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경기도지사 (사진=연합뉴스)

이재명 경기도지사가 6일 “만약 저에게 (민주당의) 대선 경선 완주와 도지사 유지 둘 중 굳이 하나를 선택하라면 도지사직을 사수할 것”이라며 지사직 사퇴 압박에 초강수를 뒀다. 

이는 앞서 이상민 더불어민주당 대선 경선 선거관리위원장이 한 라디어 인터뷰에 출연해 “사실 이재명 후보가 지사직을 갖고 있지만, 마음은 콩밭에 가 있지 않으냐”며 사실상 사퇴 필요성을 언급한 데 따른 반응이다. 

이재명 후보의 지사직 사퇴론은 같은 대권주자이자 지사직을 지내던 원희룡 후보가 제주도지사직을 사퇴하면서 한차례 불거졌다. 당시 원 전 지사는 “도정을 책임 있게 수행하는 것과 당내 경선을 동시에 치르는 것은 제 양심과 공직 윤리상 양립할 수 없다”며 이 지사에 대한 우회적인 비판을 내놨다. 

그러자 이 지사는 즉각 페이스북을 통해 “월급만 축내면서 하는 일 없는 공직자라면 하루라도 빨리 그만두는 게 모두를 위해 바람직하다”며 날 선 반응을 내놨고 “공직을 책임이 아닌 누리는 권세로 생각하거나 대선 출마를 사적 욕심의 발로로 여기시는 것 같아 안타깝다”며 역공을 펼치기도 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범여권에서 가장 유력한 대권주자로 손꼽히는 이 지사가 경선 완주를 포기하는 한이 있어도 지사직을 지키겠다는 강경 발언을 내놓은 것은 이례적이다. 가능성은 현저히 낮지만, 극단적인 경우에는 경선 불참도 불사하겠다는 것으로 해석될 여지가 있기 때문이다. 

정치권에서는 이 지사의 이 같은 ‘강공’은 단순히 지사직 사수를 향한 의지를 넘어 당내 역학구도에서 주도권을 잡겠다는 의도에서 비롯된 것이라는 분석을 제기하고 있다. 이른바 ‘반명연대’라는 이름의 ‘반이재명’ 세력의 계속되는 흔들기에 절대 휩쓸리지 않겠다는 의지를 분명히 보이겠다는 것이다. 

실제 이 지사는 바로 직전까지 이른바 ‘음주운전 2회’ 논란에 휘말리면서 협공에 시달렸고 급기야 100만원 이하 벌금까지 포함된 범죄·수사경력 회보서를 언론에 공개하는 일까지 벌어졌다. 이 지사 입장에서는 본인의 결백을 입증하는 데 성공했지만, 증명서까지 공개해가며 의혹에 해명해야 하는 상황이 달가울 수는 없다. 그만큼 유력 주자로서의 입지가 위태롭다는 징후로 받아들여질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분위기 속에서 여당의 경선 선관위원장이 직접 지사직 사퇴 필요성을 거론하는 것 또한 이 지사 입장에서는 ‘이재명 흔들기’의 신호로 인식될 여지가 많다. 결국 이 지사는 ‘경선 완주 포기’라는 초강수까지 둬가며 ‘반명연대’의 힘을 빼놓으려 했던 것으로 풀이된다. 

연장 선상에서 이 지사가 최악의 경우까지 대비하고 있는 것이 아니냐는 관측도 조심스럽게 나오고 있다. 여당 경선이 소위 ‘진흙탕 싸움’으로 번지면서 여권을 둘러싸고 계속해서 경선 불복과 당 분열의 우려가 지속적으로 나오고 있는 상황이다. 하지만 실제로 이 지사나 다른 여당 후보가 경선에 불복해 독자출마를 할 가능성은 사실상 없을 것이라는 것이 정치권의 중론이다. 

한편 이재명 지사의 대권가도에 있어 추미애 전 법무부 장관이 미칠 영향에 대해서도 주목하는 이들이 많다. 여당 내 ‘경선후보 검증단’ 설치를 둘러싸고 이낙연 후보와 정세균 후보가 합세해 찬성 목소리를 내고 있는 가운데 추 전 장관은 “배가 산으로 갈 수 있다”며 반대 입장을 펴 사실상 이재명 지사의 손을 들어줬다. 이를 두고 정치권에서는 ‘반명연대 vs 명추연대’로 세 싸움이 재편되고 있다는 시각도 힘을 얻고 있다.

지선윤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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