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철수 국민의당 대표가 지난 25일 국회 당대표 회의실에서 김경수 전 경남지사 '드루킹 댓글 여론조작 사건' 유죄 확정 판결 관련 문재인 대통령의 입장 촉구, 추가 수사에 의한 진실 규명 요구, 범야권 대선주자 공동대응을 제안하고 있다. [사진=국회사진기자단]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가 지난 25일 국회 당대표 회의실에서 김경수 전 경남지사 '드루킹 댓글 여론조작 사건' 유죄 확정 판결 관련한 문재인 대통령의 입장 촉구, 추가 수사에 의한 진실 규명 요구, 범야권 대선주자 공동대응을 제안하고 있다. [사진=국회사진기자단]

 

김경수 전 경남지사 '드루킹 댓글 여론조작 사건' 유죄 확정 판결과 관련한 국민의힘의 반응과 대처가 문제라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윤석열 전 검찰총장과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의 강력한 비판과 달리 국민의힘은 무기력하게 ‘사과 요구’만 하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 21일 김경수 전 경남지사의 확정 판결이 내려진 이후, 국민의힘 이준석 당대표는 “청와대의 사과를 촉구한다”는 정도로 나약한 반응을 내놓았다. 집권 정통성의 문제이자 민주주의를 훼손했다는 평가를 받는 '김경수 댓글조작'에 대해, '매관매직' 정도로 너무 가볍게 본 이 대표의 인식은 '구설'에 올랐다. 그 이후 국민의힘 의원 중에서도 이렇다 할 반응은 나오지 않았다.

문 대통령을 ‘몸통’으로 정조준한 안철수, 범야권 공동대응 촉구...이준석은 공식입장 없어

반면 범야권의 대선주자 그룹인 윤석열 전 검찰총장,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는 특검 연장과 몸통 수사를 촉구하고 나서 눈길을 끈다. 특히 '드루킹 댓글 여론조작 사건'의 직접적인 피해자로 지목되는 안 대표의 강력한 입장문 발표에 많은 국민들이 지지를 보내는 실정이다.

지난 25일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는 국회에서 특별기자회견을 개최하고 입장문을 발표했다. 안 대표는 “문재인 정권은 범죄 수익에 기반한 ‘도둑 정권’이며 범죄의 결과물인 ‘장물 정권’”이라고 비판했다. 또 “몸통을 찾는 추가 수사를 강력히 촉구한다”며 '드루킹 댓글 사건'의 몸통으로 문재인 대통령을 직접 지명했다. 그러면서 안 대표는 범야권 대선 주자들의 공동 대응을 제안했다.

안 대표는 본인이 댓글 여론조작 사건의 가장 큰 피해자이지만, 자칫 개인적 분노와 억울함을 호소하는 모습으로 비춰질까 하는 걱정이 있었다고 밝혔다. 하지만 사과 한마디 없이 침묵으로 일관하는 문 대통령의 뻔뻔함과 오히려 범죄를 두둔하는 더불어민주당을 보면서 계속 좌시할 수만은 없었다며 입장을 밝혔다.

안 대표의 입장문 발표에 정치권 일각에서는 “국민의힘보다 선명하고 강력하다”는 평가가 나왔다. 이성수 정치평론가는 “최근 여러 정치 현안에서 강력한 입장을 내놓으면서 간철수에서 ‘강철수’로 변화하고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고 논평했다.

안 대표는 추가 수사를 통해 밝혀져야 할 부분으로 △드루킹이 주도한 친문 단체인 소위 ‘경인선’의 범죄 연루 문제 △드루킹 사건에 대한 경찰 늑장 수사 이유 △김 전 지사가 관리한 다른 조직들 △범죄의 최대 수혜자인 몸통 찾기 등을 제시했다. 안 대표는 이어 “‘정치 공작 분쇄를 위한 범야권 공동대책위원회’ 등 어떤 형식도 좋다”며 “함께 머리를 맞대고 대한민국과 민주주의를 수호하는 어벤저스가 돼달라”고 촉구했다.

하지만 이준석 대표는 안 대표의 이 같은 요구에 공식적인 입장을 내놓지 않고 있다.

윤석열, 드루킹사건 ‘진짜 배후’에 대한 추가수사 요구... 이준석 대표는 사안의 심각성 과소평가?

윤석열 전 검찰총장 역시 지난 25일 안 대표와 비슷한 입장을 내놓아 이목이 집중됐다. 윤 전 총장은 “선거 여론 조작의 진짜 책임을 묻는 것이 민주주의를 지키는 일”이라며 허익범 특별검사의 활동을 연장해 책임자와 공범을 추가 수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진짜 배후’에 대한 수사 필요성을 제기한 것이다.

윤석열 전 검찰총장은 '드루킹 댓글 조작 사건'에 대해 "국가정보원 댓글 사건과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의 여론조작"이라고 비판했다. [사진=연합뉴스]
윤석열 전 검찰총장은 '드루킹 댓글 조작 사건'에 대해 “선거 여론 조작의 진짜 책임을 묻는 것이 민주주의를 지키는 일”이라며 허익범 특별검사의 활동을 연장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사진=연합뉴스]

 

윤 전 총장은 김 전 지사의 형이 확정된 이후 “국가정보원 댓글 사건과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의 여론조작”이라고 비판한 바 있다. 나흘 만에 거듭 공격 수위를 높인 것이다.

