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 괜히 사퇴시켰다간 "투기 욕하며 투기해온 것들은 왜 사퇴 안 해?" 여론 직면할 수도

국민의힘이 윤희숙 의원의 의원직 사퇴안을 국회 본회의에서 가결 처리하는 것으로 방향을 잡았다. 하지만 정작 의원직 사퇴안 처리에 키를 쥔 더불어민주당이 극구 회피하고 있다. 이 문제를 놓고 여야의 셈법이 당초 예상 외로 복잡하게 돌아가고 있다.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는 전날 언론 인터뷰에서 '윤 의원 사퇴안을 당론으로 찬성하느냐'는 질문에 "윤 의원은 수사 과정에서 의원으로서의 불합리한 특권을 내려놓겠다는 것이므로 여당이든 야당이든 윤 의원의 생각에 맞춰서 가는 것이 옳지 않나"라고 답했다. 사퇴안 처리에 힘을 실은 것이다.  

김기현 국민의힘 원내대표도 전날 언론에 "윤 의원 본인의 의사가 확고하기 때문에 그 의사를 존중해 사퇴안을 가결하는 게 맞다는 입장"이라며 "우리는 윤 의원의 사퇴안을 빨리 처리하는 것이 맞다(고 본다)"고 말했다.

김 원내대표는 전날 박병석 국회의장 주재 여야 원내대표 회동에서도 이 같은 입장을 윤호중 민주당 원내대표에게 전달했다. 

'윤희숙 사퇴안 처리'가 국민의힘 당론으로 채택된 것은 아직 아니다.

한편 여당인 민주당에선 국민의힘의 사퇴안 가결 요구를 일축하고 있다. 민주당은 윤 의원의 사퇴가 부동산 투기 의혹의 본질이 아니라면서 실제 처리 가능성에 부정적 입장을 보이고 있다.

고용진 민주당 수석대변인은 언론에 "윤 의원이 사퇴서를 던진 것은 오로지 정치적 이유"라며 "윤 의원의 사퇴안 처리를 여당 의원들이나 지도부가 논의한 적도 없고, 논의할 가치를 느끼지도 못하고 있다"고 일축했다. 

이용빈 대변인도 논평에서 "자신의 의원직 사퇴 발표가 희화화되는 것이 싫다면 탈당을 먼저 하고 이후 조사 결과에 따라 정치 행보를 결정하는 것이 진정성 있는 정치인의 자세"라고 했다. 

민주당은 윤 의원이 부친의 투기 의혹 관련 수사를 성실하게 받는 것이 우선이라고 주장한다. 

사퇴안 가결 처리에 키를 쥔 민주당은 현 시점에서 괜히 윤 의원을 사퇴시켜 여론의 역풍을 맞을 이유가 없다고 보고 있다. 특히 부동산 투기를 잡겠다며 집권기 내내 국민들을 부동산으로 들들 볶아온 민주당 인사들이 정작 뒤로는 투기를 해온 사실이 드러난 마당에 부친의 과거 농지 매입 의혹만으로 윤 의원을 쫓아냈다간 '내로남불' 비판에 다시 직면하게 될 수밖에 없다.

검찰 수사 끝에 기소됐음에도 국회 법사위 소속으로 현직을 유지하며 피감기관에 큰소리 치는 여당의원들에 견주더라도 윤 의원의 의원직 사퇴는 국민들에게 뚜렷이 대비된다.

윤 의원은 사퇴안 처리 불발의 경우 헌법소원을 제기하는 방안도 고려 중이다. '직업 선택의 자유'라는 헌법상 기본권을 앞세울 방침이다. 윤 의원을 최일선에서 변호하고 있는 박수영 의원은 "우선은 사퇴안의 본회의 통과가 목표이고 헌법소원은 여러 옵션 중 하나"라며 "대통령도, 장관도, 지사도 중도에 그만둘 수 있는데 국회의원만 그만두지 못 하게 하는 것은 직업 선택의 자유를 제한하는 것"이라고 했다.

김진기 기자 mybeatles@pennmik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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