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민이 아닌 특별공로자 혹은 특별기여자?
대규모 난민 유입...우리 머리 속에 유럽은 없다
유명 인사들, 난민에게 자기 집 내주겠다더니 말만 번지르르
다문화주의 실패 선언한 유럽, 서민대중과 유리된 엘리트 집단의 이상주의적 세계관 파산

오세라비 객원 칼럼니스트

난민이 아닌 ‘특별’ 지위 아프간인

아프가니스탄(이하 아프간)에서 미군이 20년 만에 철수하자 아프간이 순식간에 붕괴했다. 한국 정부는 아프간 사태와 관련해 한국의 아프간 협력 사업에 함께 했던 현지인과 가족 378명을 군수송기 3대로 한국으로 데려왔다. 나머지 13명은 2차로 곧 도착할 예정이다. 박범계 법무부 장관은 인천공항까지 직접 마중을 나가 브리핑을 하며 "아프간인 특별입국자들에게 단계별로 국내 체류 지위를 부여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정부는 지난 26일 도착한 아프간인의 지위는 난민이 아닌 특별공로자 혹은 특별기여자라는 신분이다.

이럴 경우 공식적으로 난민이라 부르지만 정부는 ‘특별’이라는 지위를 부여했다. 여기서 짚고 가야할 부분은 우리나라는 엄연히 ‘난민법’이 제정되어 있다. 난민법안은 2011년 국회 본회의를 통과하여, 2015년 12월 20일부터 난민법이 시행되고 있다. 하지만 이번에 입국한 아프간인에 대해 특별이라는 지위를 붙인 합당한 근거와 이유가 불명확하다. 난민법이 정한 기준과 절차에 따라야 하는지, 아니면 난민법과 무관한 것인지 현재로서는 명확히 알 수 없다.

명백한 것은 정부는 법률이 정한 절차에 따라야 하는 것이다. 더구나 아프간인을 이송함에 있어 어떠한 공적 토론이나 정치적 합의 절차 없이 진행되었다. 상황이 긴박했을지라도 말이다. 이번에 도착한 아프간인이 특별기여자라면 앞으로 발생할 가능성이 높은 난민이나, 현재 국내 체류 중인 아프간들이 가족. 친지를 입국시켜달라는 요구에 대해 어떤 기준으로 처리할 것인지 의문이 든다. 법무부 자료에 의하면 재한 아프간인은 약400명 정도 된다. 대부분 외교관이나 유학. 연수 목적으로 체류하고 있다. 입국한 아프간인에 대해 특별기여자라는 선례가 향후 유사한 사태가 발생하면 어떻게 처리할지 국민의 한 사람으로서 의문이 든다. 이는 인권 차원, 도덕적 인도주의와는 또 다른 문제다.

전 세계적으로 난민은 최대 규모로 증가하고 있다. 법무부 출입국외국인정책 통계연보에 의하면 전 세계 난민은 총 7천950만 명으로 집계되고 있다(유엔난민기구 2019년 난민동향 보고서). 국내 난민 신청건수도 지속적인 증가세를 보여 난민 집계를 한 1994년부터 지난해까지 총 7만646건이다. 난민 신청자는 두 가지로 분류하는데 인도적체류자와 난민인정자가 있다. 현재까지 인도적 체류자는 2천409명, 난민 인정자는 1천119명으로 총 3천528명이다. 최근 발생한 아프간 사태를 보더라도 우리나라도 대규모 난민을 받아들여야 할 상황에 직면할 수도 있다 .

어쩔 수 없이 떠안은 난민의 대륙 유럽 그리고 다문화주의라는 표어

다문화의 대륙으로 불리는 유럽, 특히 서유럽은 몰려드는 대규모 난민. 이민 위기를 일찌감치 겪고 있다. 유럽은 2차 세계대전 후 경제복구를 위한 필요성으로 외국인 노동자를, 즉 손님 노동자 형태로 받아들였다 그들이 눌러앉아 가족을 만들고, 친지를 불러들이며 뿌리를 내리며 이민사회가 형성되었다. 이것이 다인종, 다문화사회의 시작이었다. 영국은 97년 토니 블레어 노동당 집권, 독일은 98년 슈뢰더 독일 사회민주당 집권하며 이민 정책의 일대 변화를 가져와 유럽은 이민의 문호를 활짝 열어젖혔다.

