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희숙에 대한 민주당의 분노는 다른 데에 있는 게 아니다. 본인들의 전매특허인 언더도그마를 쓸 수 없기 때문이다. 토착왜구이자 적폐세력인 국민의힘 의원을 ‘도덕적 악(惡)’으로 규정하고 심판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가 의원직 사퇴로 날아갔다. 이런 분노와 공작적 사고가 결합하니 매사를 ‘쇼’로 매도한다. 그리고 자신들이 망상하는 ‘쇼’가 현실에서 일어나지 않는다고 화를 내고 있다. 이렇게 때릴 곳은 널리고 널렸다. 그럼에도 국민의힘은 무엇을 하고 있는가?

나연준 객원 칼럼니스트
나연준 객원 칼럼니스트

지난 25일 국민의힘 윤희숙 의원이 부친의 ‘부동산 투기 의혹’의 책임을 지겠다고 의원직을 내던졌다. 의원직 사퇴와 무관하게 부친의 위법 행위가 인정된다면 처벌을 받아야 하고, 세간의 풍문처럼 내부 정보를 이용했다면, 이 역시 엄정한 법의 잣대로 심판받아야 할 것이다.

여권은 연일 ‘사퇴쇼’라는 프레임으로 ‘윤 의원 때리기’를 하고 있고, 야권은 책임 있는 선택을 존중한다는 분위기다. 그러나 정치인 개인에 대한 평가보다 중요한 것은 ‘전선’(戰線)이다. 윤희숙은 이미 좌우 정치투쟁의 전선이 되었다. 그리고 이 전선에는 좌파의 프로파간다와 언더도그마, 부동산 문제에 대한 뒤틀린 의식, 보수 야당의 무능함 등이 교차해 있다.

1. 반복되는 좌파의 프로파간다

좌파가 윤희숙을 공격하는 논리는 단순하다. ‘80세 노인이 독단적 결정으로 땅을 살 수 있었겠느냐’라는 것이다. 그 이면(裏面)에는 윤희숙이 부친의 부동산 매매에 영향을 미쳤다는 결론이 깔려있다.

원래 프로파간다는 구체적 정보와 논리, 반박에 대한 재반박 등 논리적 절차를 요하지 않는 법이다. 결론은 이미 정해져 있고, 그를 위한 정보만 취할 뿐이다. 왜냐 하면 프로파간다의 목적은, 사실 확인이 아니라, 대중에 편견을 각인시키는 것이기 때문이다.

이번 경우도 마찬가지다. 좌파는 윤희숙이 한국개발연구원(KDI) 근무 시절 개발 관련 정보를 들었을 수 있다는 둥, 제부가 박근혜 정부 실세였다는 둥, 세종시의 ‘금싸라기’, ‘노른자’ 땅이라는 둥, 윤희숙 일가(一家)를 범죄적 집단으로 몰아가고자 한다.

물론 이들에게 윤희숙의 KDI 근무가 예비타당성 조사보다 시간적으로 앞선다는 사실, 부동산이 주변에 비해 많은 시세 차익을 보지 않았다는 사실, 부동산 가격 상승은 원천적으로 문재인 정부에 책임이 있다는 사실 등은 전혀 중요하지 않다.

즉, 논리적 연결 고리가 없는 것을 무한대로 이어붙인다. 원숭이 엉덩이와 사과 사이의 공통점은 빨갛다는 것뿐인데, 이 양자를 붙여 설명하는 것에 비유할 수 있다. 좌파는 이런 따위 것을 ‘팩트체크’랍시고 떠들어댄다. 그리하여 원숭이 엉덩이는 사과를 거쳐 바나나, 기차, 비행기, 백두산으로 자가 발전한다. 광우병 사태, 천안함 폭침, 세월호 음모론, 박근혜의 7시간, 소위 ‘부정선거’ 의혹과 관련해 김어준이 제시한 ‘K값’, 생태탕과 페라가모 등이 모두 같은 도식으로 이뤄진 주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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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원직 및 대선 예비후보 사퇴를 선언한 국민의힘 윤희숙 의원이 지난달 27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소통관에서 부친의 부동산 불법거래 의혹과 여기에 자신이 관여한 것 아니냐는 의혹에 대해 반박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급기야 야권은 ‘윤희숙 게이트’, ‘윤희숙 부동산 농단 사건’이라는 표현을 서슴치 않았다. 세상에, 윤희숙의 구체적 범법 행위가 하나도 밝혀진 바가 없는데, ‘윤희숙 게이트’라니? 어떻게 이런 헛소리가 가능한가? 심지어 김두관을 비롯한 여권인사들은 KDI를 전수(全數) 조사해야 한다고 소리 높이고 있다. 구체적 혐의점이 아무것도 없는데도 말이다. 이것이 기침소리를 냈다고 마구니로 규정하는, 궁예의 ‘관심법’과 무엇이 다를까.

