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해부대의 코로나 집단감염 사태, 청와대의 ‘작전구역 변경’이 초래?
청해부대의 코로나 집단감염 사태, 청와대의 ‘작전구역 변경’이 초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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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에 파병된 해군 청해부대 34진 문무대왕함(4천400t급)에서 코로나19 확진자가 발생해 군 당국이 비상조치에 착수했다. 사진은 문무대왕함. [연합뉴스 자료사진]
해외에 파병된 해군 청해부대 34진 문무대왕함(4천400t급)에서 코로나19 확진자가 발생해 군 당국이 비상조치에 착수했다. 사진은 문무대왕함. [연합뉴스 자료사진]

 

26일 청해부대 34진 전체 부대원 301명 중 코로나19 확진자가 272명으로 늘어나, 전체의 90%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국민의힘은 청해부대 코로나19 집단감염 사태에 대한 국정조사 요구서를 제출했다. 부하들을 사지로 몰아넣은 국방부장관과 합참의장의 즉각적인 경질도 촉구했다.

이런 가운데 청해부대 집단감염의 근본 원인이 ‘작전구역 변경’에 있다는 주장이 잇따라 제기돼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청해부대의 통상 기항지인 오만의 샬랄라항을 벗어나, 정반대의 아프리카 국가에 있는 기항지에 체류한 것이 화근이 됐다는 주장이다. 특히 이 명령을 내린 당사자가 국방부장관이 아니라는 주장도 함께 제기되면서 향후 ‘군 기강과 작전 체계’를 둘러싼 파란도 예상되고 있다.

국민의힘 신원식, 강대식 의원 ”청와대가 작전구역 변경하고 그 곳에 기항한 게 집단감염 화근“

26일 국회에서는 청와대와 국가안전보장회의(NSC)가 해군의 의견과는 무관하게 갑작스럽게 작전구역 변경을 지시해 함정 1척이 아프리카 전 해역을 맡도록 한 조치가 집단감염 사태를 초래했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강대식 국민의힘 의원은 이날 국회 국방위원회 질의에서 “청해부대 34진은 총 9번 입항을 했고 과거 8번의 입항에서는 아무런 문제가 발생하지 않았다”면서 “9번째 입항한 곳의 코로나 현황이나 지역 특성, 군수물자 적재 시 위험요인 등을 면밀히 검토하지 못한 채 특수임무를 수행하기 위해 이동한 것도 이번 집단감염의 원인이고 이러한 결정을 한 청와대 NSC도 책임이 있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서욱 국방부장관이 26일 국회 국방위원회 전체회의에 참석, 청해부대 장병 코로나19 집단감염 사태와 관련해 답변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서욱 국방부장관이 26일 국회 국방위원회 전체회의에 참석, 청해부대 장병 코로나19 집단감염 사태와 관련해 답변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과거 청해부대처럼 고유의 작전을 수행했다면 이번 사태는 발생하지 않았을 것이라는 지적이다.

같은 당 신원식 의원도 질의를 통해 “앞서 2018년 3월 27일 마린 711호 피랍 시 청와대는 당시 청해부대 26진(문무대왕함)을 기니만 해역으로 급파한 것이 문재인 대통령 지시사항이라고 국민소통수석이 브리핑했다”면서 “하지만 당시 청해부대 26진은 가나 해역에 파견된 적이 있으나 해상에 떠 있다 인원 이송 수준 역할에 그쳤다”고 지적했다.

청해부대 34진이 작전구역 변경으로 소말리아 아덴만 이외의 지역으로 파견됐고, 방역조치 등을 확신할 수 없는 지역에 기항함으로써 집단감염이 발생했다는 주장인 것이다.

문무대왕함 함장 지낸 예비역 해군제독 A씨, “검증되지 않은 기항지 체류는 생명을 건 위험한 행동”

또 청해부대 34진이 승선한 문무대왕함 전 함장을 지낸 예비역 해군제독 A씨는 지난 22일 모 일간지와의 인터뷰에서 “코로나19 백신을 제때 공급하지 못한 군 수뇌부의 안이함도 잘못이지만, 검증되지 않은 기항지에 체류한 것 자체가 승조원 301명의 생명을 건 위험한 행동이었다”고 주장했다.

A씨는 파병 임무를 수행하다 보면 갑자기 작전 수요가 생길 수도 있다고 하면서도 그 전에 ‘철저한 준비’가 선행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작전 경험이 있는 지역도 매번 준비가 필요한데, 처음 방문하는 기항지라면 보다 면밀히 현지 상황을 살폈어야 한다는 것이었다. 통상 작전 해역을 벗어난 것이 집단감염의 원인이었다는 설명이다.

