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 김웅 의원이 지난 달 9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소통관에서 유승민 예비후보 캠프 대변인단 명단을 발표하고 있다. [연합뉴스 자료사진]
국민의힘 김웅 의원이 지난 달 9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소통관에서 유승민 예비후보 캠프 대변인단 명단을 발표하고 있다. [연합뉴스 자료사진]

인터넷 매체인 ‘뉴스버스’가 보도한 ‘고발 사주 의혹’이 대선 정국을 강타하고 있다. 그 의혹의 중심에는 김웅 국민의힘 의원이 있다. 지난해 4월 초 총선을 앞둔 시점에 검찰이 범여권 인사에 대한 고발을 미래통합당(국민의힘 전신)에 사주했다는 의혹이다. 보도 직후 당시 검찰총장이던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에게 ‘선거개입’ 프레임이 씌워졌다.

당시 김 의원에게 고발장을 전달한 것으로 보도된 손준성 검사는 개입 의혹을 정면 부인했다. 의혹의 핵심 당사자인 두 사람 중 손 검사가 개입 사실을 부인하면서, 김웅 의원에게 이목이 집중됐다.

검찰이 범여권 인사에 대한 고발을 미래통합당(국밍민의힘 전시)에 사주했다는 ‘고발 사주 의혹’을 최초 보도한 인터넷 매체 ‘뉴스버스’의 홈페이지 화면. [사진=뉴스버스 캡처]
검찰이 범여권 인사에 대한 고발을 미래통합당(국밍민의힘 전시)에 사주했다는 ‘고발 사주 의혹’을 최초 보도한 인터넷 매체 ‘뉴스버스’의 홈페이지 화면. [사진=뉴스버스 캡처]

그러나 김 의원은 매번 전혀 다른 진술을 내놓고 있어 혼란과 의혹을 키우고 있다.

2일 ‘고발 사주’ 의혹 보도 직후 김웅은 ‘전달 사실’ 인정, “수많은 제보 있었고 제보는 당에 전달”

김 의원은 뉴스버스의 보도 직후 발언, 주말 잠적 후 나온 6일의 입장문, 그리고 이후 언론보도를 통해 여러 번 말을 바꿨다. 그 과정에서 논란의 초점이 선거개입 프레임에서 국민의힘 내부의 권력 쟁탈전으로까지 확산되는 양상이다.

김 의원은 지난 2일 뉴스버스의 보도 직후, 자신에게 고발장을 전달한 사람을 특정하지 않았다. 당시 김 의원은 "의원실에 수많은 제보가 있었고, 제보받은 자료는 당연히 당 법률지원단에 전달했다"고 해명했다. 일반적으로 정치적 파장이 큰 사안에 대해 정치인들이 “기억나지 않는다”며 회피하는 것과 달리, 김 의원이 전달 사실을 인정했다는 점에서, 그 배경에 관심이 쏠렸다.

김웅은 나흘간 연락 끊고 잠적...정점식 의원, “그런 보고 받은 기억 없어”

짧은 해명 이후 김 의원은 4일간 '침묵'을 선택했다. 제보받은 고발장을 당에 전달한 사실을 인정한 김 의원이 지난 주말 내내 모든 연락을 끊고 기자들의 취재 요청에도 일절 응하지 않음으로써 의혹이 증폭됐다.

더욱이 당시 청탁 고발장 전달에 개입했다고 알려진 ‘당직자 사퇴설’이 나돌면서 의혹은 더욱 커졌다. 김 의원이 한 당직자에게 문건을 전달했고 해당 당직자가 당시 법률지원단장인 정점식 의원에게 이를 전달했는데, 청탁 고발 건이 불거지자 해당 인물이 당을 떠났다는 소문이다.

지난해 총선에서 당 법률자문위원회를 책임졌던 정점식 의원도 “그런 보고를 받은 기억이 없다”고 했다. 김 의원은 고발장을 받아 당 관계자에게 전달했다고 하지만, 윗선에는 보고조차 되지 않았고 고발장은 사라졌다는 얘기가 된다.

김 의원의 애매한 해명과 함께 의심스러운 정황까지 제시되자, 의혹의 당사자인 김 의원이 해명해야 한다는 요구가 높아졌다.

6일 김웅 입장문, “오래된 일이라 기억에 없다”...‘고발 사주’는 실체가 없다는 입장으로 선회

이런 여론을 의식한 김 의원이 6일 “오래된 일이라 기억에 없다”는 입장문을 발표하자, 해명이 오히려 의혹을 더 부추기는 상황이 됐다.

