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과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27일 오전 판문점에서 악수하며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2018.04.27(사진=연합뉴스)
문재인 대통령과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27일 오전 판문점에서 악수하며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2018.04.27(사진=연합뉴스)

문재인 정부의 신(新) 북풍 몰이가 지난달 27일부터 전격 시작됨에 따라 한미연합군사훈련이 다시금 중단 조짐을 보이고 있다.

특히 현 집권여당 소속 국회의원들은 문재인 정부 들어 이미 맥이 끊어진 한미연합훈련을 또다시 중단시키기 위해 지난달부터 여론전(輿論戰)에 전격 나섰는데, 그 배후에 눈길이 쏠리고 있다. 도대체 이같은 행위의 근원은 어디일까.

우선 청와대 핵심 관계자는 2일 오후 서면 브리핑을 통해 "남북 통신연락선은 한반도의 안정과 평화를 위하여 유지돼야 한다"라며 "북미 간 대화를 통한 한반도 평화프로세스의 실질적 진전을 위해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알렸다.

군 관계자 역시 이날 "한미 간 상호 협의에 따라 결정될 것"이라고 알렸다. 즉, '축소될 수 있다'라는 것. 지난달 27일 남북 통신연락선이 복구됨에 따라 신(新) 북풍이 시작됐는데, 오는 8월부터 시작되는 한미연합훈련(10일 위기관리참모훈련·CMST, 16일 본훈련)을 미루겠다는 의지로 읽혀진다.

더불어민주당과 열린민주당 의원들이 1일 서울 여의도 국회소통관에서 문재인 정부의 평화협상을 위해 8월 한미연합군사훈련의 연기를 촉구하고 있다. 2021.7.1(사진=연합뉴스)
더불어민주당과 열린민주당 의원들이 1일 서울 여의도 국회소통관에서 문재인 정부의 평화협상을 위해 8월 한미연합군사훈련의 연기를 촉구하고 있다. 2021.7.1(사진=연합뉴스)

이에 맞춘듯, 현 집권여당은 지난달 1일부터 이미 여론전에 나선 상태다. 더불어민주당 내 민주평화국민연대(민평련) 소속 등 범여권 국회의원 76명은 이날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한미연합군사훈련의 연기를 강력하게 촉구한다"라고 밝혔다.

여기서 눈여겨 볼 인사는, 바로 윤미향 의원과 김두관·이규민·우상호·송갑석·정청래·정춘숙 의원 등이다. 반미(反美) 강성 운동권 단체 '전국대학생대표자협의회(전대협)' 4기 의장 출신인 송갑석 의원과 우상호 의원을 비롯해 반미 성향의 한국여성단체연합 소속이었던 정춘숙 의원이 눈에 띈다. 이들 중 동국대학교 재학 중 '반미구국전선'이라는 이념단체에 가담했다가 옥고를 치렀던 이규민 의원도 확인됐다.

펜앤드마이크는 지난 2월28일자 <[탐사기획] 與 "한미연합군사훈련 중단"왜 이리 집착하나... 배후 '반미구국전선' 정체 추적>와 지난 3월7일자 <[탐사기획] 與, 8일 한미연합훈련 반대 "주한미군 철수가 노동자 해방의 길"?>에 걸쳐 그들 일부가 속했던 '반미구국전선'이라는 단체의 내막을 낱낱이 해부한 바 있다.

당시 기자가 밝혔던 주요 증거로는, 반미구국전선이 찍어냈던 불온 문건 '구국의 광장'과 '새날' 사본인데, 이 문건의 내용은 모조리 북한의 대남 심리전 방송 '구국의 소리방송'을 청취해 만든 것이라고 당시 공안당국은 판단했다.

기자는 지난해 중순, 법조계와 문화계 등을 통해 '반미구국전선'의 불온문건인 '구국의광장'을 입수했다. 2021.03.07(사진=조주형 기자)
기자는 지난해 중순, 법조계와 문화계 등을 통해 '반미구국전선'의 불온문건인 '구국의광장'을 입수했다. 2021.03.07(사진=조주형 기자)

놀랍게도 해당 문건에서는 ▲주한미군 철수 ▲반미(反美) 자주 ▲자주·민주·통일 ▲민족대단결 ▲국가보안법 철폐라는 북한의 주장과 일맥상통하는 내용이 실려 파문이 일기도 했었다. 문제의 내용 일부를 공개하자면, 다음과 같다.

#1. 미군 철수는 한반도 평화와 평화통일의 전제다. 미국은 지난 40여년 간이나 이 땅에 군대를 주둔시키고 실제적인 주인행세를 하고 있다. 미국의 전쟁준비소동으로 말미암아 한반도에는 어느시기에 핵전쟁이 터질지도 모를 긴박한 정세가 조성되고 있으며 그것은 조국통일의 전망을 더욱 어둡게 하고 있다.

#2. 한반도에서 첨예한 군사대치 상태를 완화하고 평화를 보장하며 통일의 전제를 마련하기 위해서는 당사자인 미국이 이북과의 회담을 통해 평화와 통일의 기본장애요인인 주한미군의 철수를 실현해야 한다.

#3. 자주사상의 기치를 높이들고 반미반파쇼 구국투쟁의 새 전기를 마련하자! 우리 민중의 반미자주화 투쟁은 어떤 총칼로서도 정복할 수 없는 운동의 주류를 이루게 되고 미국의 한국강점과 식민지 자체를 원천적으로 부정하는 투쟁으로 더욱 심화 발전했다.

