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0대 진보 대학생 이야기 [유태선 시민기자]
40대 진보 대학생 이야기 [유태선 시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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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속되는 구직난과 수도권 집값 폭등으로 경제적 어려움에 직면한 젊은이들 사이에 기성 세대에 대한 반감이 전례 없이 심각한 수준에 이르고 있다.

20대 청년들의 불만은 기성 세대 중 주로 40대와 50대에게 집중되어 있는데 이들의 눈에 비친 1970년대에 태어난 40대들과 1960년대에 태어난 50대들은 완전히 다른 유형의 사람들이다.

현재 대한민국을 주도하는 586세대에 대한 젊은이들의 평가를 들어 보면 이기적인 꼰대, 민주화 팔이, 강남좌파 등 그들의 도덕성에 대한 원색적 비난이 난무한다. 반면 1970년대에 태어난 40대들에 대한 비판은 무엇이 대한민국에 유리한지 제대로 판단하지 못 하는 그들의 피상적 근시안적 사고방식에 집중된다.

과거 위 세대들에게 "저 인간들 도대체 왜 이래?"라는 소리를 듣던 40대, 소위 X세대들이 이제는 아래 세대들에게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멍청한 꼰대들이 진보 타령하면서 젊은 척 한다"는 비난을 받고 있다.

이렇게 젊은이들의 X세대에 대한 반감이 커짐에 따라 "40대 진보 대학생"이라는 신조어가 등장하기에 이르렀다.

"얼굴에는 주름이 가득한 40대 아저씨들이 정치학의 '진보'가 무슨 의미인지 전혀 모르면서 '보수'에 대한 맹목적인 반감을 자랑스럽게 드러내고 스스로 아직도 대학생이라고 착각하면서 젊은 이들 못지 않게 쿨한 척 하지만 사소한 일에 발끈하는 것은 70대 노인들에 못지 않다."

그렇다면 우리나라의 고위직을 완전히 장악한 586세대와 달리 예체능 이외의 분야에서는 큰 두각을 나타내지 못 하고 있는 X세대는 왜 노무현, 문재인을 열렬히 지지해 왔을까? 이들의 성장 과정을 살펴 보지 않고서는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비합리적 현상이다.

1970년대에 태어난 40대들은 이전 세대들과 달리 고등교육을 받은 어머니의 뜻에 따라 피아노, 주산, 서예, 웅변 등 학교에서 가르쳐 주지 않는 것들을 방과 후에 배웠던 첫 세대이다. 이들의 어린 시절은 그 이전 세대들이 감히 상상할 수 없었던 행복한 나날들이었다.

1990년 독일 통일, 1991년 소련 붕괴 이후 대한민국 언론들은 이념의 시대는 가고 실용의 시대가 왔다며 이제는 정치가 아니라 경제가 중요하다고 이야기하기 시작했다. 현재의 40대들은 이미 대학 생활을 해 보았던 부모님의 뜻에 따라 법학, 경영학, 의학, 공학 분야를 전공으로 선택했었고 순수학문을 선택한 경우에도 외국어, 컴퓨터 등 실용적 기술 습득에 몰두했다.

문학, 역사, 철학 공부는 인생에 별 도움이 안 된다는 어른들의 견해에 따라 인문학에 큰 관심을 보이지 않던 이들에게 "너희들은 지금까지 잘못된 역사를 배워 왔어"라고 이야기하면서 처음 보는 대학 선배들이 미소 띈 얼굴로 접근한다. 어차피 한국 역사에는 아무런 관심이 없었지만 매주 술을 사 주는 마음씨 좋은 선배들에게 김일성은 독립운동가였고 박정희는 친일파였다는 새로운 사실을 귀에 인이 박히도록 듣게 된다.

1997년 12월 3일 대한민국 정부의 IMF 구제금융신청은 현재의 40대들 대부분이 처음으로 정치에 관심을 가지게 만든 큰 사건이었다. 어릴 때부터 "너는 누구를 닮아서 이 모양이냐"고 야단 치시던 당당하다 못해 오만하기까지 했던 부모님이 당장 생계 유지에 급급해 하는 모습을 목격한다.

어쩌면 대학 입학 전에 학교에서 배웠던 역사가 거짓이고 몇 년 전에 졸업한 대학 선배들이 이야기해 주었던 각종 비사가 역사의 진실일 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기 시작한다.

"너희들은 시대를 잘 타고 태어나서 자유로운 대학 생활을 하고 있다"고 수도 없이 지적했던 대학 선배들은 공부와 담을 쌓고 지냈으면서도 자신이 취업할 곳을 직접 선택했었고 현재의 직장에서 순탄하게 잘 지내고 있는데 70년대생들은 취업을 위한 무한경쟁에 직면하게 되면서 우울증에 시달리게 되고 '대4병'이라는 신조어까지 회자된다.

어렵게 취업한 직장에서 이들은 학교에서 배웠던 내용들이 거의 쓸모가 없다는 것을 발견한다. 여기에 더하여 숫자가 훨씬 많은 60년대생들에 밀려 인사적체를 겪게 되고 고등학교 때 문제아로 분류되었던 친구들이 연예계에서 맹활약하는 모습을 바라 보면서 지금까지 부모님과 선생님의 말씀을 그대로 믿고 따랐던 것이 잘못된 결정이 아니었을까 하는 회의감에 젖는다.

