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국 법무부 장관 후보자가 2일 오후 국회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 참석해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2019.9.2(사진=연합뉴스)
조국 법무부 장관 후보자가 2일 오후 국회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 참석해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2019.9.2(사진=연합뉴스)

‘언론재갈법·언론징벌법’ 또는 ‘문재인·조국 지키기 법’으로 지칭되는 등 언론과 표현의 자유에 대한 침해 논란에도 불구하고 집권여당은 「언론중재 및 피해구제 등에 관한 법률」 일부 개정법률안(언론중재법 개정안)에 대한 입법을 무리하게 강행하고 있다.

이 언론중재법 개정안에서 과도한 징벌적 손해배상 제도를 규정하고, 언론사의 고의·중과실을 추정하는 규정 등에 대해 대한변호사협회와 한국법학교수회 등 법조계와 법학계는 ‘위헌의 소지가 높다’고 우려하고 있고, 현재 집권여당의 주요 대선후보들을 포함하여 언론중재법 개정안의 입법을 주도하는 집권여당 측의 인물들 이외에는 언론중재법 개정안에 대해 합헌이라고 주장하거나 지지하는 경우를 찾아볼 수 없다.

친여 성향이라고 평가되는 정의당과 전국언론노동조합, 민주언론시민연합조차 조차도 언론중재법 개정안에 반대하는 입장이고,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민변)도 언론의 자유에 중대한 침해가 발생할 수 있어 사회적 합의를 통한 법안 의결을 촉구한다는 입장이다. 

현재 그 논란의 중심이 된 언론중재법 개정안은 집권여당의 정청래 의원 등이 대표발의한 16건의 법률안에 대하여 지난 8. 18. 문화체육관광위원회(상임위)의 안건조정위원회에서 심사한 결과 이를 통합·조정하여 상임위의 대안을 마련하였고, 그 다음날인 19일 상임위에서 여당 측은 일방적으로 안건조정위원회가 마련한 상임위안으로 제안하기로 의결하였다. 급기야 법제사법위원회(법사위)는 25일 새벽 4시 여당 측의 일방적 의결로 본회의에 상임위안을 일부 수정한 언론중재법 개정안을 본회의에 상정하기로 하였다.

국회의 ‘다수결의 원리’는 소수의견 존중과 반대의견에 대한 설득을 전제로 하고, 이는 소수 및 반대 의원들의 안건에 관한 질의와 토론을 보장함으로써 의회민주주의를 구현하는 것이다. 국회법 제57조의2에서 정한 안건조정위원회는 상임위에서 의견을 조정할 필요가 있는 안건에 대해 다수당과 비다수당의 동수로 구성된 위원회에서 재적 위원 3분의 2 이상의 찬성으로 의결하도록 규정함으로써 소수보호를 위해 다수당의 일방 입법을 방지하기 위한 제도이다.

박주민 국회 법제사법위원장 직무대리가 25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언론중재법 개정안을 통과시킨 뒤 회의장을 나서고 있다. 2021.8.25(사진=연합뉴스)
박주민 국회 법제사법위원장 직무대리가 25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언론중재법 개정안을 통과시킨 뒤 회의장을 나서고 있다. 2021.8.25(사진=연합뉴스)

그러나 언론중재법 개정안은 ‘임대차3법, 공수처법 개정안, 대북전단금지법’ 등 지난해 4월 총선 이후 보여준 집권여당의 입법폭주 전례와 같이 법안에 대한 실질적인 질의와 토론 등 심의절차와 국회법에서 정한 안건조정위원회에 관한 규정을 무시하거나 잠탈하여 강행함으로써 소수 반대의원들의 심의·표결권을 중대하게 침해하고 있다. 또 전 청와대 대변인으로서 모든 국민이 여권이라고 생각하는 김의겸 열린민주당 의원을 안건조정위원회의 야권 의원으로 둔갑시켜 꼼수의 결함으로써 우리 헌법상 대의민주주의의 기본원리가 무시된 채 강행되는 ‘입법폭주’가 재연되고 있다.

이에 대해 야당 측은 본회의에서 국회법 제106조의2에서 정한 무제한토론(필리버스터)으로 대항하고, 본회의의 법 통과 후 헌법재판소에 심의·표결권 침해를 사유로 하는 권한쟁의심판청구를 예고하고 있다.

