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정부, 알바로 로페스 미에라 등 쿠바혁명군 간부 등에게 경제 제재
쿠바 외무부, "근거 없는 제재를 거부한다"...美 정부 조처에 반발
쿠바와 사정 다르지 않은 北, "이번 쿠바 사태의 배후 조종자는 미국"

미국 정부가 쿠바에서 일어난 반(反)정부 시위 탄압에 가담한 쿠바 군(軍) 간부 등에게 경제 제재를 부과하겠다고 22일(현지시간) 발표했다.

미국 정부는 이날 발표한 성명문에서 “쿠바 인민은 표현의 자유 및 평화적 집회의 권리를 갖는다”며 최근 전개되고 있는 쿠바 사태에 대한 입장을 표명했다.

반(反)정부 시위에 나선 쿠바 시민들이 쿠바 국기를 손에 쥐고 행진하고 있다.(사진=로이터)
반(反)정부 시위에 나선 쿠바 시민들이 쿠바 국기를 손에 쥐고 행진하고 있다.(사진=로이터)

이번 제재 대상이 된 인물은 알바로 로페스 미에라 등 쿠바혁명군 간부 및 쿠바 내무부 소속 특수부대 관계자 등이다.

그러면서 미 정부는 “이는 시작에 불과하다”며 앞으로도 쿠바에 대한 제재가 이어질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에 대해 쿠바 외무부는 공식 트위터 계정 게시물을 통해 “근거 없는 제재를 거부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쿠바에서는 지난 11일부터 수도 아바나 등지를 중심으로 대규모 반정부 시위가 있었다. 이번 시위는 쿠바에 만연한 의약품 부족, 잦은 정전(停電), 경제난 등에 큰불만을 품은 쿠바 시민들이 주축이 됐다.

쿠바 정부는 이례적으로 ‘정부 실패’를 인정하며 사태 진정에 나섰다. 미겔 디아스카넬 쿠바 대통령은 지난 14일 텔레비전 중계 연설을 통해 그 책임이 정부에 있다고 하면서도 시위대를 향해서는 폭력을 자제해 줄 것을 당부했다.

이에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지난 15일 정례 기자회견에서 최근의 쿠바 사태를 언급, “사회주의는 유효한 대안이 아니”라며 “공산주의는 세계적으로 실패한 제도”라고 지적하는 발언을 했다.

그러자 쿠바 정부를 지지한다는 일부 시민들이 참여하는 ‘관제 데모’가 열리며 미국의 대(對)쿠바 제재를 비난했다.

한편, 북한도 쿠바 사태를 언급하며 경계하는 분위기다.

북한 외무성은 지난 16일 대변인 담화를 통해 쿠바의 반(反)정부 시위에 외부 세력이 개입했다 식의 주장을 펼쳤다. 그로부터 닷새가 22일에는 박명국 외무성 부상(副相・우리나라의 외교부 차관에 상당) 명의의 담화를 통해 미국을 콕 집어 비난했다.

북한 당국은 16일 담화에서 “쿠바에서 발생한 반 정부시위는 사회주의와 혁명을 말살하려는 외부 세력의 배후 조종과 끈질긴 반 쿠바 봉쇄 책동의 산물”이라며“이번 반 정부 시위를 기회로 쿠바의 사회주의 제도를 전복하려는 외부세력의 내정간섭 시도를 규탄 배격한다”고 했다.

22일 외무성 부상 명의 담화에서는 “명백히 하건대 이번 쿠바 사태의 진범인, 배후 조종자는 다름 아닌 미국”이라며 “소요가 일어난 직후 미 고위층이 직접 나서서 반 정부 시위를 극구 부추기고 선동한 사실이 이를 입증해 주고 있다”고 주장했다.

북한의 이같은 반응에는 쿠바의 사정이 북한의 그것과 별반 다르지 않다는 사실 때문에 쿠바에서의 소요 사태가 북한에서도 반복되는 것을 경계하고 있기 때문으로 분석되고 있다.

박순종 기자 francis@pennmik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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