행복했던 어린 시절과 대조적으로 이들의 성인 시절은 계속되는 어려움의 연속이다. 노무현 정부 시절의 집값 급등 추세에 당황한 이들은 막대한 부채를 떠 안으며 내 집을 마련한다. 그런데 노무현의 뒤를 이어 이명박이 대통령에 취임한 이후 주택가격이 하락하기 시작하자 이들은 주택담보대출 상환에 대한 심적 압박을 느끼며 전전긍긍한다.

2009년 5월 23일 이웃집 아저씨 같은 노무현이 스스로 목숨을 끊자 X세대들은 (우리 회사 전무님과 어딘지 모르게 비슷한) 이명박이 무리한 검찰수사를 통하여 노무현을 죽인 것이라고 생각한다.

아버지가 화를 내시면 어머니가 일단 사과하는 모습을 보며 자랐던 이들에게 아내와 말다툼 끝에 절망하여 스스로 목숨을 끊은 노무현은 호랑이 같이 무서운 아내의 눈치를 보면서 살고 있는 나와 다를 바 없다는 점에서 그 어떤 대통령보다 친근감이 가는 인물이다.

이명박의 뒤를 이어 대통령에 취임한 박근혜는 이들이 보기에 전임자들보다 나이는 어리지만 더욱 구시대적이다. 애국심, 국가안보, 역사관 등 과거 냉전 시대 용어들을 자주 사용하는 대한민국 최초의 여자 대통령은 매일 돈 걱정하면서 실용적인 분야에 관심이 있는 나와는 완전히 다른 세계에 살고 있는 것이 분명하다.

아마도 현재의 40대들은 영어로 외국인과 직접 의사소통이 가능한 대한민국 최초의 세대일 것이다. 하지만 악센트가 부정확하고 자음동화와 구개음화가 섞여 있는 이들의 영어는 한국인을 만나 본 적이 없는 외국 사람들이 쉽게 알아들을 수 없다.

러시아, 중국 등 공산주의 국가들에 대한 아무런 지식이 없는 이들은 업무차 영어권 사람들과 자주 접촉하면서 "나에게 돈을 받아야 할 때는 내 영어를 잘 알아듣다가 나에게 돈을 주어야 할 때는 내 영어를 못 알아듣는 척 하는 일부 미국인들의 얄팍함"에 분노하게 된다.

이에 비하면 중국의 지방 도시에 출장을 가면 현지인들이 나를 얼마나 친절하게 맞아 주었던가 - 이념 교육을 제대로 받아 본 적이 없는 X세대들은 자신들이 만나는 사람들이 10억이 넘는 중국인들 중 특별히 선택된 사람들이라는 것을 전혀 알아 차리지 못 한다 - 라고 회상하며 막연한 친중 정서를 갖게 된다.

전세계인들과 경쟁하는 동시에 협력해야 하는 40대 직장인들의 눈에 영어를 한마디도 못 하는 부모님 세대의 미국 선호 현상은 조선 시대 유생들의 명나라에 대한 사대와 다를 것이 없다.

"도대체 우리 아버지는 미국 사람들이 무슨 이야기를 하는지 알아 듣기나 하면서 미국을 좋아하시는 것일까?"

마찬가지로 현재 20대들의 시각에서 보면 소위 X세대들은 엉터리 영어로 가까스로 자신의 의사를 전달하기만 할 뿐 미국인들의 진정한 의도는 파악하지 못 하는 ENGLISH PATIENT들이다.

성인이 된 후 장기간에 걸친 어려움을 겪던 40대들은 2017년 5월 문재인이 대통령이 된 후 최저임금 인상, 집값 상승, 정년 연장 등을 통하여 소득과 자산이 크게 증가하자 비로소 마음의 평화를 얻는다.

"부모님과 선생님의 말씀을 충실히 따랐음에도 성인이 된 후의 내 인생은 얼마 전까지 계속 가시밭길이었는데 문재인의 무언가 앞뒤가 맞지 않는 정책이 나와 내 가족에게 너무도 유리한 결과를 가져다 주었다."

이제 어느 정도 여유를 되찾은 40대들은 IMF 이전 대학생 시절 쾌활했던 자신의 모습을 떠올리며 즐겁게 살아가려 노력하는 동시에 현 세태에 부정적인 20대들을 보며 다음과 같이 생각하고 있다.

"스스로 알아서 생계를 유지하라는 이명박과 박근혜에 비해 내가 하지 말아야 할 것을 미리 규정해 주는 문재인은 내 머리 속을 가볍게 해 주어서 좋다. 내 인생에서 가장 즐거웠던 시절은 부모님이 내 생활을 철저히 감시하던 학생 때가 아니었던가?"

"그런데 요즘 젊은 친구들은 왜 이렇게 입만 벌리면 문재인을 욕하는지 도저히 이해가 안 간다. 아무래도 나이에 비해 젊게 살고 있는 내가 '라떼는 말이야'로 시작되는 여러 가지 좋은 이야기들을 들려 주면서 젊은이들이 펜앤드마이크와 같은 보수 언론에 선동되지 않도록 지도해야 할 것 같다."

유태선 시민기자 (개인사업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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