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준석 국민의힘 대표가 대통령 경선 후보자 등록 시작일인 30일 정규재 펜앤드마이크 진행자(前 주필 겸 대표)와 단독 인터뷰했다. 이 대표는 "당의 불가역적 변화를 진행하는 중"이라며 이 같은 변화에 조직적인 저항이 나오고 있다고 진단했다. 오는 경선 과정에서 첨예한 이슈로 떠오른 역선택 방지 조항과 관련해선 "기술적으로 진짜 어려운 부분"이라면서도 선호 여부에 대해 답변하진 않았다.

이 대표는 이날 오후 여의도 국회 본관 당대표실에서 진행된 펜앤드마이크와의 인터뷰에서 박근혜 대통령 탄핵 문제에서부터 내년 대선에서의 정권교체에 이르기까지 주제를 가리지 않고 자유롭게 즉문즉답했다.

이 대표는 인터뷰 시작부터 "생각했던 지점에서 조직적 저항이 나오고 있다"며 "변화를 불가역적으로 만드는 과정 속에 있다"고 말했다. 거부하는 자가 누구냐는 물음에 "'누가'라는 표현보다는 조직적인 저항이 있다고 느낀다"며 "지난 서울시장 재보선과 전당대회 등에서 나의 방향과 계속 반대되는 분들이 있었다"고 언급했다.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를 국민의힘 서울시장 후보로 만들고자 했던 당 안팎의 기득권 일부도 지목했다.

이 대표는 대선후보 가운데서 부정선거론에 심취해 있는 사람들이 있다면서도 윤석열 전 검찰총장을 비롯한 당내 후보들이 이를 쟁점화시킬 가능성은 낮다고 봤다.  

이 대표는 10월경 비대위를 만들어 이 대표를 쫓아내려는 일종의 쿠데타설이 나도는 데 대해 "신지호 전 의원의 '탄핵' 발언은 말실수일 것이라고 본다"면서도 "2021년 들어 여러번 반복된 현상이 압도적 다수가 몰려가 있는 쪽이 졌다는 것이다. 그런 것들이 영향을 주고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이 대표는 대세추종형으로 압도적 다수에 속하려는 자들은 특정 지역에 오랜 기반을 두고 있는 '지역토호', 내지는 '지역중진들'이라고 했다. 

이 대표는 정치개혁은 수나 논리에 의해 추동할 수 있지만 정당개혁은 한층 어렵다면서 "가장 내부적 저항이 센 게 공직후보자 기초자격 시험"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정당에 뿌리깊은 인재충원 및 상납의 체계가 있다"며 민감한 부분을 건드리기도 했다.

이 대표는 내년 대선보다 그 바로 다음에 있을 지방선거를 위해 유력 대선주자의 세력이 급속히 커지는 현상에 대해선 "특정 캠프를 겨냥해서 말하진 않겠지만 지방선거를 앞두고 유력 대선주자에게 줄을 대는 것은 인지상정"이라며 "(하지만)소수 세력이 다수 세력을 깼던 최근의 선거들을 보면 사람이 많이 모였다고 경쟁력이 있는 건 아니었다"고 지적했다. 

정홍원 전 국무총리가 선관위원장으로 임명된 배경을 묻는 질문에는 "제가 2012년 비대위원이었을 때 정 전 총리가 공천심사위원장으로 있으면서 당내 권력이었던 박근혜 대표와 대립각을 세우는 걸 봤다"며 권위와 뚝심으로 현안을 돌파할 선거 관리의 적임자라고 했다. 윤 전 총장 측이 추천한 것 아니냐고 하자 "그렇지 않다"며 "특정 캠프에서 추천한 경우가 있었는데 그 즉시 인선에서 배제했다"라고 말했다. 

이 대표는 역선택을 막을 방지 조항이 있을 수 있느냐는 질문에 "여론조사에서 우리 당 지지자만 응답에 포함시키자는 것인데 이거는 진짜 어려운 부분"이라며 "전당대회 때 해보니 연령대별로, 성별로 (할당한) 셀을 다 채울 때까지는 시간이 한참 걸린다"고 설명했다. 그는 "20대 여성이나 호남에서 우리 당 지지자를 채우는 게 한참 걸린다는 얘기"라며 "우리 당 지지자로 국한하면 밤새 전화 돌려도 채우기 힘들다"고 부연했다. 이어 "제가 룰에 대해 설명할 수는 있어도 무엇을 선호하는지에 관해선 말씀드릴 수 없다"며 "선관위에서 정해줘야 하는 것"이라고 했다. 그러면서도 "어떤 입시제도든 간에 학생은 공부 열심히 하면 학교 들어간다"고 했다.

이 대표는 특정후보를 염두에 두고 있는 것은 아닌지에 대해 묻자 "유승민 전 의원을 연결짓는 분들이 있는데 저와 특수관계"라며 "우리 사회에서 보는 검찰조직의 검사들 간 관계와는 달리 느슨하며, 아버지 친구이신 분이라 동지적 관계일 수도 없다"고 잘라 말했다. 유 전 의원을 대통령 만들겠다고 말한 지난 발언들은 유 전 의원이 바른미래당 대선 후보였을 때 발언이었고, 서울시장 재보선 직전에 "안철수 대표가 서울시장 후보로 당선되고 윤 전 총장이 대통령까지 되면 당원으로서 어떻겠느냐"는 물음에 답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박근혜 탄핵 문제에서 윤 전 총장을 어떻게 봐야 하느냐는 물음에는 "윤 전 총장에 대한 강경보수층의 지지를 보면 탄핵 문제는 일단락이 된 게 아닌가 싶다"며 "윤 전 총장은 당시 검찰 공무원으로서 적폐수사를 했다고 본다"고 말했다. 그는 또 "국민들이 대선 승리에 최적화된 후보로 윤 전 총장을 여기기 때문"이라면서도 "윤 전 총장이 최종 후보가 되지 못할 가능성은 낮지만 그렇게 된다면 캠프에 몰려간 압도적 다수는 매우 당황스러울 것"이라고 했다.

이 대표는 "정당개혁은 잠재된 기득권과의 다툼"이라며 2030세대의 세력화 가능성에 깊은 고민도 드러냈다.

이 대표는 "대선을 승리로 이끈다면 30대로서 누구도 하지 못할 경험을 갖게 된다"며 "거꾸로 실패하면 감당키 어려운 것을 평생 안고 살아가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노무현 대통령 탄핵 역풍으로 누구도 당 대표를 맡지 않으려 할 때 박근혜 당시 신임 대표가 천막당사에서 제1야당 대표로 우뚝 서 대권까지 거머쥐게 된 과거를 회상했다.

김진기 기자 mybeatles@pennmik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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