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레반, 여성 인권 존중한다더니 "부르카 미착용 여성 총살" (폭스뉴스 캡쳐)

아프가니스탄 정권을 탈취한 탈레반이 18일(현지시간) "이슬람 율법 학자가 여성의 역할과 여학생의 등교 허용 여부 등을 결정할 것"이라며 "아프가니스탄은 민주주의 국가가 아니다"라고 선포했다.

전날 탈레반이 '여성 인권 존중'을 선언한 이후 불과 몇 시간 뒤, 한 여성이 '부르카'를 입지 않았다는 이유로 총살해 국제 사회의 지탄을 받자 이같이 선포한 것이다.

탈레반 고위급 인사인 와히둘라 하시미는 이날 로이터 통신과 인터뷰에서 이같이 밝히며 "여성이 히잡을 쓸지 부르카를 입을지 아니면, 아바야에 베일을 착용할지 그런 것은 율법 학자의 결정에 달려있다"고 말했다.

아바야는 검은 천으로 목부터 발끝까지만 가리는 복장이며, 부르카는 검은 천으로 얼굴 전체를 가린 복장을 말한다.

하시미는 이런 정책을 결정할 율법 학자 위원회가 존재한다면서 "아프간 국민 99.99%가 무슬림이며 우리는 이슬람법을 적용해야 한다"고 했다.

전날 탈레반 대변인인 자비훌라 무자히드는 기자회견에서 "이슬람법의 틀 안에서 여성의 권리를 존중할 것"이라면서 여성의 취업과 교육도 허용할 계획"이라고 밝힌 바 있다.

그러나 탈레반의 이같은 '여성 존중'은 하루를 넘기지 못하고 충격적인 사건으로 보도됐다.

이튿날 폭스뉴스는 아프간 타크하르주 주도 탈로칸에서 한 여성이 부르카 없이 외출했다가 총격을 받아 숨졌다고 보도했다.

또 다른 도시에선 탈레반이 부르카로 몸을 가리지 않았다는 이유로 식료품을 사러 나온 여성을 위협해 다시 집으로 들여보내는 모습이 포착되기도 했다.

탈레반에 '권리 보호' 요청 시위하는 아프간 여성들

한편 아프칸에선 국제사회에 도움을 호소하는 여성들의 목소리가 끊이지 않고 있다. 

전 아프간 여자 축구대표팀 주장인 칼리다 포팔은 탈레반의 통치 속에 살아남기 위해선 사회관계망서비스(SNS)와 신분증을 없애고 축구 장비 또한 태워버리라고 19일 호소했다. 

포팔은 아프간 여성축구협회 공동 창립자로 덴마크 코펜하겐에 거주하고 있다.

포팔은 "탈레반은 과거 여성을 살해하고 강간하고 돌팔매질했다"면서 "여자 축구 선수들은 앞으로 어떻게 될지 두려워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아프간 여자 축구선수들에게 이런 호소를 하는 게 매우 고통스러운 일이라면서 현재 이들이 위험에 처했을 때 도우러 갈 사람이 전혀 없다고 호소했다. 

이에 국제축구연맹(FIFA) 측은 "아프간축구연맹 및 관련자들과 연락을 취하고 있으며 현지 상황을 주시하고 관련 지원을 제공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미국과 영국, 유럽연합(EU) 등 18개국도 "우리는 아프간 여성, 소녀들, 그들이 교육을 받고 일할 권리, 이동의 자유에 대해 깊이 우려한다"며 이들의 안전을 보장하라고 촉구하고 나섰다.

이들은 "아프간 여성과 소녀들은 다른 모든 아프간인과 마찬가지로 안전, 안도, 존엄성 속에서 살 자격이 있다"면서 "어떤 형태의 차별과 학대도 막아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국제사회에서 우리는 인도적 원조와 지원으로 그들을 돕고, 그들의 목소리가 들릴 수 있도록 보장할 준비가 돼 있다"라고 덧붙였다.

탈레반은 1996∼2001년 집권 당시, 이들은 이슬람 샤리아법(종교법)을 앞세워 엄격하게 사회를 통제했다.

춤, 음악, TV 등 오락이 금지됐고 도둑의 손을 자르거나 불륜을 저지른 여성을 돌로 쳐 죽게 하는 벌도 허용됐다. 특히 여성은 취업 및 각종 사회 활동이 제약됐고 교육 기회가 박탈됐다. 외출할 때는 부르카를 착용해야 했다. 남성의 동행 없이는 외출도 불가능했다. 

홍준표 기자 junpyo@pennmik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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