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 유일의 국가중앙정보기관인 국가정보원이 26일 '정치적 오염 논란'에 휩싸였다. 문재인 정부가 범여권 원로 정치인을 앉힌지 1주년이 됐지만, 오히려 정치권력에 말랑말랑한 모습을 보였기 때문이다.
문제의 시작은, 과거 더불어민주당계 소속 중진 국회의원이었던 박지원 씨를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해 7월29일 국정원장으로 앉히면서부터 시작됐다.
오는 29일부로 취임 1년이 되어가고 있지만, 타 국가기관보다도 '정치적 중립성'을 요구받는 국가중앙정보기관으로 하여금 대통령의 입맛을 맞추는 행태를 보여놓고 오히려 직원들에게 '정치적 중립성'을 거듭 강조하고 있어서다.
지난 25일 정치권에 따르면 박 원장은 국정원 직원들에게 '정치적 중립성'을 강조하는 편지를 보낸 것으로 알려졌다. 그의 취임 1주년 기념과 함께 대통령 선거까지 다가오고 있어서다. 편지에는 "본격적인 정치의 계절이 오고 있는데, 국정원은 정치 중립의 시험대에 오를 것"이라는 문구가 담긴 것으로 알려졌다.
그런데, 정작 본인은 정치적 중립성을 지켰다고 평가받을 수 있을까. 지난달 4일, 박 원장은 문재인 대통령과 함께 간첩전력자 신영복 씨의 글씨체(體)가 담긴 국정원 원훈석(院訓石) 제막식에 참여해 기념사진을 남겼다.
신 씨는 과서 1968년 북한의 지령에 따라 지하단체 통일혁명당(조선민족해방전선)에 가담했다가 대법원에서 무기징역을 선고받은 인물이다. '이석기 국가변란 사태'의 1968년 버전(Version)인 셈이다.
신 씨의 글씨체가 문제가 되는 이유는, 비단 글씨체 때문만이 아니다. 박 원장의 원훈석 제막식 참석이라는 것 자체가 정치적 중립성을 요구받는 정보기관장의 처신 문제와 직결된다. 앞서 문 대통령은 더불어민주당 대표시절이던 지난 2017년 1월15일 성공회대학교에서 열린 '신영복 1주기 추도식'에 참석해 "신영복 선생은 더불어민주당의 '더불어'라는 당명을 주고 가셨다. 더불어 많은 촛불이 모여 세상을 바꾸는 힘이 됐다"라고 말했다.
게다가 지난 2018년 2월9일 강원 평창 용평리조트 리셉션장에서 자리한 문 대통령은 北 김영남 앞에서 "제가 가장 존경하는 사상가는 신영복 선생"이라고 말했는데, 객관성을 생명으로 해야 할 정보기관장이 대통령의 입맛에 맞춘 것 아니냐는 지적으로 연결되는 사안이다. 한마디로, 국정원 전체로 하여금 정치적으로 더럽히는데에 국정원장이 앞장선 것 아니냐는 비판이 예상되는 대목이다.
그 외 박 원장의 처신도 도마위에 올랐다. 지난 5일 전남 목포시 산정동 성당에서 열린 미사에 참석한 박 원장은 "프란치스코 교황의 北 평양 방문을 추진 중"이라고 공개적으로 밝혔다.
이를 두고 국정원 전직 고위 간부는 최근 기자와 만난 자리에서 "현행 국정원법 어디에도 국정원장의 공개적인 남북정책활동 행위는 존재하지 않는다"라고 질타했다.
실제로, 박 원장의 이같은 행위는 국가기관인 외교부·통일부 고유의 직능권한 간 충돌 소지도 다분하다. 이는 헌법재판소법 제62조(권한쟁의심판)에 근거한다.
'정치적 중립성'에 대한 박 원장의 이같은 태도에 대해 또다른 전직 국정원 고위간부는 지난 25일 저녁 기자와의 통화에서 "정권 입맛대로 앉힌 인사가 문제의 시발점인데, 오히려 이는 '정치적 중립성'에 대한 동문서답(東問西答)"이라고 맹렬히 꼬집기도 했다.
한편, 이같은 박지원 국정원장의 모습에 대해 국민들은 과연 '정치적 중립성'의 문제의 원인을 어떻게 보고 있을까.
조주형 기자 chamsae9988@pennmik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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