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준표 - 윤석열

최근 부산에 지역구를 둔 국민의힘 소속 한 초선 의원이 자신의 SNS를 통해 “대선후보의 요건은 무엇일까요? 정책역량으로는 윤희숙, 삶의 궤적으로는 장기표 후보가 좋은데, 두 분 다 예선 8명에도 들지 못하고 있다”며 한탄하는 일이 있었다.

내년 3월 9일에 치러지는 제20대 대통령선거가 7개월여를 남기고 있는 상황에서 언론에는 거의 매일 여론조사 결과가 쏟아져 나오고 있다. 여야 각 정당 경선후보 지지율은 물론 가상 대결까지, 수 많은 언론사들이 앞다퉈 여론조사를 벌이는데 따른 것이다.

반면 미국의 경우 메이저 방송사를 중심으로 선거 6개월전 시점을 기준으로 잦아야 일주일에 한번 정도의 빈도로 여론조사 결과가 발표되는 상황이다.

이렇게 유독 대한민국 언론이 대선관련 여론조사에 골몰하는 이유는 크게 두가지다.

우선 승자독식(勝者獨食)’의 제왕적 대통령제가 이루어지는 정치현실에서 정권교체와 정권재창출이냐 에 대한 관심이 높을 수 밖에 없는 현실이다. 또 다른 이유는 세계적으로 유례가 없을 정도로 극심한 언론사들의 구독률, 시청률 경쟁의 부산물이다. 여론조사 결과는 늘 안정적인 구독률을 보장해준다.

문제는 이렇게 매일 쏟아져 나오는 여론조사 결과가 여야의 선두주자, 특히 1위 후보의 독주를 고착시키고 각 정당의 신인 또는 군소정당 후보의 부각을 막는 부작용을 초래한다는 점이다.

실제로 윤석열 전 검찰총장이 총장직을 사퇴로 차기 대선의 기본구도가 형성된 이래 5개월이 지나는 동안 여야 모두 이재명 윤석열 독주체제에 큰 변화가 없는 상황이다. 여권에서는 이낙연 후보가 이재명 경기지사를 다소간 추격하는 양상이지만 최근 다시 격차가 벌어지고 있고, 야권에서는 당초 윤 전 총장과 호각세를 이룰 것으로 예상됐던 최재형 전 감사원장의 상승세가 미미하다.

정치분석가나 여론조사 전문가들은 이런 상황에 대해 대중적으로 유행하는 정보를 따라 상품을 구매하는 현상인 ‘밴드왜건 효과(Band wagon effect)’를 언론의 여론조사가 주도하기 때문이라고 지적한다.

여의도의 정치분석가 홍경의씨는 이와관련, “유행에 동조함으로써 타인들과의 관계에서 소외되지 않으려는 심리를 정치학에서 인용한 밴드웨곤 효과가 선두권을 달리고 있는 이재명 윤석열 이낙연 등 극소수에 집중되는 상황”이라고 분석했다.

야권의 유력후보를 지원하고 있는 여의도의 한 정치기획사 관계자는 “과거 거의 모든 TV 예능프로를 유재석 신동엽 강호등 같은 몇 명이 오랫동안 진행하다 보니 대세가 되어버린 것과 같은 현상이 벌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이처럼 여론조사가 본연의 기능인 조사를 넘어 선거운동이 되는 상황이 만들어지자 여론조사 기관을 통한 여론조작까지 우려되는 상황이다.

실제로 민주당에서 이낙연 후보가 이재명 지사를 거세게 추격하는 상황이 벌어지던 한달전 쯤 이 지사측과 가까운 것으로 알려진 한 여론조사 기관은 ‘본선 경쟁력’을 컨셉으로 여론조사를 벌여 이 지사의 우위를 각인시켜 논란을 빚기도 했다.

당시 이 조사를 놓고 이낙연 후보측에서는 “현재 지지율이 1위면 다른 항목의 질문에도 1등이 될 가능성이 높은 상황에서 본선경쟁력이라는 잣대로 1등 후보를 공공연하게 밀어준 것”이라고 반발한 바 있다.

현재 모든 언론사들이 앞다퉈 벌이는 여론조사를 제재할 방법은 없다. 하지만 이같은 현상이 마라톤과 같은 경기를 통해 좋은 후보를 찾아내야 할 대선레이스를 100m 초단거리 경기로 만드는 부작용은 심각하기만 하다.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저작권자 © 펜앤드마이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