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끌'(영혼까지 끌어모음) '빚투'(대출로 투자) 광풍 속에서 가계대출이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있다. 특히 제2금융권 대출이 폭증하는 등 연초부터 금융당국이 공언한 강력한 대출 억제가 먹히지 않고 있다는 지적이다.

금융위원회가 11일 내놓은 '가계대출 동향' 잠정치에 따르면 올해 들어 지난달까지 7개월간 전체 금융권의 가계대출 증가액은 78조8천억원으로 작년 같은 기간(45조9천억원)보다 32조9천억원(71.6%) 늘었다.

이는 코로나19 이전이었던 2019년 1∼7월 증가 폭(23조7천억원)의 3.3배에 달하는 수준이다.

이처럼 올해 가계대출이 급증한 것은 작년의 경우 농협, 보험, 저축은행, 여신전문사 등 제2금융권 대출이 올해 7개월간 27조4천억원 늘었기 때문이다. 잇따른 은행의 신용대출 규제 강화에 따라 생활자금 수요 등이 상호저축은행 등 비은행권으로 이동하는 '풍선효과'라는 분석이다.

가계대출 증가율은 가파르다. 작년 11월부터 올해 3월까지 5개월간 8∼8.5% 범위에서 움직이던 가계대출 증가율은 4월부터 7월까지 4개월간은 9.6∼10%까지 치솟았다. 

이에 금융당국은 지난달부터 더 강력한 대출 조이기에 나섰지만, 낮은 금리탓에 가계대출 증가세를 꺾긴 쉽지 않아 보인다.

금융당국 가계대출을 억제하기 위해 은행권의 개인별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40% 적용 대상을 규제지역(투기·과열지구 및 조정대상지역 등)의 6억원이 넘는 주택으로 확대했고, 지난 5월부터는 종전 상호금융권에만 적용했던 비주택 담보대출의 주택담보대출비율(LTV) 70% 규제를 은행 등 전체 금융권으로 확대했다. 은행권은 신용대출 한도를 줄이고 우대금리를 축소했다.

나아가 은성수 금융위원장은 지난달 28일 부동산 영끌 빚투를 억제하기 위해 가계대출 증가율을 연간 5∼6%로 관리하겠다고 했다. 감독 수단을 동원해 금융권 전체의 가계대출 총량을 억제하겠다는 뜻이다.

그러나 부동산 시장과 주식시장에서 영끌, 빚투 열풍은 여전하다. 한국의 가계부채는 지난 1분기 말 기준 국내총생산(GDP) 대비 90.3%로 규모와 증가 속도에서 모두 세계 최고 수준으로 평가되고 있다.

이에 전문가들은 정부의 과도한 유동성 공급을 지양하고 한국은행의 선제 금리 인상을 주문하는 등 제언을 내놓고 있으나, 아직까지 금융당국은 시중 은행권들을 상대로 대출수요만 억제하려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홍준표 기자 junpyo@pennmik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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