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의 양경수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주노총) 위원장에 대한 구속영장 집행 무산은 문재인 정권 스스로 무너뜨린 대한민국 법치(法治)의 현실을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양 위원장은 올해 5∼7월 서울 도심에서 여러 차례 불법시위를 주도한 혐의(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률 위반·감염병예방법 위반 등)로 지난 13일 구속영장이 발부됐다.

서울경찰청은 18일 오전 서울 중구 정동 민주노총 사무실이 입주한 경향신문 사옥을 찾아 구속영장 집행 시도에 나섰으나 1시간여만에 철수했다.

경찰은 이날 기자간담회가 열리는 경향신문 사옥 앞에서 민주노총 변호인들과 만나 구속영장을 보여주고 협조를 요청하는 등 10여분 간 대치했다.

민주노총 측 변호인은 "현재 구속영장만 있고 압수수색 영장은 없다"며 "2013년에도 경찰이 민주노총 건물에 침입하다가 헌법재판소에서 위법하다는 판결을 받은 바 있다. 법원으로부터 적법한 압수수색 영장을 받고 다른 건물 입주자들로부터 동의를 받아 적법하게 영장 집행을 해달라"고 맞서자 경찰은 10여분만에 철수했다.

양 위원장 측은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을 거부한 데 이어 모든 사법절차에 불응하겠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민주노총은 양 위원장이 민주노총 사무실에 머물며 올해 10월 총파업 투쟁을 준비할 것이라고 예고한 바 있다.

민주노총이 법원에 의해 발부된 구속영장 집행에 불응하는 것은 법치가 무너진 대한민국의 현주소를 여실히 보여준 것으로 이는 조국 사태와 윤석열 몰아내기 과정에서 문재인 정권 관계자들이 드러낸 내로남불, 오만과 독선에 의한 법치파괴가 직접적인 원인이다.

문재인 정권 관계자들은 지금까지 이명박 박근혜 전 대통령 등 이른바 적폐수사 과정은 정당한 법집행이고, 조국 전 법무부장관 가족에 대한 수사는 윤석열 검찰체제에서 벌어진 불법 부당한 정치공작이라는 이중잣대를 들이댔다.

특히 윤석열 몰아내기 과정에서는 증거 조작과 같은 불법행위는 물론 상식적 떼쓰기의 절정을 보여줬으며 김학의 전 법무부장관에 대한 불법 출국금지 사건에서 이 정권 관계자들의 무법(無法)의식이 적나라하게 드러났다.

민주노총이 법원이 발부한 영장집행에 응하지 않는 것은 여당인 더불어민주당 대선주자 및 친문 인사들이 최근 김경수 전 경남지사와 조국 전 장관 사건에 대해 법원이 유죄를 내리자 사법부를 정면 공격하는 것과 같은 맥락의 행동이다.

법조계에서는 이처럼 자신들만이 정의롭다는 오만과 독선, 우리가 하는 것은 무조건 옳다는 아집에 사로잡혀 대한민국의 법치주의가 급격히 파괴되는 현실을 우려하고 있다.

대한변호사협회의 한 관계자는 “역대 그 어느 정권. 심지어 군사독재 시절에도 이처럼 법원의 판결에 맞서며 법을 우습게 만들면서 법치주의를 훼손한 일은 없었다”고 개탄했다.

문재인 정권의 법치파괴는 포퓰리즘적인 법 제정과 법 집행을 통해 예고돼왔다.

이 정권 초기 소위 ‘n번방 사건’이 국민적 공분을 사자 법무부 등 당국은 운영자 뿐 아니라 적극적으로 활동한 유료회원들에게 성범죄 뿐 아니라 '범죄단체 가입죄'를 묻겠다고 했다.

이에따라 검찰은 박사방 유료회원 2명에 대하여 아동‧청소년의 성보호에 관한 법률위반 및 형법상 범죄단체 가입 혐의로 구속영장을 청구했고 법원은 영장을 발부했다.

그동안 범죄단체 가입죄는 통상 ‘xx파’로 불리는 조직폭력배들에게 주로 적용됐다. 하지만 박사방 유료회원들이 실제로 범죄단체 가입죄로 처벌해야 하는지 회의적인 시각이 많다.

판례에 따르면 범죄단체가 되기 위해서는 몇 가지 요건이 필요한데, 첫째는 목적성, 둘째는 단체성이며, 셋째는 계속성으로, 최종적으로는 법원이 이 요건들을 종합해서 범죄단체 여부를 판단한다. 따라서, 단순히 유료회원이라는 이유만으로는 범죄단체가입 혐의로 기소하는 것은 향후 지나친 유추해석 내지 확장해석에 해당한다는 비판이 끊이지 않았다.

법조계의 또 하나 논란거리는 지난 4·15 총선에서 대승을 거둔 집권여당, 더불어민주당이 제정한 ‘역사왜곡금지법’이다. 이 법은 5·18 민주화운동 세월호 참사를 폄훼하거나 유가족을 모욕할 경우 7년 이하의 징역 또는 5000만원 이하의 벌금으로 무겁게 처벌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법조계에서는 누군가가 당사자가 되어 헌법재판소에 위헌소송을 내면 곧바로 위헌판결이 날 수 밖에 없는 법이라는 의견이 대부분이다. 헌법에 명시된 표현과 언론의 자유, 양심과 종교의 자유를 정면으로 위배하기 때문이다.

표현의 자유는 근대 민주주의에서 가장 중시하는 가치이자 인간의 당연한 권리이다. 인류가 어둡고 긴 봉건의 시대를 끝내고 르네상스를 통해 되찾은 가장 기본적인 인권이 바로 표현의 자유다. 그래서 미국도 수정헌법을 만들면서 양심과 표현, 언론의 자유를 최우선시 했다.

표현의 자유는 근본적으로 “인간의 뚤린 입으로 하지 말아야 할 말은 없다”는 취지다. 근본적으로는 막말도 말이고 그래서 도덕적 책임, 비난을 받을지언정 그것도 자유기 때문에 법으로는 처벌할 수 없다는 얘기다. 다만 어떤 사람의 언행으로 타인에게 직접적인 피해를 입힐 경우 명예훼손이나 모욕죄로 처벌받는 예외가 있을 뿐이다.

역사왜곡금지법은 민주주의에서는 존재해서는 안되는 성역(聖域)을 만드는 법이다. 이런 식으로 하면 우리나라의 기독교, 불교신도가 수천만명이니까 예수님이나 부처님에 대한 폄훼나 비방을 금지하는 법도 만들어야 한다.

“법은 멀고 주먹은 가깝다”와 “주먹이 운다”는 말은 준법의식에 대한 사람들의 상반된 감정을 드러내고 있다. ‘지켜야 할 법’, ‘지켜질 법’이 아닌 이상한 법을 만들고, 법 집행 마저 오락가락하게 되면 결국은 주먹이 아닌 법이 울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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