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 윤호중 원내대표와 법제사법위원회 간사인 박주민 의원. (사진=연합뉴스)
더불어민주당 윤호중 원내대표와 법제사법위원회 간사인 박주민 의원. (사진=연합뉴스)

더불어민주당이 그동안 입법 게이트 역할을 해오던 국회 법제사법위원장 자리를 국민의힘에 양보했는데, 정작 이를 껍데기로 만드는 법안을 4일 내놨다. 한마디로, 그동안 '단물만 쏙 빼먹고' 남은 껍데기를 넘긴 셈이다.

더불어민주당 소속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간사인 박주민 의원은 이날 법사위의 체계자구심사권 폐찌를 골자로 하는 국회법 개정안(2111913)을 발의했다. 여기에는 민주당 소속의 박성준·유정주·윤영덕·이탄희·장경태·정춘숙·정필모·최혜영·홍정민 의원이 이름을 올렸다.

주요 내용은 법제사법위원회의 '체계·자구 심사제도 폐지'인데, 체계·자구 검토는 국회사무처 소속 법제전문기구에 요구한다는 게 민주당 의원들의 복안이다.

이번 사태의 심각성을 알기 위해서는, '체계·자구 심사권'이 무엇인지부터 알 필요가 있다. '체계·자구 심사권'이란 ▲ 국회 상임위원회에서 의결된 법안이 이와 연관된 타 법안과 충돌하는지 확인(체계)하고 ▲ 해당 법안에 적시된 법조항 등이 적정한지 심사(자구)하는 기능을 뜻한다.

그동안 이 기능을 발휘 해왔던 핵심 직책은,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위원장이다. 국회법 제86조제1항에 따라 일명 '입법 게이트(gate)' 역할을 해왔던 '체계·자구 심사' 조항을 이번 법개정을 통해 폐지하겠다는 것.

박병석 국회의장과 더불어민주당 윤호중 원내대표(왼쪽), 국민의힘 김기현 원내대표가 23일 추경안과 상임위원장 배분 등을 논의하기 위해 국회 의장실에서 만나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2021.7.23(사진=연합뉴스)
박병석 국회의장과 더불어민주당 윤호중 원내대표(왼쪽), 국민의힘 김기현 원내대표가 23일 추경안과 상임위원장 배분 등을 논의하기 위해 국회 의장실에서 만나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2021.7.23(사진=연합뉴스)

그런데, 이번 입법 개정안 속 민주당의 속셈은 따로 있다. 지난해 4월, 현 집권여당은 무려 180여석에 달하는 의회권력을 독차지함으로써 국민의힘 등 야당 협조가 없더라도 헌법 개정안을 제외한 모든 법안의 일방 통과가 가능한 상태가 됐다.

이런 상황에서 입법 게이트 역할을 할수 있는 법제사법위원회 위원장 자리를 미래통합당(국민의힘 전신)이 요구해왔었고, 지난 4월30일 국민의힘 원내대표로 김기현 의원이 선출되면서 강경투쟁 의지를 내비치기도 했다.

그러자 송영길 민주당 당대표는 지난달 28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개혁 입법을 전제로 (국민의힘에) 넘긴다. 이번 8월25일 상임위원장 선출 전 개혁 법안이 통과되지 않으면 법사위를 넘길 수 없다"라고 알렸다.

즉, 이번 법안 개혁에 동의하지 않으면 법사위원장직을 넘기지 않겠다는 뜻인데, 민주당의 법안 개혁에 국민의힘이 동의하더라도 박주민 의원의 무력화 법안 발의로 인해 법안 심사 기능이 온전히 살아있는 법사위원장직을 받을 가능성은 거의 없을 것으로 보인다.

지난달 23일, 여야 원내대표 회동에서 합의했던 국회 상임위원장 배분 문제에 대해 국민의힘이 법사위원장 직을 갖고 오는 것으로 합의했었다.

하지만 결국 의석수를 앞세운 민주당이 법사위 무력화 법안을 발의함으로써 국민의힘은 '속 빈 강정' 격인 법사위원장직을 받지 않을 수 없는 상황에 처하게 됐다.

제21대 국회 첫 상임위원장 선출을 위한 본회의가 열린 15일 미래통합당 의원들이 본회의장 앞에서 들어서고 있는 더불어민주당 의원들을 향해 항의 구호를 외치고 있다. 2020.6.15(사진=연합뉴스)
제21대 국회 첫 상임위원장 선출을 위한 본회의가 열린 15일 미래통합당 의원들이 본회의장 앞에서 들어서고 있는 더불어민주당 의원들을 향해 항의 구호를 외치고 있다. 2020.6.15(사진=연합뉴스)

 

조주형 기자 chamsae9988@pennmik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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