo@pennmik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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