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 한미연합훈련 중단시 남북관계 상응조치 의향"
“북, 곡물사정 악화로 전시 비축미를 절량세대와 기관, 기업소 근로자까지 공급해”

박지원 국가정보원장이 3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정보위원회 전체회의에 출석하고 있다.(연합뉴스)
박지원 국가정보원장이 3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정보위원회 전체회의에 출석하고 있다.(연합뉴스)

국가정보원은 3일 최근 남북통신연락선 복원에 대해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요청으로 이뤄진 것”이라고 밝혔다.

여야 정보위 간사인 더불어민주당 김병기, 국민의힘 하태경 의원에 따르면 국정원은 이날 국회 정보위 전체회의에서 “남북이 통신연락선을 통해 매일 두 차례 정기적으로 통화하고 있으며, 서해 군 통신선을 통해 7월 29일부터 매일 한 차례 중국 어선의 불법 조업 정보를 교환하고 있다”며 “(함정 간) 국제상선통신망은 오늘부터 정상적으로 교신이 이뤄진다고 했다”고 했다.

국정원은 북한측의 태도 변화 배경에 대해 “지난 4월부터 남북 정상 간 두 차례 친서 교환을 통해 남북 간 신뢰회복과 관계개선 의지를 확인했다”며 “판문점 선언 이행 여건을 탐색하기 위한 목적도 있는 것 같다”고 했다. 앞서 로이터통신은 지난 29일(현지시간)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이 10여 차례 서신을 교환했다고 익명의 관계자들을 인용해 보도한 바 있다.

이어 “지난 5월 한미정상회담 이후 한미 당국 간 긴밀한 대북정책 조율 결과를 주시하며 우리정부가 향후 북미관계 재개를 위해 역할을 해주기를 기대한 측면도 있다”고 덧붙였다.

국정원은 북한이 미북회담 전제조건으로 광물 수출 허용, 정제유 수입 허용, 생필품 수입 허용을 요구하고 있다고 밝혔다. 생필품에는 평양 상류층 배급용인 고급 양주와 양복도 포함된다고 하 의원은 설명했다.

국정원은 남북정상회담 가능성에 대해 “우리가 제안한 바가 없다”고 선을 그었다. 앞서 로이터통신은 서훈 국가안보실장과 박지원 국정원장, 그리고 북한 김여정이 남북정상의 친서 교환에 관여했다고 보도했다. 김병기 의원은 회의 후 브리핑에서 “화상회의는 보도된 대로 (북측에) 제의를 했고, 화상회의는 정상회담이 아닌, 실무회담을 얘기하는 것”이라며 “정상회담을 제의한 적은 없다”고 했다.

남북이 판문점 공동연락사무소 설치를 추진한다는 로이터통신 등의 보도에 대해서도 “그런 사실이 없다”고 했다.

지난 1일 김여정 노동당 제1부부장이 한미연합훈련의 중단을 촉구하는 담화문을 발표한 것에 대해서는 “북한이 근본 문제로 규정한 한미연합훈련에 대한 선결 입장을 재차 강조한 것”이라고 했다. 김 의원은 “박지원 국정원장이 ‘한미훈련의 중요성을 이해하지만, 대화의 모멘텀을 이어가고 북한의 비핵화라는 큰 그림을 위해 한미훈련 (중단요구)에 유연하게 대응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국정원은 “한미가 연합훈련을 중단할 경우 남북관계 상응 조치 의향을 표출한 것”이라며 “북한은 한미 간 협의와 우리대응을 예의주시하며 다음 행보를 할 것”이라고 했다. 김 의원은 “박 원장은 ‘다양한 정보를 종합할 때 북한이 지난 3년간 핵실험을 하지 않고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을 발사하지 않았는데 미국이 상응조치를 안 해줬다는 것에 불만이 쌓인 것으로 보인다며 대북제재를 유예해 북한의 불신을 해소해 줘야 대화유인이 가능할 것’이라고 했다”며 “그런 취지로 한미연합훈련도 유연하게 대응하는 것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밝힌 것”이라고 설명했다.

국정원은 최근 김정은이 공개석상에서 뒤통수에 파스를 붙이고 나와 건강 이상설이 제기된 것에 대해 “패치는 며칠 만에 제거했고 흉터는 없었다”고 했다.

이어 “가벼운 걸음걸이와 깊숙하게 허리룰 숙여 인사하는 장면들을 볼 때 건강 이상 징후는 없는 것으로 판단한다”고 밝혔다.

김여정에 대해선 “대남·대외 담화를 수시로 발표하는 등 외교·안보에 대한 총괄적 위상을 과시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북한의 경제 동향에 대해선 “금년도 곡물 부족 사정이 악화하자 전시 비축미를 절량세대를 비롯해 기관, 기업소 근로자까지 공급하고 있다”며 “주민들이 민감해하는 쌀 등 곡물 가격을 통제하고 있다”고 했다.

또한 “7월 중순 이후 지속된 폭염으로 인명, 농축산 피해가 발생하고 있다”며 “7월 1일~9월 10일 사이에 진행되는 북한군 하계훈련을 정상적으로 개시했으나 폭염으로 야외훈련을 최소화하고 피해 복구 지원을 하고 있다”고 했다.

국정원은 “북한의 지난해 산업 가동률은 석탄 수출 중단, 광산 침수, 원자재 부족 등으로 예년 대비 5%p 하락한 25%에 불과했다”며 “올해 상반기 5개년 계획의 첫해 목표 달성 결과 시멘트, 제철 등이 예년에 비해 다소 증가할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또한 “북한의 종합시장 개장률은 작년 절반 수준인 29%, 길거리 시장은 광역 통제로 폐쇄됐으며, 무역은 8억 6000만 달러로 2019년 32억 4000만 달러 대비 4분의 1로 감소했다. 북중무역은 6575만 달러 규모로 지난해와 비교해 84%가 급감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북한 내 코로나19 발생 징후는 아직까지 없다”고 했다.

양연희 기자 yeonhee@pennmik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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