헌법재판소 제66조 제2항은 권한쟁의심판 사건에서 국회의원의 심의·표결권 침해의 원인이 된 의안의 가결선포행위 등을 취소하거나 그 입법의 무효를 확인할 수 있는 것으로 규정하고 있으나, 헌법재판소는 신문사의 종편방송을 허용하는 내용의 신문법 등에 관한 권한쟁의심판 사건(2009헌라8 등, 미디어법사건)에서 국회의원의 심의·표결권을 침해하였다고 결정하면서도 국회의 입법에 관한 자율권을 존중한다는 등의 사유로 국회의장의 가결선포행위에 대한 무효확인 청구는 기각하였던 바가 있다.

이번 언론중재법 개정안의 제안 이유는 “언론중재위원회 위원 구성을 보완하고, 정정보도등의 효과를 제고하며, 허위·조작보도에 따른 손해배상책임을 강화하여 언론보도 등으로 인한 피해구제의 실효성을 높이려는 것”이라고 한다.

우선 언론중재법 개정안에서 위헌성이 제기되는 부분은, 언론중재법 개정안 제30조 제2항에서 ‘법원이 제30조 제1항에 따른 손해액의 구체적인 금액을 산정하기 곤란한 경우에는 언론사등(언론사, 인터넷뉴스서비스사업자 및 인터넷 멀티미디어 방송사업자)의 사회적 영향력과 전년도 매출액 등을 적극 고려하여 인정되는 정당한 손해액을 산정하도록 한 것’이다. 언론중재법 제30조 제1항은 “언론등(언론, 인터넷뉴스서비스 및 인터넷 멀티미디어 방송)의 고의 또는 과실로 인한 위법행위로 인하여 재산상 손해를 입거나 인격권 침해 또는 그 밖의 정신적 고통을 받은 자는 그 손해에 대한 배상을 언론사등에 청구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개정 전 제30조 제2항에서 민사소송법 제202조의2에서 정한 바와 같이 “법원은 제1항에 따른 손해가 발생한 사실은 인정되나 손해액의 구체적인 금액을 산정하기 곤란한 경우에는 변론의 취지 및 증거조사의 결과를 고려하여 그에 상당하다고 인정되는 손해액을 산정하여야 한다.”라고 하여 법원이 일반적인 산정기준에 따라 모든 간접사실들을 종합하여 적당하다고 인정되는 금액을 손해의 액수로 정할 수 있었다.

그러나 언론중재법 개정안은 상임위의 마련 이전에 논란이 되던 구체적인 매출액에 따른 기준을 명문화하지는 않았으나 법원으로 하여금 그 손해액의 산정을 ‘언론사등의 사회적 영향력, 전년도 매출액’을 우선하는 기준으로 산정하도록 함으로써 연간 매출액이 2,000억원 이상으로 알려진 주요언론사가 부담하게 되는 손해배상액의 범위를 종전의 수백만원 또는 수천만원(최근 2년간 언론 관련 손해배상 인용 사건의 약 60%는 그 인용액이 500만원 이하라고 함)에서 수억원 또는 수십억원의 금액으로도 산정할 수 있도록 그 책임을 10배 내지 100배 이상으로 가중시킨 것이다.

국민의힘 이달곤 간사(오른쪽)와 의원들이 19일 서울 여의도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언론중재법 개정안을 의결하려는 도종환 위원장(왼쪽)의 회의 진행를 막고 있다. 2021.8.19(사진=연합뉴스)
국민의힘 이달곤 간사(오른쪽)와 의원들이 19일 서울 여의도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언론중재법 개정안을 의결하려는 도종환 위원장(왼쪽)의 회의 진행를 막고 있다. 2021.8.19(사진=연합뉴스)

다음으로 위헌성이 제기되는 부분은, 언론중재법 개정안 제2조 제17호의3에서 “허위·조작보도”란 허위의 사실 또는 사실로 오인하는 정보를 언론, 인터넷뉴스서비스, 인터넷멀티미디어방송을 통해 보도하거나, 매개하는 행위를 말한다고 규정하고, 제30조의2에서 ‘허위·조작보도에 대한 특칙’을 신설하면서 법원은 언론등의 명백한 고의 또는 중과실로 인한 허위·조작보도에 따라 재산상 손해 등이 있다고 판단되는 경우에 손해액의 5배를 넘지 않는 범위에서 손해배상액을 정할 수 있도록 하되, 이를 정무직 공무원과 후보자 등, 공익침해행위와 관련된 언론보도 등에는 적용하지 않도록 한다는 것이다.

