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슬람 무장 조직 탈레반이 장악한 아프가니스탄 쿤두즈와 타카르 지역에서 탈출한 난민들. 아이들이 먹을 것을 얻기 위해 손 내밀고 소리를 지르고 있다. (사진=AFP 연합뉴스)
이슬람 무장 조직 탈레반이 장악한 아프가니스탄 쿤두즈와 타카르 지역에서 탈출한 난민들. 아이들이 먹을 것을 얻기 위해 손 내밀고 소리를 지르고 있다. (사진=AFP 연합뉴스)

미군(美軍)이 철수하자 이슬람 무장 조직 탈레반이 아프가니스탄 제2의 도시 칸다하르를 포함해 국토의 65%를 점령했다. 탈레반이 수도 카불에 진입할 가능성까지 거론된다. 아프간이 2001년 9.11 이전으로 다시 돌아가는 것이다.

AP통신은 13일(현지 시간) 아프간 제2의 도시 칸다하르와 제3의 도시 헤라트가 탈레반에 함락됐다고 보도했다. 같은날 AFP통신은 탈레반이 로가르주(州)의 주도(州都) 풀리 알람도 장악했다고 전했다. 수도 카불에서 남쪽으로 50㎞밖에 떨어지지 않은 곳이 탈레반 수중에 들어간 것으로 마치 '월남 패망'의 날처럼 카불도 곧 함락되리란 전망이 나온다. 영국 가디언지는 "탈레반의 칸다하르 점령이 확인되면서 아프간이 사이공 함락과 비교되고 있다"고 했다.

국제사회는 탈레반이 아프간 전역을 다시 접수할 날이 멀지 않았다고 보고 있다. 

아프간 상황은 조 바이든 미 대통령이 지난 4월 "미국의 가장 긴 전쟁을 끝내야 할 때"라며 미군 철수를 발표하자마자 악화를 거듭해 왔다. 그간 미군이 훈련과 장비를 지원했음에도 정부군 약 30만명을 수하에 두고 있는 아프간 정부는 분열과 부패, 그리고 무능으로 이 같은 자원을 제대로 활용하지 못했다. 그 결과 탈레반은 미군의 철수 완료 시한인 이달 31일을 2주가량 남긴 시점에 아프간 국토의 65% 이상을 점령했다. 

미 국무부는 이날 현재 4200명 수준인 주아프간 대사관 인력을 대폭 줄일 것이라고 밝히면서 "핵심 외교 인력만 남기고 철수할 것"이라고 했다. 미 국방부는 철수를 돕기 위해 해병대와 육군 보병대 등 추가 병력 약 3000명을 급파한 상태다. 미 정부는 미군에 협조했던 아프간 현지 통역관과 그 가족 등의 철수도 돕기 위해 추가 병력 투입도 계획 중이다.

영국 국방부도 자국민 약 4000명의 철수를 돕기 위해 병력 600여명을 파병한다. 캐나다 등 여타 주요 서방국가들도 주아프간 대사관 폐쇄와 모든 인력 철수를 위해 특수부대 파병을 결정했다.

이슬람 무장단체 탈레반의 재집권에 아프간 주민들은 본격적으로 대탈출을 감행하고 있다. 유엔국제이주기구(IOM)에 따르면 이미 500만명이 넘는 사람들이 탈레반의 공격으로 거처를 잃었고, 35만9000명의 난민이 발생했다. 아동 구호 단체 세이브더칠드런은 아프간 어린이 7만2000명이 탈레반 점령지를 떠나 수도 카불의 난민촌에 정착한 상태라고 전했다.

아프간은 20년 전인 2001년 이전으로 돌아가게 된다. 당시 미 부시 정부는 9.11 테러에 즉각 대응에 나서며 '테러와의 전쟁'을 천명했고 아프간의 탈레반 정권을 몰아냈다. 이슬람 원리주의자들인 탈레반은 전근대의 신정국가 관점에서 여성과 어린이 인권을 강도 높게 탄압해 왔다. 대표적으로 여자 어린이는 기본 교육을 일체 받을 수 없었고, 성년이 돼도 취업 활동이 불허됐기에 평생 집 안에 갇혀 살아야 했다. 탈레반 치하에서 여성은 남성 보호자 없이는 외출이 불가능하다. 

일반 주민들 역시 공개 처형과 가혹 행위를 일삼는 탈레반의 공포정치에 억눌려 살았다.

국제사회는 아프간의 신세대가 탈레반 재집권 이후 처음 겪어보는 공포정치에 극심한 충격을 받을 것이라 우려한다. 지난 20년간 크게 개선됐던 아프간의 여성·어린이 인권은 20년 전으로 돌아가게 된다. 실제로 탈레반은 최근 새로운 지역을 점령할 경우 가장 먼저 학교를 장악했다. 이 가운데 여학교는 문을 닫거나 아예 불태웠다. BBC는 "현재의 아프간 젊은이들에게 탈레반 체제는 상상할 수도 없는 지옥이 될 것"이라고 했다.

김진기 기자 mybeatles@pennmik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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