좌파 프로파간다에서 역시 김어준이 빠질 수 없다. ‘친정 아버지’라는 표현이 기만적이라고 뜬금없는 시비를 걸더니 윤희숙 부친 소유 땅의 시세가 6배 올라 30억 차익을 봤다는 가짜 뉴스를 살포했다. 억측과 날조를 통해 윤희숙은 대중을 속이는 악녀가 된다.

교통방송(TBS) 신장식의 〈신장개업〉은 윤희숙이 사퇴서도 제출하지 않았다는 거짓말을 내뱉었다. 이들의 조합이 상당히 우습다. 신장식은 음주, 무면허 운전 전과에도 불구, 무려 TBS 방송 프로그램의 진행자다. 게스트 김승원은 언론중재법 개정안이 ‘가짜 뉴스 단속법’이라고 떠벌리면서 자기 입으로 가짜 뉴스를 퍼트린 것이다. 이처럼 ‘내로남불’을 희극적으로 압축하는 것도 재주라면 재주라 하겠다.

2. 부동산 투기와 부동산 투자

어떤 사람이 부동산을 매매해서 시세차익을 봤다고 가정해보자. 이것은 투자인가, 투기인가? 대한민국 평균 수준에서 솔직히 말해 보자. 내가 하면 투자고 남이 하면 투기 아닌가? 사촌이 땅을 사면 배가 아프기 마련 아닌가? 그래서 투기와 투자를 가르는 기준은 정서, 즉, ‘질투’다.

문재인 정부의 부동산 정책은 바로 이 질투심을 자극하고 동시에 질투심을 도덕적 우월감으로 치환하기 위한 일련의 행위였다. 어딘가 부동산 투기를 하는 악인이 있고 이들이 때려잡는 정의로운 행위를 통해 부동산 문제는 해결할 수 있다는 식이다. 정책 실패 때마다 등장했던 ‘투기꾼’에 대한 비난, 징벌적 과세, 부동산거래허가제와 임대차3법 같은 규제일변도의 정책이 그 증거다.

따라서 좌우가 똑같이 ‘부동산 투기(투자)’를 했을 때 비판 수위는 달라야 한다. 좌파는 타인을 규율하고 비난했던 그 잣대를 그대로 되돌려 받아야 하기 때문이다. 일부 인사들은 여야 모두 부동산 투기는 똑같다는 식으로 퉁쳐버린다. 동의할 수 없다. 비판은 잘못에 비례하는 것이며, 그 비례함수에는 평소 정치적 주장과 언행이 들어가 있기 때문이다.

윤희숙이 민주당 식의 투기꾼 사냥과 규제를 찬성한 적이 있나? 오히려 가장 앞장 서서 문재인 정부와 민주당의 부동산 정책을 비판해 오지 않았나? 그런데 왜 양자가 똑같다고 퉁치고 넘어가려 하는가. 이와 같은 기계적 중립이야말로 도덕적 자위를 위한 은둔소일 따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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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남 양산시 하북면 지산리 평산마을 일대. 문재인 대통령 내외는 퇴임 후 이 마을 한 주택을 사저로 사용할 예정이다.(사진=연합뉴스)

3. 법적 책임과 정치적 책임

윤희숙은 의원직 사퇴로 정치적 책임을 지려고 했다. 바로 이 부분이 그간 민주당 인사들과 극명하게 대조된다. 민주당 의원들은 구설에 오르면 법적으로 문제가 없다면서 ‘일단’ 버틴다. 정치적 책임을 법적 책임으로 축소시키는 것이다. 그러다 불리한 판결이 나오면 다시 사법부를 비판한다. 법적 책임을 방기하고 언더도그마로 도피하는 것이다. 조국이 그랬고, 김경수가 그랬다. 목숨을 걸겠다던 손혜원은 아직도 잘 살고 있다.

