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이 현 상태 유지 원하면 전략적 인내로 버틸 수 있고 북한의 한국 공격 막을 수 있지만 북한의 핵개발은 막지 못할 것”

성김 대북정책특별 대표는 지난 23일 KBS 뉴스9 인터뷰에서 북한의 영변 등 핵 폐기 조치에 따른 단계적 대북제재 완화 가능성을 묻는 말에 "우리는 북한에 중요한 사안들을 포함한 모든 범위의 문제들과 관심사들을 다룰 용의가 있다"며 "기회가 주어진다면 상당한 진전을 이룰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그는 미국이 북한에 대화 유인책을 제시할 의향이 있는지에 대해서는 "우리는 먼저 마주 앉아 앞으로 갈 길에 대해 얘기해야 한다"며 "저는 언제, 어디서나 전제조건 없이 북한 측 대표와 만날 뜻이 있음을 분명히 해왔다"고 강조했다.(연합뉴스)
성김 대북정책특별 대표는 지난 23일 KBS 뉴스9 인터뷰에서 북한의 영변 등 핵 폐기 조치에 따른 단계적 대북제재 완화 가능성을 묻는 말에 "우리는 북한에 중요한 사안들을 포함한 모든 범위의 문제들과 관심사들을 다룰 용의가 있다"며 "기회가 주어진다면 상당한 진전을 이룰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그는 미국이 북한에 대화 유인책을 제시할 의향이 있는지에 대해서는 "우리는 먼저 마주 앉아 앞으로 갈 길에 대해 얘기해야 한다"며 "저는 언제, 어디서나 전제조건 없이 북한 측 대표와 만날 뜻이 있음을 분명히 해왔다"고 강조했다.(연합뉴스)

미북 비핵화 대화가 장기간 교착 상태에 빠지면서 미국 바이든 행정부의 대북정책이 오바마 행정부의 ‘전략적 인내’의 전철을 밟고 있는 것이 아니냐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그러나 미국의 전문가들은 북한이 미국의 대화 제의에 응하지 않는 현 상태를 ‘전략적 인내’로 부르는 것이 타당한지에 대해 견해가 엇갈렸다.

켄 고스 미 해군분석센터 국장은 24일(현지시간) 미국의소리(VOA) 방송에 바이든 행정부의 대북정책이 오바마 정부의 ‘전략적 인내’와 유사하다는 일각의 주장에 동의한다고 밝혔다. 고스 국장은 “미북 사이에 대북 인도적 지원과 관련해 막후 대화가 진행 중일 수 있지만 궁극적으로 비핵화로 향할 수 있는 진지한 협상의 관점에서 본다면 절대적으로 아무 것도 없다”고 말했다. 그는 “북한이 원하는 제재 완화와 같은 일종의 양보안을 미국이 내놓지 않으면서 미북협상에 아무런 진전이 이뤄지지 않고 있고, 여기에 더해 아프간 사태까지 터지면서 바이든 행정부가 북한문제에 신경을 쓸 여력마저 없었졌다”고 지적했다. 이어 “전략적 인내는 가만히 앉아 북한이 정신을 차리기를 기다리는 것이었다”며 “문제는 북한이 그들의 관점에서 이미 정신을 차렸고, 미국이 관여하도록 만들기 위해 먼저 양보할 의지가 없다는 것”이라고 했다.

앞서 박원곤 이화여자대학교 교수는 지난 23일 국가안보전략연구원 주최로 연린 NK 포럼에서 “(바이든 정부의 대북정책은) 사실상 전략적 인내로 회귀한 것이 아닌가 본다”며 바이든 대통령이 “전략적 인내도, 일괄타결도 아닐 것이라고 했지만 현재 상황은 전략적 인내로 보이기 때문에 돌파가 필요하다”고 했다. 우정엽 세종연구원 연구위원도 “문제는 바이든 대통령이 북한 비핵화 문제를 본인이 직접 나서서 해결한 문제로 인식하느냐”라며 “그러나 바이든 대통령은 (북한문제를) ‘당첨 확률이 낮은 복권’으로 보고 있기 때문에 이에 대한 (정치적) 비용을 지불할 의사가 매우 없어 보인다”고 했다.

그러나 미국의 일부 전문가들은 바이든 행정부가 북한에 선제적 유인책을 제공하지 않는 등 돌파구 마련에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는 것을 ‘전략적 인내’로 해석하는 것은 무리라고 지적했다.

로버트 매닝 애틀랜틴 카운슬 선임연구원은 24일 VOA에 “바이든 행정부는 북한과 언제, 어디서든 아무 조건 없이 만나겠다는 점을 매우 명확히 했다”며 그밖에 미국의 입장에서 더 할 수 있는 것이 무엇인지 모르겠다“고 했다. 매닝 연구원은 바이든 행정부의 대북정책이 ‘전략적 인내’로 회귀하는지 여부에 대한 질문에는 ”그 질문에는 미국이 성공적으로 취할 수 있는 조치가 있음에도 더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으려고 한다는 가정이 들어있다“며 그러나 자신은 그러한 가정에 동의할 수 없다고 밝혔다. 북한이 ‘대화 모드’에 돌입한다는 증거나 신호 자체가 없기 때문이라는 설명이었다.

로버트 갈루치 전 북핵특사는 “북한이 대화제의에 화답하지 않는 현 상황에서 더 나은 질문은 북한은 왜 최소한 만나서 대화가 유지될 수 있는지 여부를 확인하려고 하지 않는가”라며 오바다 행정부는 매우 적극적인 것은 아니었지만 북한과 대화를 시도했었다고 지적했다.

갈루치 전 특사는 “바이든 행정부는 자신을 약하게 보일 수 있기 때문에 대북제재 양보안을 만들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며 “어느 누구도 자신이 약해보이는 것을 원하지는 않는다”고 했다. 그는 “확실히 민주당은 공화당에게 약해보일 수 있다는 것을 감당할 수 없다”며 “북한이 진전을 원한다는 결정을 내리기 전까지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브루스 클링너 해리티지재단 선임연구원은 오바마 행정부 시절 ‘전략적 인내’를 촉발시킨 주체는 북한이었다며 당시 성김 대북정책특별대표는 “북한과의 대화에 미국이 전제조건을 달았다는 비판이 있지만 자신의 직위에선 어떤 전제조건도 없다”며 “나는 그들과 대화를 하려고 하지만 그들이 나와 대화를 하지 않을 뿐”이라고 말했다고 지적했다. 클링너 연구원은 “현재 바이든 행정부도 어떤 (대북) 정책에 있어서도 도전에 직면할 수밖에 없다”며 “북한의 거부로 인해 미국이 대화를 할 수 없기 때문”이라고 했다.

한편 고스 국장은 현재의 교착 상태가 장기화되면 미국과 북한 모두 손해를 보게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고스 국장은 그런 상황에선 “우리 모두가 패자”라며 “북한은 미국이 원치 않는 핵 프로그램을 계속 개발하게 되고, 북한은 그들이 원치 않는 경제적 고통을 받게 될 것”이라고 했다. 그는 “미국이 현 상태를 유지하길 원한다면 전략적 인내로 버틸 수 있고 북한이 한국을 공격하지 못하게 할 수도 있지만 북한의 핵개발을 막지 못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양연희 기자 yeonhee@pennmik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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