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 경선에 도전한 이재명 경기도지사의 야권 유력 주자 최재형 前 감사원장을 향한 "구태정치"라는 막말성 발언이 오히려 민주당을 향하고 있어 범여권의 당혹감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특히 민주당 후보간 난타전 과정에서 '당 쪼개기' 양상까지 나타나고 있다.
문제의 시작은, 지난 23일 영남 출신의 이재명 경기지사가 중앙일보와의 인터뷰에서 "한반도 5천년 역사에서 백제, 이쪽(호남지역)이 주체가 돼 한반도 전체를 통합한 때가 한 번도 없었다"라고 말한 것이 후보간 난타전의 단초로 작용했다. 호남 출신으로 민주당 경선에 나선 이낙연·정세균 후보가 격분하면서 사태가 걷잡을 수 없이 커졌다.
심지어 송영길 민주당 당대표까지 나섰지만 역부족인 모양새다. 송영길 민주당 대표는 26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당 최고위원회의에 참석해 "매우 유감"이라며 "지역주의의 강으로 다시 돌아가선 안 된다"라고 강조하기에 나섰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당 쪼개기' 양상까지 벌어지는 형국이다. 여기에 영남 출신인 김두관 민주당 경선 후보까지 이낙연 후보를 겨냥해 "과거 한나라당과 야합을 해서 故 노무현 대통령 탄핵에 앞장선 정당 소속이라 자유로울 수 없지 않느냐(2021.07.23,CBS)"라고 말하면서 이재명 지사에게 가세했다. 한마디로 '영남 vs 호남' 대결 구도가 펼쳐진 것.
이 사태는, 정세균 후보가 직접 이재명 지사를 비판하는 상황으로도 연결된다. 지난 25일, 정 후보는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이재명 후보가 적절치 못한 말씀을 했다고 생각한다"라며 "본인이 지역적 확장성이라는 말을 사용했다. 거기에 바로 '지역주의'가 드러나고 있는 것 아니냐"라고 꼬집었다.
결국 민주당은, 이재명 경기도지사가 띄운 '백제 불가론'으로 후보간 난타전이 격화되는 일련의 모습을 유권자들에게 보이게 된 셈이다.
그에 비해 이재명 캠프 측은 "이재명 후보는 '호남불가론'을 말한 바 없다"라고 반박하는 중이다. 하지만, 이 지사가 직접 '호남불가론'을 거론하지 않았다고 하더라도 이미 호남 출신 민주당 후보자들은 그렇게 받아들이지 않는 모양새다. 이런 상황에서, 이재명 캠프 선거대책위원장인 우원식 의원은 정 후보가 기자들과 만난 지난 25일 곧장 기자회견을 통해 이낙연 후보의 사과를 요구하기에 이른다.
그렇다면, 여권의 후보간 난타전이 격화되는 상황에서 야권은 이를 어떻게 보고 있을까.
국민의힘 황보승희 수석대변인은 26일 오후 논평을 통해 "'백제' 운운하며 시대착오적인 역사 인식으로 지역갈등을 조장하는 이재명 지사의 발언은 귀를 의심케 한다"라며 "집권여당인 민주당의 경선에서 지긋지긋한 '구태정치'의 망령이 되살아나고 있다"라고 질타했다.
황보 수석대변인은 이날 "이 지사의 발언은 시계를 수십 년 전을 돌리려는 구태정치의 전형이자, 당장 최초의 평화적 정권교체를 통해 국민통합을 염원했던 김대중 전 대통령을 모욕하는 언사"라며 "무엇보다 국민을 둘로 편을 갈라 자신들의 목표를 이루려는 문재인 정권과 하등 다를 바가 없다"라고 지적했다.
여기서, '구태정치'라는 용어는 최근 이 지사가 자신의 기본소득 정책에 대해 검증론을 띄운 최재형 前 감사원장을 향해 날을 세웠던 그 용어다. 민주당 후보가 던진 '구태정치'라는 용어가 오히려 '지역주의 구도'를 재생산시키는 데에 이어 자당을 향한 부메랑으로 날아왔다는 풀이도 가능한 대목이다.
한편, 민주당 내 경선 후보간 '故 노무현 대통령'과 '호남', '지역주의'가 거론되는 등의 각종 난타전을 지켜봐야하는 유권자들은 어떻게 바라보고 있을까.
조주형 기자 chamsae9988@pennmik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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