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7일 오후 서울 종로구 주한미국대사관에 아프가니스탄 카불 공항에서 발생한 연쇄 폭탄테러 희생자를 애도하기 위한 조기가 게양돼 있다. [사진=연합뉴스]
지난 27일 오후 서울 종로구 주한미국대사관에 아프가니스탄 카불 공항에서 발생한 연쇄 폭탄테러 희생자를 애도하기 위한 조기가 게양돼 있다. [사진=연합뉴스]

아프가니스탄 카불 공항에서 폭탄 테러를 감행한 무장 조직에 대해 미국이 2차례 보복 공습을 감행했다. 지난 27일(현지시간)의 첫 번째 공습에 이어 29일(현지시간) 두 번째 공격이 이뤄졌다. 바이든 대통령은 테러 직후 “대가를 치르게 하겠다”며 보복을 공언했고, 백악관 승인 없이 이들 무장 조직을 타격할 수 있는 전권을 국방부에 부여했다.

지난 26일 발생한 카불 공항 테러는 ‘이슬람국가(IS)’의 분파 IS-K(IS호라산)의 소행으로 밝혀졌고, 탈레반과 적대적인 IS-K가 탈레반의 새 정부 수립을 방해하기 위해 자행한 것으로 해석되고 있다.

이 테러로 인해 미군 13명이 목숨을 잃자,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테러의 배후로 IS-K를 지목하고 보복을 공언했다. 그에 따라 미 국방부는 아프가니스탄(아프간) 낭가하르주에 드론으로 첫번째 공습을 단행했다. 낭가하르주는 카불공항 자살폭탄 테러를 자행한 IS-K의 근거지로 지목된 곳이다. 이 공습과 관련, 행크 테일러 미 합참 소장은 이번 공습으로 IS-K 기획자 두 명이 숨지고 한 명이 다쳤다고 말했다.

러시아 대사, “탈레반과 IS 사이에 타협 없는 전쟁, 탈레반은 IS 사냥할 것”

당시 미국은 ‘미국과 미군에 대한 공격’으로 간주하고 보복 공습까지 감행했지만, 실제로는 미국을 향한 공격이 아니라는 주장이 제기돼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드미트리 쥐르노프 주아프간 러시아 대사는 "카불공항 테러는 미국이 아닌 탈레반에 대한 도전이었다"는 취지의 발언을 했다.

아프간 카불 폭탄테러 현장에서 연기가 솟아오르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아프간 카불 폭탄테러 현장에서 연기가 솟아오르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쥐르노프 대사는 최근 타스통신과의 인터뷰에서 "탈레반과 IS 사이에 타협 없는 전쟁이 벌어지고 있다"며 이같이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면서 쥐르노프 대사는 "내가 알기론 탈레반이 말레이시아인 IS 조직원 2명을 붙잡았다"며 "탈레반은 더는 이런 일이 없도록 IS를 가혹하게 사냥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와 관련, 탈레반의 범죄수사 책임자 마울라위 사이풀라 모하메드는 "지난 목요일(26일) 밤 카불 서부에서 총격전을 거쳐 IS 조직원으로 추정되는 6명을 체포했다"며 "4명은 아프간인이지만, 2명은 말레이시아인"이라고 전날 더타임스에 말했다. 이들 6명은 카불공항 외곽에서 지난 26일 자살폭탄 테러를 저지른 후 몇 시간 만에 붙잡혔다.

모하메드는 "그들(IS)은 그들이 생각하는 것만큼 터프하지 않다"며 "우리 탈레반은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NATO) 36개국 동맹군을 물리쳤기에 IS가 어디에 있든 잡아 죽일 수 있다"고 자신감을 보였다.

탈레반은 새 정부 구성을 앞두고 대형 테러로 도발한 IS-K를 추적 중이며, 미국이 아프간 외곽 지역에 은신해 있는 IS 조직원을 무인 드론으로 제거하자 "아프간 영토에 대한 명백한 공격"이라며 각을 세웠다.

