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쿄지방재판소 민사5부, 오는 10월14일 첫 번론기일 열기로 결정
재판부, "北, '미승인 국가'에 해당해 주권면제 대상 안 된다"는 원고 측 주장 인용
1960~1970년대 '귀국사업'으로 북한 갔다가 탈출한 재일교포 등 5명, 5억円 규모

북한 김일성 정권과 재일본조선인총연합회(조총련) 등이 계획, 추진한 ‘재일조선인 귀국사업’의 일환으로 소위 ‘귀국선’(歸國船)을 타고 북한으로 갔다가 2000년대 탈북(脫北), 일본으로 돌아온 재일교포 등 5명이 북한 정권을 상대로 제기한 손해배상 청구 소송에서 이 사건을 심리 중인 도쿄지방재판소 민사5부(부장 이가라시 아키히로·五十嵐章裕)가 변론 개시를 결정하고 오는 10월 첫 변론 기일을 열기로 했다(東京地方裁判所 平成30ワ267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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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도쿄지방재판소.(사진=로이터)

가와사키 에이코(川崎榮子·79) 씨 등 이 사건 소송을 대리 중인 일본 현지 변호사들로 구성된 북조선귀국사업재판변호단(北朝鮮歸國事業裁判辯護團)은 지난 5일 공표한 보도자료에서 이같이 밝혔다. 지난 2018년 8월20일 이들이 일본 법원에 소(訴)를 제기한 지 3년여 만이다. 변호인단은 그간 6차례의 준비서면을 제출했고, 서류들을 면밀히 검토한 재판부가 오는 10월14일께 첫 변론 기일을 열기로 했다고 이들은 설명했다.

이 사건 원고는, 지난 1960년부터 1970년 사이, 소위 ‘귀국선’을 타고 북한으로 향한 가와사키 씨 등 탈북(脫北) 재일교포 5명이고 피고는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북한)이다. 국제법상 ‘외국 정부’는 타국 재판소의 관할 대상이 될 수 없다는 원칙(주권면제)이 있으나, 이 사건 재판부는 북한 정권이 국제적으로 ‘국가’의 지위를 얻지 못한 ‘미승인 국가’에 해당하는 만큼(‘외국’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주장), 일본 법원에 그 관할이 있으며, 준거법 역시 일본의 법률이 돼야 한다는 원고들의 주장을 인용해 재판을 열기로 했다.

이 사건 원고들은 도항(渡航) 당시 북한 정권과 조총련 등의 허위 선전에 넘어간 것이며, 북한에 도착한 후 탈북 때까지 수십년 간 출국을 허가받지 못함으로써 기본적 인권을 거의 향유하지 못하는 환경에서 생활하는 것을 강요당한 점(국가에 의한 유괴 행위), 원고들이 탈북한 후에도 북한에 남은 원고들의 가족이 북한을 벗어나는 것을 허가받지 못한 상태가 지속되고 있고 가족들과의 면회·교류가 일제 불가한 상황이 해결되지 못하고 있는 점(출국 방해 행위)에서 피해가 발생했다며, 북한 정권에 5억엔(우리 돈 약 50억원 상당)의 배상 책임이 있다고 주장했다.

일본 법률상 ‘납치 행위’에는 불법 행위의 시효가 적용되지 않는다.

이들은 또 북한을 방문했다가 북한 정권에 의해 억류당한 상태에서 가혹 행위를 당하다가 귀국 직후 사망한 미국인 대학생 오토 웜비어가 미국 법원에 북한 김정은을 상대로 소를 제기한 전례를 참고했다고 밝히기도 했다.

이 사건 재판부는 소장(訴狀)을 받을 상대방의 주소가 없는 점을 고려해 법원 게시판에 재판 관련 사안을 알리는 서류를 일정 기간 게재하는 ‘공시송달’(公示送達)의 방식으로 재판을 진행하기로 결정했다.

재일교포들을 실은 소련 여객선 크레리옹호가 일본 니가타항(港)을 출항해 북한 청진항으로 향하고 있다.(사진=일본 정부 사진공보 1960년 1월15일 호)
재일교포들을 실은 소련 여객선 크레리옹호가 일본 니가타항(港)을 출항해 북한 청진항으로 향하고 있다.(사진=일본 정부 〈사진공보〉 1960년 1월15일 호)

지난 1959년 12월14일 첫 ‘귀국선’이 일본 니가타항(港)을 떠난 이래 1984년 소위 ‘귀국사업’이 종료될 때까지 총 180여 차례 총 9만3340명의 재일교포가 ‘귀국선’을 통해 북한으로 넘어갔다.

당시 조총련은 재일교포들을 상대로 ‘북한은 지상낙원’이라는 취지의 허위 선전을 했으며, 하류층에 속해 있던 수많은 재일교포, 그 가운데에서도 남한 출신 재일교포들이 북한으로 가게 됐다.

펜앤드마이크는 앞서 지난 2019년 12월12일 소위 ‘귀국사업’ 개시 60년을 맞아 기획 기사 <재일교포 북송 60년, “그곳은 ‘지삭낙원’이긴커녕 ‘생지옥’이었다”…아직도 끝나지 않은 아픔>을 통해 북한 정권과 조총련이 벌인 ‘귀국사업’의 경위와 내용, 실태를 고발한 바 있다.

박순종 기자 francis@pennmik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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