결국 언론중재법 개정안에서 규제하려는 대상인 ‘허위·조작보도’란 문재인 정부의 출범 이후 지속적으로 규제하겠다고 공언하던 이른바 ‘가짜뉴스’를 지칭하는 것이다. 특히 언론중재법 개정안 제30조의2 제3항은 “공직자윤리법 제10조 제1항 제1호부터 제12호까지에 해당하는 공직자 재산등록의무자 및 그 후보자와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대기업 및 그 주요주주 및 임원에 대하여는 적용하지 아니한다”고 규정하고 있으나 공직자윤리법 제10조 제1항 제13호의 ‘제1호부터 제12호까지의 직에서 퇴직한 사람’은 여기서 제외함으로써 퇴직공직자들에게는 허위·조작보도의 특칙이 적용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또한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설치 및 운영에 관한 법률」(공수처법)이나 「부정청탁 및 금품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이른바 ‘김영란법’) 등 최근 입법에서 공직자의 배우자나 친족을 그 적용대상으로 규정하고 있는 바와 달리, 대통령이나 장관 등 공직자의 배우자나 친족에 대해서는 허위·조작보도의 특칙이 적용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얼마 전 집권여당의 윤호중 원내대표가 언론중재법 개정안에 대하여 ‘노무현 대통령의 논두렁시계 보도’를 허위·조작보도의 피해사례로 언급하였던 사실에 비추어 본다면, 언론중재법 개정안은 진정한 의미의 언론개혁이 아니라 내년 대선 이후 퇴직하는 문재인 대통령이나 그 일가를 위한 ‘문재인 지키기 법’이라고 하여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최근까지 노무현 대통령으로 하여금 극단적인 선택을 하게 한 검찰에 대한 보복과 함께 현 정권의 비리를 감추기 위해 검찰의 수사권을 완전히 박탈하는 ‘검수완박’의 가짜 검찰개혁을 꾀하였다고 평가되던 바와 같이, 노 대통령에 대한 주요언론의 보도에 대한 보복과 함께 현 정권의 비리에 관한 견제와 비판을 막기 위하여 언론의 자유를 완전히 박탈하는 ‘언자완박’의 가짜 언론개혁을 꾀하고 있다고 평가될 수 있다. 

더불어민주당 송영길 대표(왼쪽)가 11일 오후 국회 열린민주당 대표실을 방문해 최강욱 대표와 악수를 하고 있다. 2021.5.11(사진=연합뉴스)
더불어민주당 송영길 대표(왼쪽)가 11일 오후 국회 열린민주당 대표실을 방문해 최강욱 대표와 악수를 하고 있다. 2021.5.11(사진=연합뉴스)

무엇보다 언론중재법 개정안 제30조의2의 허위조작보도에 대한 징벌적 손해배상제도는 올해 2. 25. 공연히 사실을 적시하여 사람의 명예를 훼손한 자를 형사처벌하도록 규정한 형법 제307조 제1항이 표현의 자유를 침해하는 것으로 볼 수 없다고 판단한 헌법재판소의 결정 취지(2017헌마1113 등)에도 정면으로 반한다.

헌법재판소는 “‘징벌적 손해배상’이 인정되는 입법례와 달리 우리나라의 민사적 구제방법만으로는 형벌과 같은 예방효과를 확보하기 어려우므로 입법목적을 동일하게 달성하면서도 덜 침익적인 수단이 있다고 보기 어렵다. 헌법재판소와 대법원은 형법 제310조의 적용범위를 넓게 해석함으로써 형법 제307조 제1항으로 인한 표현의 자유 제한을 최소화함과 동시에 명예훼손죄가 공적인물과 국가기관에 대한 비판을 억압하는 수단으로 남용되지 않도록 하고 있다. 형법 제307조 제1항은 과잉금지원칙에 반하여 표현의 자유를 침해하지 아니한다.”고 판단하였다.

이 결정의 취지에 따른다면, 언론중재법 개정안으로 허위사실 등에 대한 형사처벌이 가능한 상황에서 징벌적 손해배상이 도입되는 경우에는 헌법재판소는 과잉금지원칙에 반하고 공적인물과 국가기관에 대한 비판을 억압하는 수단으로 남용될 수 있어 표현의 자유를 침해한다는 사유로 헌법에 위반된다고 결정할 수 밖에 없을 것이다. 