탈레반 지도부는 IS에 대한 미국의 드론 공격에 대해서 "아프간 영토에 대한 명백한 공격"이라며 각을 세웠다. [사진=연합뉴스 TV 캡처]
탈레반 지도부는 IS에 대한 미국의 드론 공격에 대해서 "아프간 영토에 대한 명백한 공격"이라며 각을 세웠다. [사진=연합뉴스 TV 캡처]

바이든은 IS에 대한 추가 응징 예고 후, 두 번째 공습 감행

탈레반의 반발에도 불구,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28일(현지시각) 아프간 카불 공항 테러에 대한 지난 27일의 보복 드론 공습이 끝이 아니라면서 ‘추가 응징 조처’를 예고했다. 이 예고 이후 단 하루만에 두 번째 공습이 감행돼 미국의 분노를 짐작케 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추가 응징을 예고하는 성명에서 "나는 우리 군과 무고한 시민을 공격한 테러 집단을 추적하겠다고 했고 이미 쫓고 있다"며 "누구든 미국에 해를 입히고 미군을 공격하려 할 때 대응할 것이며, 그것에는 의심의 여지가 없다"고 밝혔다.

미국의 두 번째 공습은 자폭 테러범들을 싣고 아프간 카불 공항으로 향하던 차량을 대상으로 했다. 이 차량에는 여러 명의 IS-K 자살폭탄 테러범이 탑승해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로이터에 따르면 미군은 아프간 밖에서 띄운 드론을 이용해 해당 차량을 공격했다. 지난 26일에 이어 카불 공항에서 또다시 최악의 폭탄 테러가 일어날 뻔했던 상황 직전에 미군의 공습이 이뤄진 것이다.

IS-K는 IS의 아프간 지부, 자금력 풍부하고 트렌디한 조직

카불 공항 테러를 감행한 IS-K는 이슬람국가(IS)의 아프간 지부에 해당한다. IS가 시리아에서 한창 맹위를 떨칠 무렵, 아프간 내에서도 IS에 동조하는 무리가 생겨났다. 그들이 바로 ‘IS-K’ 혹은 ‘IS 호라산’으로 불리는 조직이다.

탈레반이 오래된 이슬람 원리주의 조직이라면, IS는 새로 태어난 이슬람 무장 조직이다. 이전의 이슬람 테러 단체와 달리 IS는 풍부한 인력과 자금력, 군수품까지 모두 갖춘 것으로 평가된다. 이슬람 무장 조직원들 사이에서는 “이전의 조직들에 비해 좀더 젊고 강력하며 요즘 트렌드에 맞는 조직”으로 평가되고 있다. IS에 반해 탈레반은 ‘꼰대’로 여긴다는 분석이 제기된다.

탈레반은 주로 아프간 내에서 활동하는 일종의 ‘아프간 독립군’의 성격이 강한 반면, IS는 이라크와 시리아 등 외부에서 활동하는 국제적인 조직이라고 볼 수 있다. 최근 들어 IS가 시리아와 이라크에서의 지배력을 상실함에 따라, 새로운 본거지가 필요했다는 점에서 ‘카불 공항 테러’를 감행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IS에 대한 드론 공격 이후, 추가 보복 의사를 밝혔다. [사진=연합뉴스 TV 캡처]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IS에 대한 드론 공격 이후, 추가 보복 의사를 밝혔다. [사진=연합뉴스 TV 캡처]

아프간은 힘의 공백 지대, IS와 탈레반 간의 주도권 시작돼

아프간에서 미국이 철수를 천명한 이후, 아프간은 국제적인 힘의 공백 지대로 전락하고 있다. 따라서 카불공항 폭탄 테러는 IS와 탈레반 간의 주도권 쟁탈전의 신호탄이라는 관측이다. 즉 IS 입장에서는 아프간이 혼란해져 탈레반의 지배력이 약화되는 상황을 만들기 위해 테러를 감행했다는 분석이다.

국제 문제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탈레반이 아프간을 장악한 이후, ‘IS에 의한 테러가 있을 것’이라는 전망이 제기됐다. 탈레반 입장에서는 밖으로는 미군과 싸워야 하는 입장이고, 안으로는 IS와 싸워야 하는 신세가 된 것이다.

현재 아프간은 미군이 카불 공항 인근에서 철통 경계를 서고 있음에도, 상황은 여전히 불안정하다. 특히 오는 31일 미군 철군 시한을 앞두고 추가 테러 가능성이 크다는 우려가 나오면서, 아프간 사태는 앞을 내다볼 수 없는 소용돌이에 빠져들 것으로 전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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