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슈퍼 갑(甲) 상임위원장'이자 입법 게이트인 국회 법제사법위원장직에 대한 더불어민주당의 꼼수에 국민의힘이 연신 물을 먹는 모습이 연출될 것으로 예상된다.
그동안 국민의힘은 법사위원장직을 갖고 오려고 무던히 애를 썼는데, 간신히 확보한 법사위원장직에 대해 더불어민주당이 의석수를 앞세워 '빈수레'로 만들겠다는 의지를 지난 26일 밝혔기 때문이다.
더불어민주당의 고용진 수석대변인은 이날 오후 국회에서 열린 당 고위전략회의가 끝난 후 만난 기자들에게 "(법사위 기능 자체를 제한하는) 국회법 개정을 관철시킬 것"이라며 "법사위원장을 국민의힘에 넘겼다는 우려가 있는데 (체계·자구 심사 기한을) 120일에서 향후 60일로 개정하고, (이 기간을 넘기면) 간사간 협의 및 5분의3 동의로 본회의에 바로 보내는 방법이 있다"라고 알렸다.
민주당이 밝힌 법사위원장 무력화 방안은, 바로 법사위원장의 체계·자구 심사 심사권의 축소다. 체계·자구 심사권이란 해당 국회 상임위원회에서 의결한 법안이 이와 연계된 기타 법과의 충돌 여부를 확인(체계)하고 해당 법안에 적시된 문구가 적정한지 심사(자구)하는 기능을 뜻한다. 법사위의 이 기능을 '5분의3 동의 과정'의 조건으로써 자동으로 본회의 넘기겠다는 뜻이다.
한마디로, 그동안 여당이 독점했던 법사위원장직을 야당에 넘김으로써 야당 요구를 충족했지만 정작 의석수를 앞세운 여당의 입법권을 통해 그 기능을 원천적으로 무력화하겠다는 것.
그런데, 지난 23일 국민의힘이 이같은 술수를 미처 파악하지 못한 모습이 포착됨에 따라 야권 지지자들의 분노가 재차 유발될 것으로 보인다.
여야 원내대표는 이날 21대 국회 전반기 상임위원장을 재배분하기로 합의함에 따라 국민의힘이 내년 대선 이후 법사위원장직을 맡을 것을 약속했다.
더불어민주당의 윤호중 원내대표와 국민의힘의 김기현 원내대표는 이날 국회에서 박병석 국회의장 주재 하에 이같은 내용에 합의했는데, 김기현 원내대표는 이날 "협상이라는 건 다 만족스러울 수는 없기 때문에 어떻게 보면 아쉬울 수 있다"라면서 "우리가 법사위원장을 국회 하반기에 한다는 합의를 이끌어낸 것에 의미가 있다"라고 자평한 것이다.
김 원내대표는 지난 4월30일 신임 원내대표로 선출된 직후 "(민주당이 독식한)국회 상임위원회 위원장 자리도 돌려줘야 할 의무가 있다"라며 법사위원장 탈환 의지를 피력했었다. 정작 탈환했지만, 민주당이 법사위원장 무력화 의지를 밝히면서 결국 여야간 협상은 무의미한 협상이 된 것으로 보인다.
그동안 국회 법사위원장직은 국회가 개원할 때마다 여야 중 누가 갖고오는가를 두고 줄다리기가 있어왔다.
그 이유는 법사위원장 자리가 입법게이트 역할을 했기 때문이다. 현행 국회법 제86조 제1항에 따르면, 국회 상임위원회에서 법률안의 심사를 마치거나 입안했을 때 법제사법위원회에 회부해 체계와 자구에 대한 심사를 거쳐야 한다라고 명시돼 있다. 법안의 최종 관문 격인 셈이다.
한편 지난 23일 여야 합의안에 따르면 더불어민주당이 국회운영위원회·법제사법위원회·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외교통일위원회·국방위원회·행정안전위원회·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보건복지위원회·정보위원회·여성가족위원회 위원장을 맡고, 국민의힘은 정무위원회·교육위원회·문화체육관광위원회·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환경노동위원회·국토교통위원회·예산결산특별위원회 위원장을 맡는다.
조주형 기자 chamsae9988@pennmik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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