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는 9일부터 13일까지 닷새 간 중국 내륙 닝샤 회족자치구
진행 중인 미·중 대립 국면에서 러시아와의 '밀월관계' 과시할 목적도

중국 인민해방군을 사열 중인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사진=로이터)
중국 인민해방군을 사열 중인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사진=로이터)

중국 인민해방군이 오는 9일부터 러시아군(軍)과의 합동 군사훈련을 시작한다. 아프가니스탄에서의 미군 철수가 예정돼 있는 상황에서 이슬람 과격파에 대한 준비 태세를 강화하기 위함이다.

‘서부·합동2021’이라는 명칭이 붙은 이번 군사훈련은 중국 내륙에 위치한 닝샤(寧夏) 회족(回族)자치구에서 열릴 예정이다. 회족은 중국 내 소수 민족 가운데 하나로써 무슬림(이슬람교 신자)이 된 한족(漢族) 또는 무슬림으로써 한족에 동화돼 중국어를 사용하는 이들을 말한다. 이번 훈련은 오는 9일부터 13일까지 닷새 동안 지속될 예정이나, 일부 인민해방군 육군 부대에서는 이미 훈련이 개시된 상태다.

중국 정부는 이번 훈련의 목적을 중국 인민해방군의 대(對)테러 작전 능력 향상에 있다고 설명했다. 지난 2001년 9·11사태를 계기로 시작된 ‘테러와의 전쟁’ 이래 아프가니스탄에 진주(進駐)한 미군의 아프가니스탄 철수가 본격화함에 따라 아프가니스탄을 중심으로 한 중앙아시아 지역에서의 이슬람 과격파 활동이 점차 활발해지고 있기 때문이다.

중국 정부는 특히 중국 국외에 거점을 두고 중국 신장·위구르 자치구의 독립 운동을 벌이고 있는 위구르 독립파 무장 조직 ‘동(東)투르키스탄·이슬람운동’(ETIM)을 경계하고 있다. ‘동(東)투르키스탄’은 신장·위구르 독립파 세력이 신장·위구르 지역을 일컫는 말이다. 중국 정부는 지금까지 발생한 한족과 위구르족(族) 간 유혈 분쟁에 ETIM가 개입했다고 주장해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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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군과 러시아군의 합동 군사훈련이 실시될 예정인 닝샤회족자치구(붉은 색 표시)와 아프가니스탄(파란 색 표시), 신장·위구르자치구(주황 색 표시)의 위치.(지도=구글맵)

중국 정부는 지역 정세 불안정이 자신들이 추구하는 대외 패권 전략인 ‘일대일로’(一帶一路) 사업에도 지대한 영향을 미치게 될 것으로 판단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이에 지금껏 미국의 아프가니스탄 주둔을 비난해 왔던 중국 정부는 이번엔 ‘미군 철수’를 비난하고 나섰다. 우첸(吳謙) 중국 국방부 대변인은 지난달 29일 “미국은 아프가니스탄 정세에 책임이 있으며, (아프가니스탄에서) 도망침으로써 그 짐을 주변국들에 전가하지 말라”고 말하기도 했다.

중국은 아프가니스탄의 무장 세력인 탈레반과의 유대 관계 강화에도 힘쓰는 모양새다. 왕이(王毅) 중국 외교부 부장은 지난달 28일 중국의 수도(首都) 베이징(北京)의 위성도시 톈진(天津)에서 탈레반의 주요 간부 중 한 사람인 압둘 가니 바라다르를 만나 ETIM 등 중국 내 이슬람 소수민족의 독립 운동을 전개하고 있는 이슬람 무장 조직에 대한 단속 강화를 주문했다.

한편, 이번 군사훈련을 주관하는 중국 인민해방군 서부전구(西部戰區)의 사령관으로 지난 6월 쉬치링(徐起零) 육군 중장(中將, 우리나라의 ‘육군 중장’에 상당)이 취임했다. 쉬치링은 지난해 5월 인도 북부 짐무카슈미르 지역에서 일어난 인도-중국 간 국경분쟁에서 강경 대응을 주장한 인물로써, 서부전구 사령관 취임 후인 지난 7월 중국 인민해방군 육군 상장(上將, 우리나라의 ‘육군 대장’에 상당)으로 1계급 승진했다.

러시아군이 이번 군사훈련에 참가하는 데에는 현재 진행 중인 미·중 간 분쟁 국면에서 중·러 양국이 협조하고 있음을 서방 세계에 암시하기 위한 목적이 있는 것으로 해석되고 있다.

박순종 기자 francis@pennmik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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