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명 객원 칼럼니스트

7월 28일 자 문재인 대통령 지지율이 6.9%p 급락했다고 한다. 급락했다는 지지율이 얼마인가 보니 41.7%다. 이전 지지율이 50%에 육박했다는 소리다. 게다가 이번 여론조사 결과에 의하면 전국적으로 지지율이 떨어지는 와중에 서울만큼은 문 대통령과 더불어민주당에 대한 흔들림 없는 지지를 보여줬다. 심지어 서울은 문 정권에게 이전보다 3.8%p 상승한 42.8%의 지지세를 보여줬다. 불과 석 달 전 오세훈 서울시장이 단 3개 동을 제외한 모든 행정구역에서 압승했던 4.7 보궐선거가 마치 아득한 전설인 양 느껴진다. 이유인즉 간단하다. 민주당 지지자들이 그날 투표장에 나오지 않은 것이다.  
 
문재인 정부 초기, 70%를 넘나드는 문 대통령에 대한 지지율을 보며 많은 보수가 의아해했다. 밀레니엄 시대 진입 이후 저런 지지율을 본 적이 없었기 때문이다. 그런 와중 2017년, 일부 네티즌들이 인터넷 커뮤니티에서나 문제를 제기하던 수준의 네이버 댓글 여론조작이 ‘드루킹 특검’ 성사로 실체가 증명됐다. 네이버가 구글처럼 ‘검색기반’으로 메인화면을 바꾸고, 네이버 댓글 정책도 수시로 수정하는 것을 보면서 뭐가 있긴 있나 보다 했었다. 70%에 달하는 지지율을 갖고도 민노총의 국민 생활을 인질 삼는 점거시위에도 쓴소리 한마디 하지 못하는 것이나, 프랑스 마크롱 대통령이 높은 지지율을 기반으로 사회·경제·노동 분야 개혁을 시도하고 있는 것과는 다르게 보수 정권이 채워놓은 곳간으로 선거철마다 인심 쓰기에만 바쁜 것을 보며 의구심은 점차 확신으로 바뀌어 갔다. 보수 진영에서 ‘여론조사 조작’, ‘선거부정’ 논란이 식지 않는 이유다.  
 
특히 요즘은 식당이나 길거리에서도, 젊은층 위주의 SNS상에서도 문재인 대통령을 향한 수위 높은 힐난을 어렵잖게 듣고 볼 수 있다. 온-오프라인에서 엿보는 민심과 괴리되는 41% 지지율의 출처가 이제는 ‘순수하게’ 궁금한 이유다. 필자가 특히 놀란 부분은 10·20대가 주 뉴스 소비층인 ‘인사이트’와 같은 SNS 소식지에서 ‘문재인 대통령이 방탄소년단을 대통령 특사로 임명했다’는 뉴스의 댓글들이었다. 대다수의 친구들이 ‘숟가락 얹는 것 하나는 끝내주쥬?’, ‘또 짜파구리 먹으려 하네 ^^. (영화 <기생충>이 미국 오스카를 석권하자 청와대가 배우들을 초청해 영화 속 요리인 짜파구리를 대접한 일을 비꼰 것)’ 등 문 대통령의 속 보이는 쇼통에 혀를 찼다.  
 
이러한 조류가 의미하는 바가 뭘까? 결론부터 말하자면 역설적이게도 문재인 대통령이 안정적인 통치기반을 가진 기득권 정치인이 됐다는 것이다. 무슨 소리냐고? 잘 생각해보자. 우리에게도 그런 시절이 있었다. 선명한 보수표를 15% 가져간 이회창 총재와의 단일화 없이도 이명박 대통령은 2배 가까운 득표율로 정동영 당시 후보에게 승리했다. 그런데도 인터넷상에서 이 대통령은 처음부터 ‘쥐박이’로 불리며 안티의 대상이었다. 2009년 당시 연고전에서는 고대 측에서 자랑스러운 동문인 김연아 선수를 응원구호로 외칠 때 연대에서 “이명박! 이명박!”으로 응수하며 ‘김연아’ 구호를 잠재웠다. 대학생들 사이에서 집권여당 대통령을 배출한 대학이 조롱의 대상으로 통했다는 것이다.   