앞서 본 형법 제307조 제1항의 위헌여부에 관한 위 헌법재판소의 사건에서 우리법연구회·민변·국제인권법연구회 등 특정단체 출신인 유남석, 이석태, 김기영, 문형배 재판관은 반대의견으로, “다양한 사상과 의견의 교환을 보장하고 국민의 알권리에 기여하는 표현의 자유는 우리 헌법상 민주주의의 근간이 되는 핵심적 기본권이므로, 표현의 자유에 대한 제한이 불가피하더라도 그 제한은 최소한으로 이루어져야 한다. 피해자는 형사처벌이 아니더라도 정정보도와 반론보도 청구, 손해배상 청구와 명예회복에 적당한 처분을 통해 구제받을 수 있다.”고 전제한 후 사실적시 명예훼손죄를 처벌하는 형법 제307조 제1항에 따른 고발을 남용하는 ‘전략적 봉쇄소송’으로 인해 표현의 자유의 자유인 중요한 가치인 공직자에 대한 감시와 비판의 위축효과를 발생할 수 있다고 하여 “진실한 사실이 가려진 채 형성된 허위·과장된 명예가 표현의 자유에 대한 위축효과를 야기하면서까지 보호해야 할 법익이라고 보기 어려운 점을 고려하면, 형법 제307조 제1항은 과잉금지원칙에 반하여 표현의 자유를 침해한다.”고 하였다.

이 반대의견에 의한다면 언론중재법 개정안 제30조의2의 허위·조작보도에 대한 징벌적 손해배상제도는 표현의 자유에 대한 전략적 봉쇄소송 그 자체로서 공직자에 대한 감시와 비판의 위축효과가 발생할 것이 너무나 분명하므로, 위 반대의견에 관여한 특정단체 출신의 재판관들은 “그때 그때 달라요‘라고 허튼 변명을 할 생각이 없다면, 언론중재법 개정안에 대하여 과잉금지원칙에 반하여 표현의 자유를 침해하는 등 헌법에 위반된다고 판단하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문재인 대통령이 2일 오후 청와대 임시 국무회의에 입장하고 있다. 2019.8.2(사진=연합뉴스)
문재인 대통령이 2일 오후 청와대 임시 국무회의에 입장하고 있다. 2019.8.2(사진=연합뉴스)

언론중재법 개정안에 대해 반대하는 거의 모든 언론관계 단체에서 내세우는 바와 같이, 명예훼손 등에 형사처벌이 가능한 상황에서 형벌적 성격을 가진 징벌적 손해배상을 도입하는 경우 이중 처벌의 소지가 있고, 이로 인하여 언론사가 자기검열을 과도하게 강화하게 되어 언론의 자유가 훼손될 수 있음이 명백하다. 이에 관하여 국회 입법조사처는 언론보도에 의한 피해에 대해 징벌적 손해배상을 별도로 규정한 입법사례를 찾지 못하였다고 하고, 징벌적 손해배상제도를 인정하고 있는 미국은 수정헌법 제1조에서 언론의 자유에 대한 규제입법을 명문으로 금지하고 있다.

특히 미국의 경우에는 명예훼손죄 등 언론에 대하여 형사처벌을 하고 있지 아니함은 물론이고, 언론에 재갈을 물리려고 하는 등 그 고통을 주기 위한 징벌적 손해배상 등의 전략적 봉쇄소송에 의한 부담에서 신속하게 벗어날 수 있도록 캘리포니아주 등 20여개 주에서는 “사회적 문제와 관련되어 헌법에서 보장한 언론의 자유를 행사하는 행위로 인하여 제기한 소송은 당사자의 특별신청에 따라 법원이 이를 조기에 각하해야 한다. 다만 원고가 당해 소송에서 승소할 가능성이 있다고 판단되는 경우에는 그러하지 아니한다”라고 규정하고 있다. 이는 언론에 대해 손해배상 소송이 제기된 경우 언론이 이 소송이 전략적 봉쇄소송에 해당한다는 점을 주장하여 신속하게 각하판결을 받고 소송의 부담에서 벗어나게 하는 전략적 봉쇄소송에 대한 규제제도인 것이다.

