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이 팔을 걷어붙여야만 해결할 시대적 과제 있다...내가 해결하겠다"
"당선돼도 180석 야당 상대해야...후보 가운데 민주당 다루는 건 제일 자신있어"
"왜 朴하고 사이가 안 좋아졌느냐? 바로 국회법 하나 밖에 없었다"
"빨리 사퇴하지 않으시면 탄핵말곤 답이 없다고 믿었다"
"그해 11월 검찰의 30여쪽 중간수사 보고서가 국회 탄핵의 근거"
"尹·洪 양강구도 뛰어넘을 수 있어...끝까지 완주할 것"
"나중에 당권 잡을 생각 전혀 하지 않는다"

국민의힘 대선주자로 본격적인 경선 레이스에 뛰어든 유승민 전 의원이 지난 31일 정규재 펜앤드마이크 진행자(前 주필 겸 대표)와 2시간 넘게 대담했다. 유 전 의원은 박근혜 정부 시절 여당 원내대표로 박 전 대통령과 대립각을 세우게 된 일부터 탄핵에 이르게 된 과정을 적극 해명하고자 했다. 아울러 한국 보수정치가 자유라는 핵심 가치 위에서 진보적 의제까지 포용할 수 있도록 운동장을 넓게 써야한다는 소신을 강조했다. 

유 전 의원은 출마 동기에 대해 "한국사회엔 대통령만이 팔을 걷어붙여야 해결할 수 있는 문제들이 분명히 있다"며 "시대적 과제라고 할 경제성장, 인구감소, 불평등 관련 문제들을 5년 동안 해결해 성공한 대통령이 되고자 한다"고 말했다. 정 진행자가 "할 수 있을 것 같은가? 당선돼도 180석 야당에게, 그리고 석패한 이재명 등에게 포위될 것이다"라고 반문하자 유 전 의원은 "저는 어느 후보들보다 여당 지도부하면서 민주당을 상대해 봤기에 자신있다"고 말했다. 

정 진행자가 민주노총 등 강성노조 문제를 함께 거론하며 "너무 순진하게 생각하시는 것 아닌가? 떡을 엄청나게 줘야할 텐데. 예를 들어 박근혜 정부 당시 원내대표였을 때 떡을 많이 줬다"고 지적한 데 대해 "아니다. 떡을 일부 줘야 하겠지만 제가 국회에서 다 해보지 않았느냐"고 답했다. 

유 전 의원은 당시를 떠올리며 "그럼 제가 왜 박근혜 대통령하고 사이가 안 좋아졌느냐? 바로 국회법 하나 밖에 없었다"며 "국회법에 있던 기존 조항 중 하나를 야당에서 개정해달라고 한 것으로 국회가 정한 법률에 위반되는 대통령령에 대해 국회가 수정을 요구할 수 있도록 하자는 게 다였다. 국회가 입법기관이니까 행정부와의 관계에서 봤을 때도 법 취지에 맞는다고 봤다. 그 정도 들어주고 (일을) 한 것이다. 하지만 공무원연금개혁과 탄핵은 아무런 관계가 없었다"고 했다.

두 사람은 탄핵 전후의 정치적 사건들을 서로 복기하며 끊임없이 이견을 나타냈다. 급기야 박 전 대통령이 탄핵된 배경에 대해서도 두 사람의 의견은 근본적으로 엇갈렸다. 정 진행자는 "최순실이 대통령을 꼭두각시처럼 조종했다고 생각하는가?"라고 말한 데 대해 유 전 의원은 "상당한 의견 개진을 대통령에게 한 것은 사실"이라며 탄핵이 불가피했으며 정당했다고 주장했다.

역으로 유 전 의원은 정 진행자에게 "당시 박 대통령과 그 정부로서 가질 수 있는 선택이 주필님 말씀에 따르면 잘못한 게 없기 때문에 탄핵도 없이 그 상태 그대로 가는 것이었느냐"고 되물으면서 "한 가지 분명하게 말씀드리고 싶은 것은 빨리 사퇴하지 않으시면 탄핵말곤 답이 없다고 믿었다. 그 선택에 대해선 나라가 혼란하지 않기 위해서 옳았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유 전 의원은 또 내각제 개헌을 주장하는 세력이 대통령을 사면초가에 빠뜨려 탄핵시켰다는 정 진행자의 발언에도 사실이 아니라고 주장했다. 정 진행자가 "아니 당시에 내각제에 대한 강력한 추동력이 있었다는 것도 부정하시나"라고 지적하자 유 전 의원은 "부정한다. 왜냐하면 국민투표도 해야하고 그런 내각제 개헌이 되질 않는다"고 말했다.

돌고 돌아 정 진행자는 "그러면 박근혜 대통령을 왜 탄핵했습니까?"라고 했고, 유 전 의원은 "저는 박근혜 대통령이 대통령직을 수행할 수 없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유 전 의원은 문 대통령에 대해선 아직까지 탄핵할 구체적 사유가 없다고 생각한다고 답변하며 대통령이 법을 위반한 구체적 정황과 증거가 있고 전국민의 공분이 극에 달할 때라야 탄핵이 가능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그해 11월 20일 검찰이 중간수사 결과를 발표하기 위해 작성한 30여쪽의 보고서가 박 대통령 탄핵 절차에 들어간 근거였다고 밝혔다.

정 진행자는 유 전 의원 면전에 대고 "명색이 국힘당이 같이 편승해서 자기 대통령에게 돌멩이 던지고 듣기 싫겠지만 '배신'을 한 것"이라고 말했다. 유 전 의원은 "국민을 배신한 적 없다"며 "지금이 군주시대도 아니지 않습니까. 제가 신하가 아니지 않습니까"라고 말했다.

정 진행자는 "탄핵의 강을 건너자, 잊어버리자라며 계속 회피하지 말고 진실에 대한 백서라도 만드는 노력을 해보라"고 비판했고 유 전 의원은 "잊어버리자는 게 아니다. 판결문에도 남아있고 역사의 기록도 다 남아있는데 그 기록을 누가 없앨 수가 있겠는가"라고 말했다.

한편 유 전 의원은 정홍원 공관위원장이 경준위가 만들고 최고위가 추인한 경선 룰을 원점 재검토하겠다면서 역선택 방지 조항을 넣겠다고 한 것은 결코 받아들일 수 없다고 했다. 또한 이런 정 위원장을 임명한 것만 보더라도 자신과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는 이미 정치적 입장과 이해가 다르다고 했다.

유 전 의원은 보수정치가 자유라는 기반 위에서 시대에 맞게 더욱 유연해져야 함을 강조했다. 그는 "이제는 보수가 과거 민주화 운동권이 내세우던 자유를 내세우고, 반면 운동했던 사람들은 도덕적으로나 헌법가치로나 형편없는 세력이 돼 버렸다"며 "제 요지는 보수가 제발 운동장을 넓게 쓰자는 것이다. 국민들께서 자유도 좋다고 하시지만 평등하고 공정하고 정의롭고 산업현장에서 안전하고 전염병 방역에서 생명이 소중히 여겨지고 이런 것들을 국민들이 원하시니까. 이런 게 자유와 모순이 되는 것도 아니다"라고 했다.

유 전 의원은 자신이 '윤석열·홍준표' 양강구도를 꺾고 승리할 수 있다고 말했다. 대선 이후 당권을 잡겠다는 생각은 전혀 하고 있지 않다며 끝까지 지지율이 낮게 나오더라도 완주하겠다는 입장도 밝혔다. 

김진기 기자 mybeatles@pennmik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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