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당국이 시중은행에 신용대출 상품별로 한도 조정 계획에 대한 자료를 제출하도록 하는 등 압박 강도를 높이자 은행권이 앞다퉈 '가계대출 조이기'에 나섰다. 그러자 은행권에선 대출이 막히기 전 자금을 확보하려는 가수요자가 급증하고 있다.

27일 은행권에 따르면, 우리은행은 가계 신용대출 한도를 '연소득 이내'로 취급하기로 방침을 정했다. 시행 시점은 9월 중으로 계획하고 있다. 우리은행은 주요 마이너스통장 대출 상품 한도를 이미 연초부터 5천만원까지로 제한해오고 있다.

최근 NH농협은행도 개인 신용대출 최고 한도를 1억원 이하, 연 소득 이내로 축소했고, 하나은행은 신용대출 한도를 연 소득 이내로 줄이고 마이너스통장 대출 한도는 최대 5천만원으로 낮췄다. 

앞서 금융감독원은 지난 13일 시중은행 여신담당 임원과 회의를 한 자리에서 신용대출 한도를 연 소득 이내 수준으로 축소할 것을 요청했다.

금감원은 또 개인 신용대출 상품별 최대한도와 향후 대출 한도 조정 계획도 작성해 27일까지 제출하라고 요구했다. 구체적으로 개인 신용대출 상품의 최대한도가 급여의 몇 배 수준인지, 한도를 앞으로 어떻게 줄일 건지, 줄이지 못한다면 사유가 무엇인지 등의 내용을 담도록 했다.

다만 KB국민은행과 신한은행은 아직까지 대출 축소를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KB국민은행은 "생활자금형 소액 신용대출, 집단대출 등을 제외한 신용대출 상품에 대해 연봉 이내로 대출 한도를 조정하는 방향을 검토 중"이라고 설명했다.

신한은행도 "연봉 이내 대출 한도 조정을 아직 검토 중이나, 결정된 바는 없다"고 했다.

카카오뱅크도 연 소득 이내로 대출 한도를 조정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한편 은행권에선 금융당국의 고강도 가계부채 규제로 대출이 막히기 전 자금을 확보하려는 가수요자가 급증하고 있다.

은행권에 따르면 5대 시중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에선 불과 엿새 만에 신용대출 잔액이 4000억원 넘게 급증했다.

이들의 신용대출 잔액은 24일 기준 131조6801억원으로 은행 대출 제한 소식이 처음 전해진 17일 이후 불과 6영업일 만에 4098억원이 늘었다. 이는 하루 평균 683억원의 신규대출이 이뤄진 것으로, 직전 일평균 대출액 198억원(6~13일)과 비교하면 3배 넘는 수준으로 급증했다. 

마이너스통장 신규 발급도 1만1895건으로, 6~13일 신규건수 8408건에 비해 41.5% 증가했다. 일 평균으로 따지면 하루에 마통이 2000건 이상 개설된 것으로, 이는 올해 초에 있었던 빚투(빚내서 투자) 열풍 당시와 유사한 수준이다.

홍준표 기자 junpyo@pennmik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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