이에 관하여 민변 측에서는 강정마을 주민들과 단체나 강성 노동조합과 그 구성원을 상대를 하는 기업 측의 가압류 및 손해배상 소송 등 상대방의 비판과 감시를 억누르기 위해 제기되는 전략적 봉쇄소송을 규제해야 한다는 주장을 제기하였던 바가 있고, 대법원 법원행정처는 2017년 4월 전략적 봉쇄소송의 대응방안에 관한 용역을 의뢰한 바가 있으며, 법무부는 2019년 3월 전략적 봉쇄소송을 제한하는 입법을 추진한다고 하였다는 것이다.

더욱이 법사위원장의 직무대리로서 25일 법사위에서 언론중재법 개정안을 일방 통과시킨 장본인인 박주민 의원도 ‘국가 등의 괴롭힘 소송에 관한 특례법안’을 대표발의하였다고 한다. 이와 같이 언론중재법 개정안은 언론의 자유에 대한 침해를 규제하려는 최근 입법추세와는 반대방향으로 언론의 비판과 감시를 억누르기 위한 징벌적 손해배상 청구를 도입함으로써 오히려 전략적 봉쇄소송을 제도화하는 내용의 입법을 강행하고 있는 것이다.

더불어민주당 윤호중 원내대표와 법제사법위원회 간사인 박주민 의원. (사진=연합뉴스)
더불어민주당 윤호중 원내대표와 법제사법위원회 간사인 박주민 의원. (사진=연합뉴스)

이제는 언론중재법 개정안과 같이 언론에 관한 징벌적 손해배상 제도를 도입할 때가 아니라 문재인 대통령도 대선 공약 등에서 밝혔듯이 민주주의의 기둥인 언론의 자유를 보장하기 위하여서라도 언론에 재갈을 물리는 전략적 봉쇄소송을 규제하는 법안을 도입하는 것이 시대적 상황과 함께 우리 헌법의 정신과 가치에 부합하는 일이다.

그리고 징벌적 손해배상제도에 관하여 과잉금지의 원칙에 위반한다는 위헌성이 제기되는 언론중재법 개정안 제2조 제17호의3의 ‘허위·조작보도, 명백한 고의 또는 중과실로 인한 허위·조작보도’에 관하여는, 표현의 자유에서 요구되는 명확성 원칙을 위반한다는 위헌성도 제기된다. 표현의 자유를 규제하는 입법에 있어서 명확성 원칙은 특별히 중요한 의미를 지닌다. 현대 민주사회에서 표현의 자유가 국민주권주의 이념의 실현에 불가결한 것인 점에 비추어 볼 때, 불명확한 규범에 의한 표현의 자유의 규제는 헌법상 보호받는 표현에 대한 위축 효과를 야기하고, 그로 인하여 다양한 의견·견해·사상의 표출을 가능하게 함으로써 그러한 표현들이 상호 검증을 거치도록 한다는 표현의 자유의 본래 기능을 상실하게 한다.

따라서 표현의 자유를 규제하는 법률은 규제되는 표현의 개념을 세밀하고 명확하게 규정할 것이 헌법적으로 요구되는 것이다(헌재 2015헌바438 등). 언론중재법 개정안의 ‘허위·조작보도, 명백한 고의 또는 중과실로 인한 허위·조작보도’ 등은 그 개념 자체가 불명확하고 애매하고, 그 판단은 사람마다의 가치관과 윤리관에 따라 달라질 수밖에 없으며, 통상적 해석으로도 그 의미내용을 객관적으로 확정하기도 어렵다.

결국 종전 헌법재판소의 결정취지에 의한다면 언론중재법 개정안은 표현의 자유에서 요구되는 명확성의 원칙에 위배되어 헌법에 위반하는 것이다. 헌법재판소는 2010년 전기통신기본법의 ‘허위의 통신’에 관하여 명확성의 원칙에 위배된다고 하여 헌법에 위반된다고 결정하였던 바가 있다(2008헌바157, 미네르바 사건).