기자는 올해 초, 문화계와 법조계 등을 통해 '반미구국전선'이 작성했다고 알려진 불온문건 '새날'의 사본 일부를 입수했다.2021.05.08(사진편집=조주형 기자)
기자는 올해 초, 문화계와 법조계 등을 통해 '반미구국전선'이 작성했다고 알려진 불온문건 '새날'의 사본 일부를 입수했다.2021.05.08(사진편집=조주형 기자)

#4. 미국 침략세력은 이땅을 영원한 저들의 식민지 군사기지로 만들기 위해 핵전쟁 준비와 두개의 한국 조작책동에 계속 집착하고 있다. 양키 침략자들과 군부파쇼독재자들에게는 티끌만한 기대와 환상도 가져서는 안된다.

#5. 대화와 전쟁훈련은 양립할 수 없다! 우리 국민은, 침략군의 한국 강점과 국군이 양키침략군들에게 군작전지휘권을 빼앗김으로써 범죄자인 침략전쟁의 제물로, 용병으로 이용당하는 민족적 모욕을 더는 용납할 수 없다. 양키침략군은 핵무기를 무조건 즉각 철수해야 한다.

#6. 팀스피리트 훈련은 훈련규모와 내용, 그 양상만 봐도 한국을 보호하기 위한 방어훈련이 아니라 이북을 선제타격하기 위한 예비전쟁, 핵전쟁훈련이라는 걸 잘 알 수 있다. 이는 우리 민족의 생존자체를 위협하는 가장 파괴적이고도 야만적인 전쟁준비 책동이다.

#7. 조국 통일 차단하는 국가보안법 전면 즉각 철폐하라!

5일 오전 경기도 평택시 캠프 험프리스 윤게이트 앞에서 열린 '한미연합군사훈련 중단ㆍ주한미군주둔비 폐지 평화의 1만보 행진 선포 기자회견'을 마친 참가자들이 행진하고 있다.2021.03.05(사진=연합뉴스)
5일 오전 경기도 평택시 캠프 험프리스 윤게이트 앞에서 열린 '한미연합군사훈련 중단·주한미군주둔비 폐지 평화의 1만보 행진 선포 기자회견'을 마친 참가자들이 행진하고 있다.2021.03.05(사진=연합뉴스)

지금으로부터 무려 30여년 전인 지난 1990년대 초 이같은 행각을 벌였던 이들이 국회에 입성했는데, 여전히 '한미연합훈련 연기'를 요구하고 있는 상태다. 이들은 이미 지난 2월 한미연합훈련 연기를 촉구하는 성명을 냈었다.

민주당 당대표의 당부도 이들의 여론전을 막기에는 역부족인 모습으로 비춰지고 있다. 송영길 민주당 당대표는 지난 2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 참서해 "(한미 합동훈련은) 北 김여정 부부장이 말한대로 적대적 훈련이 아니라 평화 유지를 위한 방어적 성격의 훈련"이라면서 "예정대로 진행될 수밖에 없다"라고 일축했었다는 일례 때문이다.

하지만 실상 그는 지난 6월17일 국회 본청 앞에서 '남북공동선언 국회비준동의 및 종전선언 평화협정 촉구 기자회견'에 참석했던 인물이다. 즉, 한미연합훈련의 장기적인 중단 및 정전체제 붕괴론에 대해서는 이들의 의견과 맥이 닿아있다고도 볼 수 있다.

지금까지의 취재를 종합하면, 현 집권여당의 이같은 여론이 누적됨에 따라 문재인 정부는 향후 한미연합훈련 중단의 명분을 마련하기에 좋은 여건을 포착하게 될 것으로 보인다.

이에 펜앤드마이크는 '국민의 알 권리'를 위해 지난달 1일 '한미연합훈련 연기'를 촉구하는 데에 이름을 올렸던 현역 국회의원들의 이름을 모조리 공개한다.

더불어민주당 송영길 대표와 윤호중 원내대표, 정의당 배진교 원내대표 등이 17일 국회 본청 계단 앞에서 열린 남북공동선언 국회 비준 동의 및 종전선언과 평화협정 체결 촉구 기자회견에 참석하고 있다. 2021.6.17(사진=연합뉴스)
더불어민주당 송영길 대표와 윤호중 원내대표, 정의당 배진교 원내대표 등이 17일 국회 본청 계단 앞에서 열린 남북공동선언 국회 비준 동의 및 종전선언과 평화협정 체결 촉구 기자회견에 참석하고 있다. 2021.6.17(사진=연합뉴스)

더불어민주당 65인

고영인·권인숙·기동민·김교흥·김두관·김민기·김상희·김성주·김승남·김승원·김영진·김영호·김용민·김원이·김정호·김한정·민병덕·박상혁·박영순·박완주·서영교·서영석·설·훈·소병훈·송갑석·송옥주·신동근·신영대·신정훈·안민석·안호영·양경숙·어기구·오영훈·우상호·우원식·위성곤·유기홍·유동수·윤관석·윤영덕·윤후덕·이규민·이동주·이용빈·이용선·이원택·이장섭·이정문·이탄희·이학영·이해식·이형석·인재근·임오경·정청래·정춘숙·조오섭·주철현·진성준·최종윤·허·영·허종식·홍익표·홍정민.

정의당 6인 : 강은미·류호정·배진교·심상정·이은주·장혜영.

열린민주당 3인 : 강민정·김의겸·최강욱.

무소속 2인 : 윤미향·양정숙.

조주형 기자 chamsae9988@pennmik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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