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화점이나 대형마트에 입점한 업체들 매출이 감소했다면, 임차인의 요구만으로도 임대료를 낮춰야 하는 내용의 표준거래계약서 개정이 5일 이뤄졌다.

공정거래위원회는 이날 "매장 임차인과 유통업자가 함께 상생으로 나아가도록 하기 위한 적극 행정의 일환"이라며 유통 분야 매장 임대차 표준거래계약서를 개정했다고 밝혔다.

대상은 백화점과 대형마트 등 대형유통업체들이며, 매장 임차인이 본인의 귀책 사유 없이 매출이 현저하게 줄어든 경우 이들에게 임대료의 감액을 요청할 수 있는 절차가 마련됐다는 것이 개정 내용이다.

그러나 본인의 귀책 사유에 해당하지 않는 내용들을 살펴보면 범위가 매우 넓어 크고 작은 분쟁이 예상된다.

공정위에 따르면 임차인은 매장 주변 환경이 변화하거나, 유통업자의 요청으로 매장 위치·면적·시설이 변경되어도 임대료 감액 요청을 할 수 있다. 물가가 뛰어 원재료 공급에 타격을 입어도 임대료 감액이 가능하다. 기타 경제 여건의 변화가 있을 경우에도 유통업자들은 임차인의 임대료 감면 요청에 응해야 한다.

유통업자는 감액 요청을 받고 14일 안에 임차인과 협의를 시작해야 한다. 협의를 시작하지 않거나 협의 중단 의사표시를 할 경우 임차인은 분쟁 조정을 신청할 수 있다.

나아가 공정위는 임차인의 중도계약 해지에 따른 위약금에도 제약을 걸었다.

앞으로 코로나19로 인한 불황, 판매 부진 등으로 임차인이 계약을 중도 해지할 경우, 유통업자가 청구할 수 있는 위약금은 3개월 치 임대료·관리비 합계액을 넘을 수 없다. 만약 중도해지로 인한 직접적인 손해액이 더 크더라도 유통업체는 그 이상의 위약금을 임차인에게 청구할 수 없게 된다.

공정위는 유통업자가 협의 없이 너무 많은 관리비를 청구하는 것을 막기 위해 관리비·시설 사용료의 월평균 예상 비용을 계약 체결 전에 임차인에게 서면 통보하도록 했다.

이외에도 유통업자와 임차인이 공동으로 한 판매 촉진 행사에서 임차인 분담 비율이 50%를 넘으면 초과분은 유통업자가 부담해야 하며, 유통업자가 납품업체 등의 종업원을 사용하는 것을 금지하고 보복조치 금지 규정을 위반한 경우 법원 결정에 따라 최대 3배를 배상해야 한다.

이에 관련 업계에선 "매출이 급감해도 평생 백화점과 대형업체의 입점업체가 가능해지는 역효과가 발생할 수 있다"며 우려를 표하고 있다. '상생'이라곤 하지만 결국 이런저런 이유로 정부가 사적계약에 칼을 대 입점업체의 매출이 줄어드는 타격을 대형마트 등에 전가해버리면 오히려 공멸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홍준표 기자 junpyo@pennmike.com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저작권자 © 펜앤드마이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