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변 원자로 플루토늄 생산량은 연간 7~8kg으로 핵무기 1~2기 생산량에 불과”
“북한의 핵분열 물질 생산의 핵심은 여전히 우라늄 농축”

하이노넨 전 IAEA 사무차장(연합뉴스)

국제원자력기구(IAEA)가 최근 보고서에서 북한이 핵무기를 증강하기 위해 영변 핵시설에서 플루토늄 생산 원자로의 작동을 재개했다고 밝힌 것과 관련해 올리 하이노넨 전 국제원자력기구(IAEA) 사무차장(현 미국 스팀슨센터 특별연구원)은 북핵 물질의 핵심은 ‘고농축 우라늄’이며, 영변 원자로 재가동은 대미 압박을 위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하이노넨 사무차장은 1일 공개된 미국의소리(VOA) 방송과의 인터뷰에서 “북한은 2018년 6월 싱가포르 1차 미북 정상회담 이후 플루토늄 원자로를 가동하지 않았지만 우라늄 농축을 계속하며 핵 비축량을 늘리고 있다”며 북한이 최근 영변에서 플루토늄 생산 활동을 재개한 것은 “관련국들에 협상 테이블로 돌아와 북한에 일부 양보를 할 것을 촉구하는 신호”라고 밝혔다.

그는 “원자로에서 플루토늄 생산량은 기껏해야 연간 7~8kg으로 핵무기 1~2기 정도를 만들 수 있는 양이므로 (플루토늄) 원자로 가동과 재처리 작업으로는 전략적 균형을 근본적으로 바꾸지 못한다”며 “북한의 핵분열 물질 생산의 핵심은 여전히 우라늄 농축”이라고 강조했다.

하이노넨 전 사무차장은 북한이 영변 우라늄 농축공장과 다른 농축공장 추정 시설들에서 생산하는 무기급 고농축 우라늄을 연간 약 150~160kg으로 추정했다고 VOA는 전했다. 농축 우라늄 150~160kg은 통상 핵탄두 6개를 만들 수 있는 양이다. 그는 “북한은 2009년에 건설한 영변의 우라늄 농축공장(EUP)에서 농축 우라늄을 생산하고 있으며 이곳이 북한의 핵분열 물질 생산 프로그램의 핵심으로 추정된다”며 “북한이 농축 활동을 점진적으로 높이고 실험용 경수로(ELWR)에 일부 사용했다고 가정하면 2020년 말까지 약 540kg의 우라늄을 생산했을 것으로 추산된다”고 밝혔다. 그는 “평양 인근 강선 등 영변 외에 1개 이상의 추가 농축 시설이 있는 것으로 알려졌지만 그렇다 하더라도 이런 시설이 영변의 우라늄 농축공장의 역량을 그대로 복제했을 가능성은 낮다고 본다”며 “오히려 영변에서 저농축 우라늄을 생산하고 일부는 원자로 연료로 사용하고 나머지는 외부시설로 보내 무기급으로 농축하는 것이 더욱 가능성있는 시나리오”라고 했다.

하이노넨 전 사무차장은 북한이 플루토늄 원자로 재가동으로 관련국들에 “플루토늄 프로그램이 아직 살아있다는 사실을 상기시키면서 북한이 관련 역량을 유지하며 실험용 경수로 완성을 모색하고 있다는 점도 보여줄 것”이라고 예상했다. 북한의 실험용 경수로가 가동되고 재처리 공장도 이에 맞춰 개량되면 북한의 플루토늄 생산 프로그램 수준은 한 단계 상향될 수 있다는 설명이었다.

북한이 지난 2008년 영변 불능화 작업의 일환으로 냉각탑을 폭파한 것과 관련해 하이노넨 전 사무차장은 “냉각탑이 없어도 냉각 작업은 가능하다”고 지적했다. IAEA는 영변 5MW 원자로 재가동 징후로 지난 7월 초부터 냉각수가 방출됐다는 사실을 지적했다. 미국의 북한전문 매체 38노스는 지난달 30일(현지시간) “영변 핵시설의 5MW 원자로에서 냉각수가 방출되는 모습이 25일 위성사진으로 포착됐다”고 밝혔다. IAEA 보고서 내용을 뒷받침하는 새로운 증거가 가온 것이다.

그는 “핵시설 인근 강이나 바다, 호수 등에서 물을 끌어와 냉각수로 활용하는 원자로가 많은데, 영변은 인근 구룡강을 활용하기에 좋은 위치”라며 다만 물을 끌어오는 데 큰 비용이 들기 때문에 북한은 영변 냉각탑을 폭파한 뒤에는 주변 용수를 활용했을 것이라고 추정했다고 VOA는 전했다.

IAEA가 재처리 작업이 이뤄지는 방사화학연구소의 활동 기간을 ‘5개월’로 파악한 것에 대해서는 “5MW 원자로에서 나온 전체 50톤 분량의 사용후 핵연료를 재처리해 플루토늄을 추출하는 데 대략 5개월이 걸린다”며 “이는 영변의 재처리 공장이 건설 중인 실험용 경수로에서 나온 연료를 처리할 수 있는 추가 용량을 보유하고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고 했다.

하이노넨 전 사무차장은 북한 영변 핵시설 내 원자로 재가동 등은 북한의 모든 핵 프로그램 개발을 금지한 유엔 안보리 결의 위반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IAEA가 9월 유엔 총회에서 북한의 핵활동을 규탄할 수 있지만 후속 조치는 안보리의 몫이라고 했다.

VOA에 따르면 그는 북한과 핵협상 재개 시 바이든 행정부가 북한에 유엔 안보리 결의들을 준수하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플루토늄과 농축 우라늄 생산, 그리고 핵무기 제조를 중단하도록 요구한 후에 동결방법, 핵무기 폐기를 위한 이정표 등에 합의해야 한다는 설명이었다.

양연희 기자 yeonhee@pennmik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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