이처럼 여권 정치인이 죄를 지어 기소에 들어가면 검찰개혁을 외치고, 불리한 판결이 나오면 사법개혁을 외치며, 비판 여론이 높아지면 언론개혁을 떠든다. “법적으로 문제없다”는, 그 흔하디 흔한 항변이 사실상 법치를 마비시키는 꼴이다. 이것이 한국 정치에 염치가 없어진 이유다. 그래서 민주당 국회의원은 국회의장에게 ‘GSGG’를 날릴 수 있다.

물론 정치를 공작 정도으로 아는 민주당은 윤희숙의 정치적 책임을 이해할 수 없다. 그러니 공작적 마인드를 총동원, ‘사퇴쇼’를 운운하는 것이다. 처음에는 의원직 사퇴가 쇼라고 비아냥거렸다. 사퇴하겠다는 뜻을 굽히지 않으니 세비를 반납하란다. ‘세비 반납’ 이야기가 나오니 이번엔 탈당을 하란다.

그런데 민주당식 탈당이란 의원직을 놓지 않기 위한 비례대표들의 탈당이 아니었나? 지금 윤희숙보고 윤미향, 양이원영, 김홍걸과 같은 길을 가달라고 부탁하는 것인가? 기어이 자기 수준으로 전락해 달라고 빌고 있는 건가?

윤희숙에 대한 민주당의 분노는 다른 데에 있는 게 아니다. 본인들의 전매특허인 언더도그마를 쓸 수 없기 때문이다. 토착왜구이자 적폐세력인 국민의힘 의원을 ‘도덕적 악(惡)’으로 규정하고 심판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가 의원직 사퇴로 날아갔다. 이런 분노와 공작적 사고가 결합하니 매사를 ‘쇼’로 매도한다. 그리고 자신들이 망상하는 ‘쇼’가 현실에서 일어나지 않는다고 화를 내고 있다.

4. 야성(野性) 없는 보수 야당

지난 25일 윤희숙은 사퇴의 변(辯)에서 “정권 교체 명분을 희화화시킬 빌미를 제공해 대선(大選) 전투의 중요한 축을 허물어뜨릴 수 있다는 위기감”을 느꼈다고 했다. 이런 경고는 타당하다. 그래서 당이 소명해 줬음에도, 또한 여권보다 가벼운 의혹임에도, 윤 의원은 ‘의원직 사퇴’라는 강수를 뒀다.

여기에서 야권은 유리한 전선이 열린 것이다. 정치적 책임을 진 윤희숙을 통해 여권을 압박할 수 있기 때문이다. 예컨대 국민의힘 박수영 의원은 〈그때 뭐라고 했습니까〉 시리즈를 올리면서 정부와 여당을 비판하고 있다. 대차대조표상 오른쪽에 윤희숙을, 그 맞은 편에 정부 및 민주당 인사를 올려놓고, 양자 간을 비교하며 연일 공세를 이어가고 있다.

사실 이런 대여(對與) 투쟁은 보수 야당이 당 차원에서 해야 격에 맞다. 민주당은 윤희숙 부친의 땅이 2배나 올랐다고 호들갑을 떤다. 그런데 ‘상왕’(上王) 이해찬의 세종시 땅은 그 사이 4배가 올랐고 근처에 나들목이 들어섰다. 민주당은 윤희숙 부친이 농지법을 위반했다고 기겁한다. 그런데 대통령인 문재인 부부는 무려 11년간 경남 양산에서 농사를 지었단다. 이 얼마나 좀스럽고 민망한 변명인가? 김두관은 KDI 전수 조사를 연일 떠들고 있다. 신고 재산 1억에 불과한 자가 자기 자식을 영국에서 유학하게 했다. 의혹을 품을 수밖에 없으니, 우선 김두관 일가 통장부터 전수 조사 해 보자.

이렇게 때릴 곳은 널리고 널렸다. 그럼에도 국민의힘은 무엇을 하고 있는가? 몇몇 의원의 개별적 언급을 빼면 아무 것도 없다. 전선을 확장해서 싸울 생각조차 없다. 보수는 경제를 말할 때 분배보다 성장이 우선이라고 했다. 하지만 정치는 정반대로 한다. 이들의 정치는 성장보다 분배가 먼저다. 그래서 야당의 가장 뜨거운 문제가 경선룰인 것이다. 보수야당은 야성 대신 먹성을 택했다. 결기 대신 식욕이다.

나연준 객원 칼럼니스트(제3의길 편집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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