인터넷에서 허위사실을 유포한 혐의로 구속기소된 인터넷 논객 `미네르바' 박모(31) 씨.2009.2.5(사진=연합뉴스)
인터넷에서 허위사실을 유포한 혐의로 구속기소된 인터넷 논객 `미네르바' 박모(31) 씨.2009.2.5(사진=연합뉴스)

나아가 위헌성을 제기되는 부분으로서 언론중재법 개정안 제30조의2 제2항에서 “① 보복적이거나 반복적인 허위·조작보도로 피해를 가중시키는 경우, ② 정정보도·추후보도가 있었음에도 정정보도·추후보도에 해당하는 기사를 별도의 충분한 검증절차 없이 복제·인용 보도한 경우, ③ 기사의 본질적인 내용과 다르게 제목·시각자료(사진·삽화·영상 등)를 조합하여 새로운 사실을 구성하는 등 기사 내용을 왜곡하는 경우”에 법원은 언론보도 등이 명백한 고의 또는 중과실이 있는 것으로 추정한다고 규정하고 있는 것이다.

종전의 “허위·조작보도로 회복하기 어려운 손해를 입은 경우”는 그 회복 가능여부를 구분할 수 없다고 하여 법사위 심의 과정에서 삭제되었다고 한다. 환경소송과 의료소송 및 제조물책임 등 가해행위와 손해발생과의 인과관계 입증책임을 비전문가이거나 사회적 약자인 피해자에게 부담시키는 것이 곤란하거나 불가능하여 그 입증책임을 전환시키는 것이 손해의 공평·타당한 부담이라는 손해배상제도의 이상에 부합하는 경우를 제외하고는 불법행위로 인한 손해배상청구사건에 있어서 그 입증책임은 청구자인 피해자가 부담하게 된다.

피해자가 공적인물이거나 공직자 등 권력자인 경우에 이들이 비전문가이거나 사회적 약자로 볼 수 없으므로 이들에 관하여 언론중재법 개정안 제30조의2 제2항의 ’법원의 명백한 고의 또는 중과실 추정 조항‘을 적용하는 것은 입증책임의 전환원칙 등 일반적 법리에도 위배되는 과잉입법이고 재판과 법관의 중립성과 독립성도 침해하는 것이다.

우리 법원은 언론에서 공직자 등에 대해 비판하거나 정치적 반대의견을 표명하면서 사실의 적시가 일부 포함된 경우에도 불법행위책임을 인정하는 것은 신중해야 한다는 것이고, 언론보도가 공직자 또는 공직 사회에 대한 감시·비판·견제라는 정당한 언론활동의 범위를 벗어나 악의적이거나 심히 경솔한 공격으로서 현저히 상당성을 잃은 것으로 평가되는 경우에 한하여 책임을 인정하고 있다(대법원 2014다61654 전원합의체).

박주민 법사위원장 직무대리.(사진=연합뉴스)
박주민 법사위원장 직무대리.(사진=연합뉴스)

그 밖에도 감독자, 사용자 등에 관한 책임을 정한 민법이나 징벌적 배상책임을 정한 개인정보보호법 등 특별법에서는 고의 또는 과실 없음을 증명하는 경우에는 그 손해배상책임이나 징벌적 책임을 면한다고 정하고 있는 일반적인 규정형식과는 달리 언론중재법 개정안 제30조의2 제2항은 법원에서 소정의 경우에 명백한 고의 또는 중과실이 있는 것으로 추정한다고 한 규정형식과, 징벌적 배상책임을 정한 특별법에서는 일반적으로 손해액의 3배를 넘지 않는 범위 내에서 손해배상액을 정하도록 규정하고 있는 데에 반하여 언론중재법 개정안은 손해액의 5배를 넘지 않는 범위 내에서 손해배상액을 정하도록 상향하여 규정하고 있는 데에 대하여, 언론사의 입장에서 표현의 자유를 위축시키는 과잉입법이나 입법권의 남용이라고 주장할 수 있을 것이다.

또한 언론중재법 개정안 제2조 제17호의2, 제17조의2,제17조의3, 17조의4 등에서 기사의 열람차단에 대한 정의를 신설하고, 인터넷신문이나 인터넷뉴스서비스의 주요한 내용이 진실하지 아니하거나 사생활의 핵심영역을 침해하는 경우 등으로 피해를 입은 자는 해당 기사의 열람차단을 청구할 수 있도록 하고, 인터넷뉴스서비스사업자와 인터넷신문사업자로 하여금 정정보도 등이 있음을 표시하고 내용을 쉽게 검색 및 확인할 수 있도록 필요한 조치를 등을 할 의무를 신설한 부분에 대하여도 과잉금지의 원칙 위반 및 '국민의 알 권리' 침해로서 위헌이라는 주장이 제기된다.

