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재형 전 감사원장과 이재명 경기도지사(사진=연합뉴스)
최재형 전 감사원장과 이재명 경기도지사(사진=연합뉴스)

정부로부터 월 8만원을 지급받으면 살림살이가 조금 더 나아졌다고 자신있게 말할 수 있는 국민이 얼마나 될까. 그렇다면, 이같은 궁금함을 가질 경우 '정치적 목적을 갖고 왜곡했다'라는 질타를 하는 것에 대해 타당하다고 보는 국민들은 얼마나 될까.

그런데, 실제로 이같은 내용과 판박이격 설전이 현 정치권에서 일어나고 있다. 바로 최재형 前 감사원장과 이재명 경기도지사의 SNS를 통해서다.

국민의힘 소속으로 대권 유력주자인 최 전 원장은 25일 자신의 SNS를 통해 더불어민주당 대권 경선에 출마한 이 지사를 향해 목소리를 높였다. 관건은 '월8만원 전국민 지급안의 효과'다.

최 전 원장은 이 지사의 기본소득 공약에 대해 "전(全) 국민 외식수당"이라고 질타했다. 최 전 원장이 밝힌 바에 따르면 이 지사의 공약은 '국민의 부담인 연 50조원의 재정을 써서 모든 국민에게 월 8만원씩 나눠주겠다는 것'. 그렇다면 월 8만원을 받고서 살림살이가 근본적으로 나아졌다고 평가할 수 있는 국민은 얼마나 될까.

그런데, 여기서 눈길이 쏠리는 대목은 이재명 경기도지사의 '반응'이다. 이 지사는 자신의 기본소득 공약에 대해 '전국민 외식수당'이라는 비판을 받자 최 전 원장을 향해 곧장 "국민을 선동하는 구태정치"라고 반응했다. '월 8만원'의 효과를 검증하자는 의미에 대해 "구태정치"라면서 "감사원장 때도 이번처럼 목적을 갖고 왜곡하는 그런 식의 감사를 했느냐"라고 맞받았다.

'월8만원'에 대한 야권 후보의 비판이 감사원장 수행 과정에서의 정치적 목적 연관성에 대해 국민들은 연관성이 있다고 보고 있을까.

그것을 알기 위해서는 최재형 전 원장의 발언을 알아볼 필요가 있다. 다음은 그의 SNS글 전문.

최재형 전 감사원장이 8일 오전 서울 서대문구 신촌세브란스병원 장례식장에 마련된 부친 최영섭 퇴역 대령의 빈소에서 잠시 나와 취재진과 인터뷰하고 있다. 2021.7.8(사진=연합뉴스)
최재형 전 감사원장이 8일 오전 서울 서대문구 신촌세브란스병원 장례식장에 마련된 부친 최영섭 퇴역 대령의 빈소에서 잠시 나와 취재진과 인터뷰하고 있다. 2021.7.8(사진=연합뉴스)

이재명 지사님, 동문서답하시면 안 됩니다. 이재명 지사님께 제가 드린 말씀은 지사님이 발표한 기본소득 공약이 효과성에 의문이 있고, 복지에 대한 제 철학과도 많이 다르다는 것이었습니다.

이 지사님께서 발끈하신 '전 국민 외식수당'이라는 언급도 연 50조원의 예산을 들여 모든 국민에게 월 8만원을 지급한다는 것이 비용과 효과의 측면을 고려할 때 과연 국민의 삶을 실질적으로 나아지게 할 수 있느냐는 의문을 제기한 것입니다.

과연 그럴만한 가치가 있는 비용 지출인지, 연 50조원이라는 세금을 더 효과적으로 쓸 수는 없을지, 그리고 이를 위한 국토보유세 신설이 결국 국민 재산을 빼앗는 것은 아닌지 지적한 것입니다.

그러나 이 지사께서는 묻는 말에는 대답하지 않고 구태정치를 한다고 비난하셨습니다. 동문서답을 하시면 안 됩니다. 동문서답이 진짜 구태정치입니다. 

저는 기본소득이 불평등과 양극화를 완화하고 국민의 먹고 사는 문제를 해결할 진짜 대안인지에 대해 건설적인 토론을 하고 싶습니다.

4차산업혁명 시대 하에서, 산업의 방향성이 빠르게 노동집약적인 산업에서 기술집약적인 산업으로 이동함에 따라 우리가 함께 일자리 문제, 국민들이 먹고 사는 문제를 치열하게 논의해야 하고, 이것을 위해 기본소득을 주장하시는 이 지사님의 취지는 이해합니다.

그러나 한정적인 국가 재정 하에서 모든 사람을 품기에는 국가가 제공할 수 있는 복지 우산의 크기가 너무 작습니다. 계속 비를 맞고 추위에 떠는 사람들이 생깁니다.

국가의 국민에 대한 의무는 세 모녀 사건과 같은 복지 사각지대가 발생하지 않도록 복지 시스템을 촘촘하게 메우고, 필요한 분에게 필요한 복지가 돌아가게 하는 것입니다.

이를 위해서는 무조건적인 의미없는 현금 살포를 중단해야 합니다. 제가 생각하는 좋은 복지시스템의 핵심은 모든 국민에게 현금을 살포하는 식이 아니라 스스로의 노력만으로는 자립이 어려운 분들에게 정부가 적재적소에 도움을 주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그런 점에서 저는 이 지사님의 기본소득 공약을 반대하는 것입니다.

"복지정책의 성공 척도는 얼마나 많은 사람이 혜택을 받느냐가 아니라 얼마나 많은 사람이 복지에서 탈피하는가, 입니다". - 로널드 레이건.

월 8만원은 우리 국민들이 복지에서 탈피해서 자립하는데 어떤 도움을 줄 수 있습니까?

최재형 감사원장 [사진=연합뉴스]
최재형 감사원장 [사진=연합뉴스]

 

조주형 기자 chamsae9988@pennmike.com

관련기사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저작권자 © 펜앤드마이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