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역사상 최대의 수(空輸) 작전을 실행했다"
조 바이든 대통령, 우리 시간으로 9월1일 오전 '테러와의 전쟁' 종전 선언
美 현지 언론들, 미군 철수 관련 소식 중요 뉴스로 보도

미국이 아프가니스탄 철군(撤軍)을 공식화했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30일(현지시각) 발표한 성명에서 “20년간에 걸친 미군의 아프가니스탄 주둔(駐屯)이 끝났다”며 미군의 아프가니스탄 완전 철군을 공식화했다. 이로써 지난 2001년 조지 W. 부시 대통령이 시작, 미국 역사상 최장(最長)의 전쟁으로 기록된 ‘테러와의 전쟁’이 종전(終戰)을 맞이했다.

성명에서 바이든 대통령은 아프가니스탄의 수도(首都) 카불에서 이뤄진 철수 작전에 참가한 미군 장병들에게 감사의 뜻을 표하면서 “미국 역사상 최대의 공수(空輸) 작전을 실행했다”고 평가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미 동부 시간으로 오는 31일 오후 1시 30분(한국표준시 9월1일 오전 2시 30분) ‘테러와의 전쟁’의 종전을 공식 선언하는 국민 연설에 나설 예정이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사진=로이터)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사진=로이터)

바이든 대통령은 앞서 지난 4월 2500여명 규모의 아프가니스탄 주둔 부대의 철수를 공식화했다. 미군이 아프가니스탄에서 완전 철수하는 것은 이로부터 4개월여 만이다. 바이든 대통령이 아프가니스탄에서의 완전 철수를 관철시킨 데에는 예산은 계속해서 투입되는데 반해 그 효과가 매우 미미한 데 따른 미국 내 여론 악화가 한몫 했다. 트럼프 행정부 전임 정권인 오바마 행정부 시절 부통령을 지낼 당시인 지난 2016년에도 바이든 대통령은 아프가니스탄 철군을 시도했지만, 아프가니스탄의 치안 악화를 염려해 단념한 바 있다.

20년에 걸친 전쟁은 종식됐다. 하지만, 그렇다고 아프가니스탄이 안정을 되찾은 것은 아니다.

현재까지 아프가니스탄에는 100명에서 200명 사이의 미국인이 남아 있는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아프가니스탄에 미군이 주둔해 온 지난 기간 동안 미군과 미국 정부에 협력해 온 아프가니스탄 현지 주민 문제도 여전히 해결되지 않은 상태다. 앞서 수도 카불을 점령한 이슬람 원리주의 무장세력 탈레반은 자신들의 적대 세력에 협력해 온 이들이라고 해도 선처(善處)하겠다는 약속을 했으나, 제(諸) 외신의 보도에 따르면 그 약속은 실제로 제대로 지켜지지 않고 있는 듯하다.

이와 관련해 바이든 대통령은 “기한 한정 없이 우리에게 협력해 온 이들과 한 약속을 지키겠다”며 아프가니스탄 출국을 희망하는 미국인과 동등한 처우를 확약했다. 그러면서 바이든 대통령은 탈레반에 대해 자유롭고 안전한 이동에 관한 합의를 이행할 것을 재차 촉구하면서 “우리의 대응은 말이 아니라 행동에 따라 결정된다”고 강조했다. 이는 탈레반에 약속한 경제 지원은 탈레반이 미국에 약속한 사항들을 이행할 때에 비로소 가능하다는 취지의 경고 차원으로 해석되고 있다.

한편, 미국 언론들은 이번 아프가니스탄 완전 철수와 관련한 기사들을 중요 뉴스로 다루며 관련 보도를 내고 있다. 이들 보도 대부분은 비판적 논조로써, 아프가니스탄 계속 주둔에 회의적인 미국 내 여론이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워싱턴포스트(WP)는 지난 14일부터 진행된 아프가니스탄 철수 작전을 ‘사상(史上) 최대급의 공수 작전’이라고 평가하면서도 미군 등에 협력해 온 현지 주민 수천명이 모두 출국하지 못한 채 혼란의 도가니에 남겨졌음을 한탄했다.

블룸버그통신은 “2001년 미군 특수부대가 아프가니스탄에 도착했을 때에는 상상도 못 한 일”이라며 ‘탈레반 타도’의 기치(旗幟) 아래 시작된 ‘테러와의 전쟁’이 ‘탈레반 정권의 재등장’이라는 결말을 맞이한 현 상황이 예상 밖이라고 평가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바이든 대통령에게 있어 아프가니스탄 철수는 대선 공약 중 하나로써, 전쟁에 질려 버린 유권자들의 강력한 지지를 얻은 것이었다”며 “무질서한 철수가, 이제 막 시작된 대통령직에서 최대의 외교 정책상의 위기를 초래했다”고도 했다.

박순종 기자 francis@pennmik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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