또한 언론사의 종사자의 입장이나 언론사의 다른 채권자의 관계에서 평등의 원칙에 위배된 불합리한 차별이라는 주장도 있을 수 있고, 정정보도를 원보도의 2분의 1 이상으로 하도록 규정한 것도 언론의 자유를 침해한다고 주장할 수 있을 것이다.

17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더불어민주당 미디어혁신특별위원회 제6차 회의에서 송영길 대표와 김용민 의원이 발언하고 있다. 2021.6.17(사진=연합뉴스)
17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더불어민주당 미디어혁신특별위원회 제6차 회의에서 송영길 대표와 김용민 의원이 발언하고 있다. 2021.6.17(사진=연합뉴스)

우리 헌법 제21조 제1항은 “모든 국민은 언론·출판의 자유와 집회·결사의 자유를 가진다.”라고 규정하여 표현의 자유를 보장하고 있다. 표현의 자유를 통한 자유로운 논쟁과 의견의 경합은 민주적 의사형성을 가능하게 한다는 점에서 표현의 자유는 민주주의를 구성하는 본질적 요소이다. 그리고 다양한 사상과 의견의 교환 및 토론이 이루어지기 위해서는 개인이 어떠한 사실을 아는 것이 전제가 되어야 하므로, 국민의 알 권리 역시 헌법 제21조 제1항을 그 헌법적 근거로 하고, 알 권리도 표현의 자유와 함께 민주주의를 구성하는 본질적 요소에 속한다.

이처럼 다양한 사상과 의견의 교환을 보장하고 국민의 알 권리에 기여하는 표현의 자유는 우리 헌법상 민주주의의 근간이 되는 핵심적 기본권이고, 국민주권주의 이념을 실현하는 불가결한 것이므로, 명예의 보호를 위해 표현의 자유에 대한 제한이 불가피한 경우라도 최소한의 제한이 이루어져야 하는 것이다.

대법원은 지난해 7. 16. 이재명 경기도지사의 공직선거법 위반사건에서 “자유로운 의사 표현과 활발한 토론이 보장되지 않고서는 민주주의가 존재할 수 없으므로 표현의 자유, 특히 공적·정치적 관심사에 대한 정치적 표현의 자유는 중요한 헌법상 권리로서 최대한 보장되어야 한다.”고 하여 무죄취지의 판결을 선고하였다(2019도13328). 우리 국민들은 표현의 자유를 제한하는 입법이 우리 헌법에 위반되거나 친문과 반문이 차별적으로 적용되는 식의 내로남불식 상황을 더 이상 용납하지 않을 것이다.

'드루킹 댓글 여론 조작' 사건에 연루돼 징역 2년이 확정된 김경수 경남지사가 21일 경남도청에서 입장 표명 중 생각하고 있다.2021.07.21(사진=연합뉴스)
'드루킹 댓글 여론 조작' 사건에 연루돼 징역 2년이 확정된 김경수 경남지사가 21일 경남도청에서 입장 표명 중 생각하고 있다.2021.07.21(사진=연합뉴스)

우리 국민들 모두가 경험하였듯이 이른바 가짜뉴스로 논란이 되었던 피해자는 공적인 인물이거나 공직자 등 권력자일 수 밖에 없고, 일반인들이 가짜뉴스에 의하여 직접적인 피해를 입었다는 사례는 들은 바가 없고, 발생할 여지가 없을 것이다.

가짜뉴스의 피해자는 형사처벌 이외에도 정정보도와 반론보도 청구, 손해배상 청구와 명예회복에 적당한 처분을 통해 구제받을 수 있고, 그간 가짜뉴스의 진원지로써 그 규제가 논의되던 유튜브채널나 SNS 등은 언론중재법 개정안의 대상에서 제외되었다.

언론중재법 개정안을 주도하는 측에서 내세우고 있는 가짜뉴스에 대해 징벌적 손해배상제도를 도입하는 데에 대한 여론조사는 그 입법에 관한 사실과 법리 등을 호도한 측면에 따른 결과로 보여진다. 언론중재법 개정안으로 직접적으로 표현의 자유가 침해되는 당사자는 ‘언론사, 인터넷뉴스서비스사업자 및 인터넷 멀티미디어 방송사업자’로서 언론사등일 것이지만, 언론의 자유를 누려야 할 언론사등의 종사자는 물론이고 언론중재법 개정안의 입법에 따른 최종적인 피해는 언론의 자유를 통해 알 권리를 누려야 할 주권자인 국민들에게 돌아갈 것이다.

