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대선에서 드루킹 일당과 공모, 인터넷을 통한 여론조작을 한 범죄에 대해 22일 대법원이 유죄를 확정함으로써 26일 다시 수감된 김경수 전 경남지사가 남긴 마지막 말은 “대통령을 지켜달라”는 것이었다.

대법원의 유죄가 확정되자 윤석열 전 검찰총장은 문재인 정권의 정통성을 건드렸고, 많은 국민과 야권은 이 사건의 최대 수혜자인 문재인 대통령의 사과 등 입장표명을 요구했다. 하지만 청와대는 아직까지 아무런 말이 없다.

“대통령을 지켜달라”는 김경수 전 지사의 말은 우선 난투극으로 치닫고 있는 민주당 대선후보 경선에 활용됐다.

이낙연 캠프 상황본부장인 최인호 민주당 의원이 자신의 SNS에 이낙연 전 민주당 대표가 김 전 지사와 나눈 전화 통화 내용을 공개한 것. 먼저 이 전 대표가 김 전 지사를 위로하기 위해 전화를 걸어 “지금의 이 어려움을 잘 이겨내시면 김 지사에 대한 국민의 신임이 더 높아질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이에 김 전 지사는 “제가 버티는 것은 잘하지 않나. 대통령을 부탁드린다. 잘 지켜달라”고 말했는 것이다.

문재인 대통령의 ’측근 중 측근‘으로 꼽히는 김경수 전 지사는 ’영어(囹圄)의 몸‘이 되기 직전까지 자신보다 대통령을 걱정하는 충성심을 과시했다. 그런데 과연 김 전 지사의 이 말을 대통령 걱정으로만 해석해야 할까?

노무현 전 대통령의 죽음 후, 문재인이 대통령이 되는 과정에서 김경수는 핵심 중 핵심이었다. 문재인 대통령 본인은 물론 김정숙 여사까지 그에 대한 신뢰는 절대적이었다. 김 전 지사는 드루킹과 ’경인선‘ 문제로 드러났듯이 선거운동 또한 누구보다 열심히 했다.

지금 문재인 대통령은 자신의 선거운동 과정에서 거대한 불법행위가 드러남으로써 정통성 시비에 물린 것에 대한 당혹감 못지않게 ’공신 중 공신‘인 김 전 지사의 감옥행에도 큰 충격을 받았을 것이다.

김 전 지사는 드루킹 사건으로 1심에서 징역형을 받아 77일을 복역한 바 있다. 만기를 채우려면 22개월을 더 감옥에 있어야 한다. “감옥살이 하루가 밖에서의 1년 보다 더 길다”는 말이 있다. “10년 권세의 영화보다 1년 감옥살이의 고통이 몇배나 크다”고 한다. 김 전 지사 본인도 이미 느꼈을 것이다.

대통령은 사면권을 갖고 있다. 우리나라에서 유일하게 감옥에 있는 사람을 합법적으로 석방할 수 있는 권한이 있는 것이다.

문 대통령으로서는 내년 5월 자신의 임기가 끝나기 전에 무조건 김경수 전 지사를 풀어주고 싶을 것이다. 아니 당장 8·15 특사명단에 형이 확정된 김 전지사를 포함시켜 석방하고 싶은 마음이 간절할 것이다.

이 때문에 김경수 전 지사 문제는 문재인 대통령의 남은 임기 10개월의 국정운영에 큰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최근 이명박, 박근혜 전 대통령의 사면문제와 관련, “박 전 대통령은 검토할 수 있어도 이 전 대통령은 해당사항이 없다”는 취지의 청와대발 언론보도가 있었다. 지금까지 청와대의 입장은 두 전직 대통령 사면문제에 완강한 편이었다.

청와대를 비롯한 여권 핵심부는 이제 이 문제에 대한 태도부터 달라질 수 밖에 없다. 4년 이상 수감생활을 한 두 전직 대통령을 계속 묶어놓고 김경수 전 지사를 풀어줄 궁리는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결국, “대통령을 부탁한다”는 김경수 전 지사의 말은 대통령 걱정이 아니라 문재인 대통령을 향한 간절한 구원의 호소로 들린다. 그 누구보다 문 대통령 본인이 그렇게 느끼고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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