윤 전 총장은 지난 25일 자신의 페이스북에서 과거 수사했던 ‘국정원 댓글 조작 사건’을 언급하며 현 정권에 날을 세웠다. 윤 전 총장은 “아시다시피 저는 국정원 댓글 사건을 수사했고 그로 인해 오래도록 탄압받았다. 모든 것을 잃으면서도 그 사건을 수사한 것은 선거에서의 여론조작을 막는 것이 곧 민주주의를 지키는 것이라 믿었기 때문”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그는 “문 대통령 자신이 당선되는 과정에서 국정원 댓글 사건보다 훨씬 대규모의 조직적 여론조작이 자행된 것이 최종 확인됐다”며 “여론조작의 뿌리를 뽑아 민주주의를 지켜내겠다는 한 가지 생각을 공유하는 모든 사람들이 힘을 모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윤 전 총장 역시 김정숙 여사의 ‘경인선 문제를 언급하며 안 대표의 입장과 궤를 같이 했다. 김 여사가 경인선을 직접 말하는 자료화면들이 남아 있고, 고위공직인 총영사 자리가 실제로 흥정하듯 거래된 것이 드러난 상황에서 문 대통령 본인이 여론조작을 지시하거나 관여했을 거라는 추론은 지극히 상식적이라는 입장인 것이다.

문재인 대통령과 김경수 전 경남지사가 지난해 9월 경남 창원시 태림산업에서 열린 스마트그린 산단 보고대회에서 국기에 경례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문재인 대통령과 김경수 전 경남지사가 지난해 9월 경남 창원시 태림산업에서 열린 스마트그린 산단 보고대회에서 국기에 경례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이준석 대표는 선거 여론 조작의 진짜 책임을 묻기 위한 추가 수사문제에 대해서도 아직 언급하지 않고 있다. 이 대표가 사안의 심각성을 과소평가하고 있는 것 아니냐는 의구심이 제기되는 실정이다.

드루킹이 주도한 외곽조직 ‘경인선’의 선거개입 의혹도 재부상 조짐

정치평론가 A씨는 “경인선 문제는 몸통을 밝히는 데 결정적인 부분이다. 그런데 왜 국민의힘에서는 강력 대응을 하지 않는지 모르겠다. 탄핵으로까지 갈 수 있는 시한폭탄이다”고 언급했다.

드루킹 김동원이 주도한 외곽조직인 경인선 문제는 지난 2018년 봄에도 일부 언론에서 보도되기 시작했다. 하지만 문재인 정부가 출발한 지 얼마되지 않은 시점이었고, 김경수 전 지사에 대한 형이 확정되지 않은 상황에서 더 이상 폭발력은 드러나지 않았다.

상황이 달라진 지금은 강력한 도화선이 될 법한 상황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무기력한 국민의힘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가 높아지는 상황이다. 국민의힘의 한 관계자는 “정권 교체의 당위성만 주장할 뿐, 이렇게 무기력하게 대처해서는 요원하다”고 비판했다. 당밖의 야권 주자들보다 약한 비판을 하는 데 대한 자성의 목소리였다.

청와대는 ‘침묵’하지만 정세균은 ‘적반하장식 비난’ 퍼부어

일부 야권 대선주자들의 강력한 비판에 대해 여권에서는 ‘적반하장식 비난’을, 청와대는 ‘침묵’으로 일관하고 있다.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윤 전 총장 등의 공격에 대해 “특별히 말씀드릴 입장이 없다”고 했다.

그러나 정세균 전 국무총리는 윤 전 총장이 김경수 전 지사 판결과 관련해 야권 연대를 주장한 데 대해 “근거 없는 막가파식 주장”이라고 맹비난했다. 정 전 총리 캠프는 지난 25일 논평을 내고 “정치적 수사밖에 할 줄 아는 게 없는 윤석열 후보가 추락하는 지지율 만회를 위해 특검 운운하며 대통령에게까지 칼을 들이대며 야권 연대를 주장했다”고 비판했다.

이어 “지지율 회복을 위해 수구 보수의 표라도 얻어볼 생각이라면 박근혜 전 대통령 석방을 소원하는 우리공화당과 야권 연대가 적격”이라며 “이런 근거 없는 막가파식 주장의 끝은 지지율 회복이 아닌 후보 사퇴로 이어진다는 것을 명심해야 할 것”이라고 쐐기를 박았다.

이용빈 더불어민주당 대변인은 “윤석열 예비후보가 지난 대선을 불법 선거로 몰아가서 어떠한 정치적 이득을 취하려 하는지 삼척동자도 알고 있다. 아무리 지지율이 떨어지고 마음이 급하다고 해서 억지 주장으로 정치공세를 해서도 안 된다. 여기에 공감해줄 국민들도 없다”며 “억지 주장으로 정치공세를 통해 이득을 얻어 보려는 얄팍한 생각은 버리고 국민들에게 비전을 보여주고 콘텐츠로 승부하기 바란다”는 입장을 내놓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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