그런 시절이 또 있었다. "박근혜 45% 콘크리트 지지율". 당시 정치평론가들은 '앞으로 이 정도 지지율을 임기 동안 박 대통령 만큼 유지하는 대통령은 나오기 힘들 것이다고 평하기도 했다. 박 대통령 지지율의 근간에는 박정희 신화가 있고, 인정할 수 있든 없든 간에 박근혜는 이 나라에 다시 없을 대통령인 박정희의 피와 정신을 가장 세게 이어받은 정치인이었기 때문이다. 오죽했으면 좌익 미디어오늘을 위시한 좌익 인터넷 언론 매체들에서 '도저히 무너뜨릴 수 없는 성'을 원망하는 어조로 박 대통령 지지율 분석 기사를 써댔을까. 적의 원망 자체가 인정이다. 그러나 역시 박근혜 대통령은 처음부터 인터넷에서고 오프라인에서고 '닭그네' 였다. 다만 박 대통령은 문재인 대통령과 다르게 그 공고한 지지율을 기반으로 미래세대를 위한 ‘공무원 연금개혁’, ‘노동개혁’ 등을 밀어붙였었다. (결국 그것이 공무원을 등 돌리게 했고, ‘민노총 6만’ 의 탄핵 집회 인원동원 등 결국 박 대통령의 목을 조르는 일이 됐지만 말이다.) 
 
어쨌든 그 시절에는 젊은이들과 ‘진보세력’의 기에 눌려 표현하지 않는(혹은 드러내지 않는) 조용한 다수가 보수를 지지했다. '조용한 다수'가 한때는 보수를 일컫는 의미로도 쓰이곤 했다. 다시 말하자면 이제는 한국에서 ‘조용한 다수’란 기이하게도 진보를 의미하는 용어가 돼버린 것이다. 군부독재 나라 수준의 맥락 없는 지지율 조작도, 선거판을 뒤엎을 정도의 부정선거도 아닌 문재인 대통령이 이제 진정한 의미의 기득권 통치자가 된 것이다. 그것도 우리나라에서 가장 많은 인구수를 자랑하는 40·50세대의 콘크리트 지지율을 갖고있는. 보수 집권 시절 부모세대의 정치 지향이 싫어서 반항적으로 진보를 지지했던 젊은이들이 시간이 흘러 부모세대가 됐다. 586의 자식들이 그 반대 기제로 문재인 대통령을 싫어하는 것은 당연한 이치다. 탄핵의 여파로 20·30 세대가 민주당을 광적으로 지지했던 시기가 비정상적이었던 시기였다.  
 
그래서 내년 선거는 결코 국민의힘과 보수 야권에 유리하지 않다. 오히려 보수 진영이 좇아가는 모양새다. 당장 수도 서울의 민주당 지지세만 봐도 그렇다. 특히 내년에는 대선이 치러지는 3월로부터 세 달 후 지방선거가 치러진다. 지방선거는 전국 시·도지사와 교육감, 그리고 광역·기초 의원들을 뽑는 중요한 선거다. 문제는 새로 선출된 대통령의 취임식이 열리는 달에 지방선거가 치러진다는 점이다. 잘못하다간 지독한 제로섬 게임이 될 수밖에 없다. 그리고 어떤 정당이 독식하든 간에 독식의 폐해는 결국 나오기 마련이고, 그 피해는 오롯이 국민 몫이다.  
 
따라서 요즈음 보이고 있는 것처럼 당대표의 독주와 그로 인한 원내 의원들 사이에 터져 나오기 시작한 볼멘소리, 밖에서 꽃가마 태워주길 기다리는 범야권 대선 1위 후보, 그를 향한 국민의힘 당내 대권 후보들의 저격, 서울시장 선거가 치러진 지 벌써 100일이 지나가고 있는데 여전히 힘을 모을 생각은커녕 (소문으로는) 합당 협의체 내에서 어깃장을 놓으며 서울시에 청구서만 들이미는 국민의당…. 여러모로 싸한 기분이 들기 시작한다.  
 
국민의힘의 지긋지긋한 구태와 폐단에 실망한 국민이 민주당에 정권을 넘겨준 지 어언 4년 차다. 권불십년이라는 말이 무색하게도 현 집권여당이 나라를 경영할 능력은커녕 자격 역시 결여된 집단임이 매일같이 드러나고 있다. 오죽했으면 현 대통령이 임명한 검찰총장과 감사원장이 자신의 역할을 정직하게 수행했다는 죄로 탄압당한 끝에 스스로 옷을 벗고 대선에 출마하는 슬픈 상황까지 연출될까. 그리고 불과 4년 전에 국민의 심판을 받았던 국민의힘이 현 정권의 폭정을 막아내고 국가를 정상화해야 하는 유일한 대안으로서 막중한 임무를 맡게 됐다.  
 
그러나 문재인 대통령 지지율에서 볼 수 있는 것처럼 보수 야권의 단일 후보만 되면 대통령 자리는 떼놓은 당상인 것으로 생각하면 모두가 망한다. 솔직히 말하면 여당의 백신 수급 차질과 부동산 실정이 아니었으면 지지율은 여전히 60%대를 오갔을 것이다. 보수 진영 전체에 명확한 현실 인식과 자기객관화가 필요한 시점이다. 그리고 바로 그 지점에서 정권교체의 가능성이 싹틀 것이 분명하다.

여명 객원 칼럼니스트 (서울시의원·국민의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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