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49세 연령층에 대한 코로나19 백신 예방접종이 시작된 26일 서울 양천구 홍익병원에서 한 시민이 접종을 하고 있다. 이날부터 일반인에게는 화이자와 모더나가 주로 접종된다. [사진=연합뉴스]
18~49세 연령층에 대한 코로나19 백신 예방접종이 시작된 26일 서울 양천구 홍익병원에서 한 시민이 접종을 하고 있다. 이날부터 일반인에게는 화이자와 모더나가 주로 접종된다. [사진=연합뉴스]

상반기 우리 방역 당국의 주력 백신이었던 아스트라제네카(AZ) 백신이 영국에서도 외면받는다는 사실이 24일(현지시간) 알려졌다. 영국 옥스퍼드대와 아스트라제네카(AZ)가 공동 개발한 코로나19 바이러스 백신이 자국 내에서도 외면받음에 따라, 백신 사업을 철수하자는 주장이 영국과 AZ사 내에서 제기되고 있다.

문재인 정부가 ‘지각 접종’이라도 할 수 있게 해준 AZ 백신이 ‘혈전 발생’과 같은 부작용 우려가 가장 큰 백신이라는 사실이 국제사회에서 확인되고 있는 셈이다.

국내에서도 하반기 주력 백신은 화이자와 모더나, 60~74세의 AZ 접종 마무리 단계

우리나라에서도 하반기 주력 백신으로 화이자와 모더나가 접종되면서, AZ백신은 현재 사용이 제한되는 실정이다. 희귀 혈전증에 대한 우려로 50대 이상에게만 권고되는 가운데, 잔여백신의 일부는 30대 이상에게 접종되고 있다. 더욱이 60~74세 상반기 미접종자에 대한 위탁의료기관의 AZ 백신 접종이 25일로 마감됨에 따라, AZ백신의 접종은 더욱 줄어들 것으로 전망된다.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의 수요는 점점 줄어들 것으로 전망된다. [사진=연합뉴스]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의 수요는 점점 줄어들 것으로 전망된다. [사진=연합뉴스]

김기남 코로나19 예방접종대응추진단(추진단) 예방접종기획반장은 지난 19일 정례 브리핑에서 "60∼74세 연령층의 접종률은 90%를 약간 상회하고 있다"며 "미접종자 중에서도 36만명 정도가 예약해서 접종이 진행 중인데 25일까지는 위탁의료기관에서 접종하고, 그 이후에도 9월 4일까지는 보건소에서 접종이 이뤄진다"고 말했다. 따라서 현재 60~74세 이상에게만 접종되는 AZ백신에 대한 수요는 그 이후 거의 없을 것으로 관측된다.

26일 국내 백신 신규 접종자 37만명 중 화이자 31만명, AZ는 3만명에 불과

실제로 26일 0시 기준, 전날 새로 1차 접종을 한 신규 접종자는 37만 493명이다. 이 가운데 신규 1차 접종자는 화이자가 31만 4286명으로, AZ(3만 9822명)에 비해 8배 가량 많았다.

이는 이날 집계된 화이자의 누적 1차 접종자는 1265만 4405명으로, AZ의 1차 누적 접종자 1095만 5247명에 비해 170만 정도가 더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화이자의 누적 1차 접종자가 AZ 1차 누적 접종자에 비해 인원이 더 많아진 것은 지난 19일이다. 19일 0시 기준 화이자의 누적 1차 접종자는 1103만 3556명, AZ의 1차 누적 접종자 1078만 1949명으로 알려졌다.

영국도 부스터 샷 위해 AZ 대신 화이자 3500만회분 계약

24일(현지시간) 영국 일간 텔레그래프는 “영국 보건당국이 오는 2022년 하반기 '부스터 샷'(추가 접종)을 위해 화이자 3500만회분 계약을 체결했다”고 발표했다. 이 백신들은 내년 하반기에 납품될 것으로 알려졌다.

사지드 자바드 영국 보건부 장관은 "코로나19에 맞서 방어벽을 계속해서 쌓아야 한다"면서 "우리는 이미 알고 있는 바이러스와 새로운 변종으로부터 미래의 우리 국가를 보호하기 위해서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화이자 계약의 배경을 설명했다.

영국 정부가 AZ가 아닌 화이자 백신을 대량 계약한 건, 자국에서도 AZ 백신 접종을 줄이고 있다는 점을 시사한다고 텔레그래프는 분석했다.

최근 3주간 영국내 접종된 화이자는 320만회분, AZ은 70만회분에 그쳐

백신 개발 초기 영국 정부는 "코로나19 백신 개발을 이끌기 원한다"며 AZ 백신에 대해 기대를 걸었지만, 최근에는 AZ 백신이 거의 쓰이지 않는 실정이다. 지난달 21일부터 이달 11일까지 영국 전역에서 사용된 AZ 백신은 70만회분에 불과하다. 같은 기간 화이자 백신은 320만회 접종됐다. AZ 백신은 영국 뿐만 아니라, 유럽 전역에서도 사용량이 현저하게 줄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일각에선 백신 개발이 AZ의 주력 사업이 아니었던 만큼, 백신 사업을 철수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다.

파스칼 소리오 AZ CEO는 "초기 목적은 (백신 개발에) 동참해서 돕는 것뿐이었다"며 "백신을 개발해 제공하고 도운 뒤, 우리 핵심 사업으로 돌아가는 게 선택지 중 하나였다"고 설명했다.

한 임원은 지난달 백신 사업 중단을 제안한 것으로 알려졌으며, AZ는 아직 관련 결정을 내리지 않은 상태라고 전해진다. 소리오 CEO는 지난 5월 "백신으로 무엇을 할지 결정하지 못했다"고 말한 바 있다.

AZ 내부서도 철수론 비등, 향후 ‘개도국용’으로 국한될 전망

다만 개발도상국 등에선 아직까지 백신이 절대적으로 부족한 만큼, 사업을 철수해선 안 된다는 지적도 있다.

AZ 주식을 보유하고 있는 에덴트리 인베스트먼트 한 펀드 매니저는 "AZ는 백신 사업을 철수할 수 없고, 해서도 안 된다"며 "영국, 유럽, 미국을 제외한 다른 국가들은 여전히 백신을 필요로 한다"고 지적했다.

AZ의 백신 사업 철수에 반대하는 의견도 팽팽하다. AZ 주주인 에덴트리 인베스트먼트 펀드 매니저인 케탄 텔은 "AZ가 (백신 사업에서) 철수해서는 안 된다"면서 "영국, 유럽, 미국이 백신을 접종했기 때문에 세계가 일상으로 돌아가고 있지만, 나머지 국가들도 백신을 맞아야 한다"고 말했다.

AZ는 현재까지 코로나19 백신 국제 공동 구매·배분 프로젝트인 코백스 퍼실리티에서 전체 제공량의 3분의 2에 달하는 9100만회분을 제공해 주도적 역할을 하고 있다.

클리브 딕스 전 백신 태스크포스 임시 의장은 "AZ는 아주 좋은 백신"이라며, 영국 정부가 서둘러 화이자 백신 계약을 체결한 건 부적절하다는 의견을 내비친 것으로 전해진다. 다만 "일부 혈전 발생에 대한 우려로 AZ가 악화된 평판을 받는 건 무시하기 어렵다"고 인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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