언론중재법 개정안의 입법으로 말미암아 결과적으로 언론의 자유와 국민의 알 권리가 그 본질인 자유민주주의와 국민주권주의 이념과 가치가 훼손될 수 있는 것이다. 

이헌 변호사.(사진=조주형 기자)
이헌 변호사.(사진=조주형 기자)

필자는 노무현 정부 시절 조선·동아·중앙 등 주요언론을 규제하기 위한 신문법의 헌법소원에 대리인으로 참여한 바가 있다. 이 사건에서 헌법재판소는 사실상 주요언론사를 시장지배적 사업자로 추정하고 신문발전기금의 지원대상에서 제외한 신문법의 조항이 신문의 자유와 평등권을 침해한다고 판단하였다(2005헌마165 등). 노무현 정권이 강행한 4대 악법(신문법·과거사법·국가보안법·사립학교법) 중 하나인 신문법의 입법은 헌법재판소의 위헌결정으로 좌절되었다.

그 이후 노무현 정부는 제17대 대통령선거를 7개월여 앞둔 2007. 5월경 정부부처의 취재실을 통폐합한다는 내용의 ‘취재지원시스템 선진화방안’을 발표하였고, 필자는 이에 대한 헌법소원에도 대리인으로 참여하였으나, 헌법재판소는 정권교체 이후인 2008년 12월 “정부가 이 사건 방안에 따른 조치들을 원상으로 회복하였다”는 이유로 심판청구의 이익이 없다고 하여 각하결정을 하였다(2007헌마775).

노무현 정부의 취재실 통폐합도 정부에 대해 비판적인 주요언론에 대한 기본적인 불신에서 기인한 것이었고, 헌법재판소의 위헌결정이 없었으나 결국 주권자인 국민들에 의한 정권교체로 좌절되었던 것이다.

노무현 정부를 계승하였다는 문재인 정권의 언론중재법 개정안 강행도 내년 3월 제20대 대통령선거를 7개월여 앞두고 언론개혁이라는 미명하에 주요언론에 대한 불신에서 비롯되어 주요언론을 억압하기 위한 언론말살 정책을 강행하라고 한다는 점에서 노무현 정부 시절의 언론 상황과 다르지 않다.

언론에 종사하는 인사들과 언론관련 단체들 및 전문가단체들에서 한 목소리로 위헌이라고 지적하는 언론중재법 개정안이 비록 헌법재판소에서 위헌결정을 받지 못하게 되더라도, 헌정질서를 파괴하는 독재에 대해 반드시 심판을 하였던 우리 국민들은 내년 3월 대선에서 자유민주주의와 국민주권주의의 본질인 언론과 표현의 자유를 파괴한 만행에 대하여 반드시 심판할 것으로 믿어 의심치 않는다.

※ <필자 추가> 2021.08.26.14:41

이 칼럼이 게재된 이후 확인한 바에 따르면, 법사위는 2021년 8월 25일 언론중재법 개정안을 심사하는 과정에서, 허위·조작보도에 관한 특칙인 제30조의2 중 ‘허위·조작보도로 회복하기 어려운 손해를 입은 경우’를 삭제한 이외에도, ‘명백한 고의 또는 중과실’에서 ‘명백한’을 삭제하고, ‘보복적이거나 반복적인 허위·조작보도로 피해를 가중시키는 경우’에서 ‘피해를 가중시키는’을 삭제하였다. 이로써 과잉금지의 원칙이나 명확성의 원칙에 위배된다고 지적되는 언론중재법 개정안의 위헌성은 훨씬 더 확대되고 악화되었다고 할 것이다.

국민의힘 김기현 원내대표가 25일 서울 여의도 국회 정문 앞에서 열린 '언론독재법과 반민주 악법 끝장 투쟁 범국민 필리버스터' 현장을 방문, 규탄 발언을 마친 뒤 인사하고 있다. 2021.8.25(사진=연합뉴스)
국민의힘 김기현 원내대표가 25일 서울 여의도 국회 정문 앞에서 열린 '언론독재법과 반민주 악법 끝장 투쟁 범국민 필리버스터' 현장을 방문, 규탄 발언을 마친 뒤 인사하고 있다. 2021.8.25(사진=연합뉴스)

 

한반도 인권과 통일을 위한 변호사모임(한변) 부회장 이헌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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