이민자 대열과 함께 난민들도 유럽으로 대거 유입되기 시작했다. 세계화, 다양성 존중, 세계시민, 인권이 꽃피는 아름다운 세상, 편견과 차별 없애기, 다름에 대한 이해와 공감 등의 다문화를 찬미하는 언어가 대세가 되었다. 유럽은 대규모 이민자 유입에 대한 찬성론이 지배했다. 유럽으로 몰려드는 이민자의 흐름은 막을 수 없게 되었다. 여기에다 대규모 난민 사태는 유럽을 안전하고 평화로운 피난처로 삼아 몰려드는 난민 대열을 막을 방법이 없게 되었다.

유럽의 상황을 보자. 2001년에 터진 아프간 전쟁과 2003년 이라크 전쟁, 2011년부터 시작된 리비아 사태, 시리아 내전으로 수백만 명이 이동하는 난민 행렬이 이어졌다. 무슬림이 거의 전부라 할 수 있는 난민행렬은 동유럽이나 남유럽 국경 서너 개 나라를 통과하며 서유럽 혹은 북유럽으로 향했다. 독일, 영국, 프랑스, 오스트리아, 스웨덴 각국은 인권을 신봉하든 안 하든 난민을 수용할 수밖에 없었다. 결과적으로 유럽은 대규모 이민자, 난민 유입으로 엄청난 위기에 처했다.

유럽의 죽음, 유럽은 자살하는 중?

다문화의 대륙 유럽은 자살하는 중이라는 우울하면서도 강력하고 냉철한 보고서가 2017년 5월에 영국에서 출간되었다. 더글러스 머리 지음 『유럽의 죽음』이다. 출간 즉시 손꼽히는 베스트셀러가 된 이 책은 유럽 민족의 출산율 감소와 대규모 이민. 난민의 대이동 앞에 무기력하게 자멸하고 있는 유럽이 처한 상황을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저자는 유럽의 전 대륙을 누비며 대규모 이민으로 인해 유럽의 문화와 인종 지형이 완전히 뒤바뀌고 있는 현실을 파헤친다. 이민자, 난민자들이 저지르는 범죄와 테러 사건 특히 여성들을 상대로 유럽 각국에서 벌어지는 끔찍한 성폭행 사건들을 묘사하고 있다.

예를 들어 리비아. 시리아 사태로 약 4백만 난민 발생했다. 2013년부터 시작된 대규모 대열의 경로는 동유럽이나 남유럽을 거쳐 국경을 통과한다. 난민 대열은 동유럽의 헝가리, 슬로베니아, 크로아티아 국경을 넘어 고속도로와 철로를 따라 걸어서 독일이나 스칸디나비아로 향한다. 난민 대열에는 발칸반도, 코소보, 북. 서 아프리카 출신들까지 뒤섞여 이동한다. 남유럽은 스페인, 그리스, 이탈리아를 거쳐 프랑스나 독일로 향한다. 2015년 9월 뮌헨에 도착한 난민은 1만 4천 명, 어느 주말에는 4만 명에 육박했다고 한다. 밀려드는 난민이 거쳐 가는 헝가리, 크로바티아는 국경을 강화하는 등 유럽 각국과 정치적 마찰을 빚으며 혼란은 계속되고 있다.

머리는 자신의 고국이 처한 현실을 충격적으로 밝힌다. 블레어 노동당 집권 당시 1999년 난민 신청을 한 사람은 9만 명에 달했다. 그해 난민 신청이 기각되어도 출국하지 않은 난민자가 대부분이었다. 영국의 댐은 이때부터 무너지기 시작했던 것이다. 2011년에 이르러 영국은 이미 다른 곳이 되어 버렸다. 런던의 서른세 개 자치구 가운데 스물세 곳에서 백인 영국인은 소수라는 사실이다. 영국은 매해 이민자(난민 포함) 수 30만 명 훌쩍 넘는다. 영국의 신생아 1/3이 이민자의 자녀다. 그러다보니 가뜩이나 주택부족에 시달리는 영국은 이민자를 수용하려면 매년 24만 채 신규주택 지어야 한다. 해마다 리버풀 규모의 도시를 하나씩 지어야 한다는 얘기다. 이민. 난민들의 높은 출산율로 인해 학교부족과 국민의료보험비는 증가하고 있다. 이 추세대로라면 향후 영국 인구는 2040년쯤이면 8천만 명을 넘어설 것이라 말한다.