청해부대 기항지는 오만의 샬랄라항, 높은 방역수준 유지...청해부대원 데려온 수송기도 새로운 기항지로 급파돼

A씨의 설명에 따르면, 청해부대 기항지는 통상 오만의 샬랄라항이다. 미국 등 많은 나라 군함들이 모이는 곳이어서 정박에 필요한 시설도 잘 구비돼 있고, 방역 수준도 높다. 그런데 무슨 이유에서인지 방역은커녕 인프라 상황조차 파악이 안 된 장소에 백신도 맞지 않은 장병들을 보냈다는 것이다. A씨의 주장이 사실이라면 군 당국이 납득할 만한 설명을 내놔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된다.

실제로 청해부대원 301명을 수송해온 공군 다목적 공중급유수송기 KC-330 '시그너스'도 오만의 샬랄라항이 아닌, 새로운 기항지로 급파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따라서 “누가, 왜, 무슨 이유로” 문무대왕함을 그 쪽으로 파견했는지 밝혀져야 할 것으로 보인다.

서욱 국방부 장관 등 주요 군 관계자가 지난 20일 성남공항에 착륙한 다목적공중급유수송기 앞에서 청해부대 34진 장병을 향해 손을 흔들고 있다. 청해부대 34진은 아프리카 현지에서 문무대왕함 내 코로나19 확산으로 인해 조기 귀국했다. [사진=연합뉴스]
서욱 국방부 장관 등 주요 군 관계자가 지난 20일 성남공항에 착륙한 다목적공중급유수송기 앞에서 청해부대 34진 장병을 향해 손을 흔들고 있다. 청해부대 34진은 아프리카 현지에서 문무대왕함 내 코로나19 확산으로 인해 조기 귀국했다. [사진=연합뉴스]

 

A씨는 “해상 작전을 하는 부대 특성상 백신 보관이나 접종 뒤 이상 반응에 대처하기가 어려웠다”는 군당국의 설명에 대해서도 선을 그었다. 백신 접종 의지만 있다면 우방국의 도움을 충분히 받을 수 있는 사안이라는 것이다. 또 “접종 부작용을 우려했다는 군 당국의 해명도 이해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어차피 백신을 맞으려면 우방국 항구에 정박해야 한다는 것이다. 미리 작전 일정을 조정해 기항 기간을 늘리면 백신을 접종한 뒤 이상 여부도 너끈히 체크할 수 있다는 것이 A씨의 주장이다. 한마디로 “변명이나 다름없는 해명”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국민의힘이 요구하는 ‘국정조사’에서 이런 문제들이 낱낱이 밝혀져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국민의힘 대변인, “국방부의 꼬리 자르기 막으려고 국정조사 요구서 제출”

국민의힘 전주혜 대변인은 26일 논평에서 "국방위를 열어 서욱 장관을 상대로 청해부대 집단감염 사태의 책임을 추궁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국민의힘이 국정조사 요구서를 제출하는 근본 이유에 대해 “국방부가 감찰에 착수했다고 하지만 셀프조사로 꼬리 자르기, 제식구 감싸기, 솜방망이 처벌에 그칠 것”이라며 “국정조사를 통해 청해부대가 왜 나라 없는 부대처럼 방치가 됐는지 낱낱이 밝히고자 한다. 정부·여당의 즉각적인 협조를 요구한다"고 밝혔다.

전 원내대변인은 "아덴만 여명작전의 신화를 창조한 청해부대가 정부의 무능, 무관심 속에 장병의 90%가 코로나에 집단감염 돼 전투불능 상태로 귀국했다"며 "어제 확진자가 1명 늘어 총 272명이 확진된 상태"라고 지적했다.

국민의힘 전주혜(왼쪽부터), 추경호, 신원식 의원이 26일 국회 의안과에 '청해부대 34진 집단감염 사태 진상규명을 위한 국정조사 요구서'를 제출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국민의힘 전주혜(왼쪽부터), 추경호, 신원식 의원이 26일 국회 의안과에 '청해부대 34진 집단감염 사태 진상규명을 위한 국정조사 요구서'를 제출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그는 "지난 6월 문재인 대통령이 '북한이 동의한다면 북한에 백신을 공급하겠다'고 했던 사실을 되돌아보면 더욱 기가 막힌다"며 "이번 참사는 명백한 인재(人災)"라고 비판했다.

전 원내대변인은 "부하들을 사지로 몰아넣은 국방부장관과 합참의장의 즉각적인 경질을 다시 한번 촉구한다"면서 "국방부는 안일한 판단과 늦장·부실 대응으로 화를 자초했다"고 저격했다. 국민의힘은 ‘이역만리로 파병된 장병들에게 단 1개의 백신도 보내지 않은 점과, 판별력이 정확한 항원키트 대신 항체키트만 실어 보낸 점’에 대해 집중 추궁할 것으로 알려진다.

전 원내대변인은 청와대에 대해서도 강도 높은 질타를 가했다. "청와대는 언제나 그랬듯 책임을 떠넘기기에 급급했다"며 "문재인 대통령은 23일 SNS로 반성·책임·대책없는 맹탕 사과를 했다. 국민 눈높이를 핑계로 국군통수권자로서, 국가재난컨트롤타워 수장으로서의 책임을 피했다"고 성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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