『유럽의 죽음』에서 가장 충격적인 대목은 여성을 대상으로 이주자, 난민들이 저지른 성폭행, 집단강간, 아동강간 사건들이다. 영국 사회에 충격을 던진 2011년 무슬림 남성 아홉 명 (파키스탄 일곱 명, 북아프리카 출신 두 명) 갱단의 11~15세 아동 성 인신매매 혐의 유죄 판결을 받는 등 성폭행 사건은 사회문제가 되었다. 독일은 더 심각했다. 2014년 연말 마지막 날, 쾰른 시내에서 새해맞이 축제에 참가하던 젊은 여성 100여명이 북아프리카, 아랍계로 추정되는 이민자 무리들에게 집단 성폭행. 성추행을 당한 일이 발생했다. 독일 전역 뿐 아니라 오스트리아, 이탈리아, 프랑스, 스웨덴, 노르웨이에서 여성 성폭행, 집단 강간 사건이 매일 신고가 들어왔다. 스웨덴은 2014년 여름 스톡홀름 여름 축제 행사장에서 열네 살 소녀 수십 명이 아프간 출신 이민자 무리에게 추행과 강간을 당했다. 2014년 스웨덴 강간 사건은 6천620건으로 세계에서 가장 높았다. 2015년 16만 3천명이 난민신청을 해서 무작정 입국하여 시골 등지로 사라졌다. 난민 갱단들이 차량 폭탄 사건을 일으키는 등 스웨덴은 대 혼란에 빠졌다. 2016년 스웨덴 경찰 80%가 퇴직을 고려할 정도였다. 이는 『유럽의 죽음』에서 밝힌 여성 강간 사건의 일부 사례에 불과하다.

난민 수용 반대하면 인종주의자, 배우를 비롯한 유명 인사들의 난민환영!

난민 수용에 대한 반대 의견은 인권, 도덕적 인도주의라는 주장 앞에서 밀려났다. 물론 유럽 각국에는 실제로 인종주의자 집단도 존재한다. 하지만 난민자들의 문제에 대해 이견을 제시하면 레이시스트(Raycist), 제노포비아(Xenophobia)라는 낙인과 함께 토론에 끼지도 못하고 정치권 바깥에서 맴돈다. 유럽의 주류언론들도 이슬람 문제에 대해서는 그냥 넘어가며 인권, 인도주의, 평화라는 고상하고 좋은 말만 한다. 여기에 난민 사태가 불거질 때마다 유명 배우, 매스컴에서 활약하는 지식인, 명사들은 난민을 받아들여야 한다며 SNS에 해시태그를 달며 난민환영을 외친다. 『유럽의 죽음』에서 저자가 말했듯 “많은 유명 배우, 록스타, 종교인에 이르기까지 많은 사람들이 난민 가족을 자기 집에서 지내게 하고 싶다고 말했지만, 1년이 넘도록 이들 중 어느 누구도 난민 가족을 자기 집으로 들이지 않았다.” 우리나라도 예외가 아니다. 이미 이런 일로 유명한 배우가 있다. 또 아프간인 국내 이송 직전 진중권 전 교수 역시 이런 말을 했다. “아프간 난민 우리 집이라도 셰어 할 것”

독일, 영국, 프랑스, 오스트리아.....늦어버린 다문화주의 실패 선언

2010년 10월 독일 총리 메르켈은 “다문화사회 건설은 완전한 실패로 끝나고 말았다.”고 선언했다. 영국 총리 캐머런은 2011년 2월 뮌헨에서 열린 국제안보회의 연설에서 “과거 30년 동안 이어진 영국의 다문화주의는 젊은 무슬림들을 극단주의에 쉽게 빠지도록 만들었다. 이제 과거의 실패한 정책(다문화주의)을 접을 시간이 됐다"고 말했다. 캐머런의 선언이 있은 며칠 뒤 프랑스 대통령 니콜라 사르코지 역시 텔레비전 인터뷰에서 다문화주의 실패 선언을 하였다. 프랑스는 과거 식민지 지역이었던 북아프리카 출신 이민자, 난민 무리들의 폭동과 테러는 너무나 빈발하게 일어난다. 지난해 10월 파리 북부에서 발생한 무슬림 난민 청년에게 중학교 교사가 참수당한 사건은 큰 충격을 안겨주었다. 사건의 발단은 13세 소녀의 거짓말에서 비롯되었다.

유럽의 상황이 이토록 걷잡을 수 없게 된 근본 원인은 정치 엘리트 집단들의 이민. 난민문제에 대한 정책의 실패에 있다. 대부분의 유럽인들이 정부의 이민. 난민 정책에 압도적으로 반대하고 있는 것과는 다르게 말이다. 우리나라도 유럽의 전철을 밟지 말기를 바란다. 빗장은 한 번 열기가 쉽지, 그다음부터는 닫아 걸기 어려운 법이다. 흥미로운 조사 한 가지를 소개하며 글을 마친다. <2019년 한국인의 의식. 가치관조사>에서 난민 수용 찬성은 31.7%에 불과했다.

오세라비 객원 칼럼니스트 (작가, 미래대안행동 공동대표, 성차별교육폐지시민연대 상임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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