김 의원은 이날 입장문에서 "제게 들어온 제보와 자료들 대부분은 당에 전달했지만, 문제가 된 고발장을 실제로 받았는지, 누구에게 받았는지, 전달받았다면 이를 당에 전했는지는 확인할 방법이 없다"고 밝혔다. 모르쇠로 일관하는 태도는 향후 공식 수사가 재개될 경우, 책임을 피하려는 의도로 풀이됐다

그러면서 김 의원은 ‘검찰과 제보자가 밝힐 일’이라고 선을 그었다. 입장문에서 김 의원은 "검찰 측이 작성한 문건이라면 검찰이 밝힐 일"이라고 말했다. 또한 "본 의혹과 관련한 자료가 진실한지, (뉴스버스에) 제보한 목적이 무엇인지는 제보자 측이 밝힐 문제"라고 했다.

김 의원은 "'고발 사주'에 관여했다면 제가 고발을 요구했거나 실제 고발에 나섰어야 하는데, 저는 이 문제를 제기한 적도 없고 고발도 이뤄지지 않았다"고 말했다. 연이어 김 의원은 ‘제보 자료를 당에 단순히 전달하는 것은 위법 행위가 아니다’라는 주장을 하며, “‘고발 사주’라는 것은 실체가 전혀 없다”는 입장을 내놓았다.

6일 오후 장제원이 공개한 ‘뉴스버스-김웅 녹취록’, “고발장은 내가 만들었고 윤 총장과 무관”

국민의힘 장제원 의원이 6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서 열린 '윤석열 전 검찰총장의 고발 사주 의혹'과 관련한 긴급 현안 질의를 위한 전체회의에서 뉴스버스가 공개하지 않은 김웅 의원 통화 녹취록을 공개하며 박범계 법무부 장관에게 질의하고 있다. [국회사진기자단]
국민의힘 장제원 의원이 6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서 열린 '윤석열 전 검찰총장의 고발 사주 의혹'과 관련한 긴급 현안 질의를 위한 전체회의에서 뉴스버스가 공개하지 않은 김웅 의원 통화 녹취록을 공개하며 박범계 법무부 장관에게 질의하고 있다. [국회사진기자단]

김 의원의 거짓 해명은 6일 오후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서 불거졌다. 장제원 국민의힘 의원은 윤석열 전 검찰총장의 고발 사주 의혹과 관련한 긴급 현안 질의를 위한 전체회의에서 ‘뉴스버스가 의도적으로 공개하지 않은 김웅 의원 통화 녹취록’을 공개해 파란을 일으켰다.

장 의원이 이날 공개한 녹취록에 따르면, 김 의원은 지난 1일 뉴스버스와의 최초 통화에서 '고발장은 자신이 만들었다'고 발언한 것으로 드러났다. 뉴스버스 기자는 김 의원에게 '손준성 검사가 최강욱, 유시민 고발장을 전달했던데 윤 전 총장에게 요청받았냐'고 물었고, 김 의원은 "윤 전 총장과 전혀 상관없다. 검찰 쪽에서 받은 건 아니다. (고발장을) 제가 만들었다. 법리 부분에 대해선 (손 검사에게) 물어봤다"고 답한 내용이 밝혀진 것이다.

의혹의 핵심 당사자인 손 검사 역시 6일 오전 공식 입장문을 내고 "제가 고발장을 작성하거나 첨부자료를 김웅 의원에게 송부하였다는 의혹은 전혀 사실이 아니다"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향후 근거 없는 의혹 제기와 명예훼손 등 위법 행위에 대해서는 강력한 법적 조치를 취할 예정이라고 강조했다. 손 검사는 ‘고발 사주 의혹’이 불거진 이튿날부터 계속 휴가 중이다.

6일 손 검사는 직접 고발장을 작성하지 않았다고 주장한 반면, 김 의원은 “검찰 측이 작성한 문건이라면 검찰 측이 밝힐 일”이라고 주장했다. 의혹의 핵심 당사자인 두 사람이 전혀 다른 입장을 표명한 것이다.

김웅의 7일 조선일보 인터뷰 발언, “내가 자료 전달한 당의 실무자가 뉴스버스 제보자일 것”

이런 가운데 김 의원은 7일 조선일보와 노컷뉴스와의 인터뷰에서 폭탄발언을 했다. 김 의원은 ‘윤석열 고발 사주’ 의혹과 관련된 자료를 뉴스버스에 전한 제보자에 대해 “제가 업무적으로 알게 된 사람”이라며 “의혹 주장의 진위 여부는 알 수 없지만, 그가 왜 제보를 했는지는 짐작이 간다”고 말했다.

김 의원은 “작년 총선을 앞두고 각종 제보가 쏟아져 들어왔는데, 그런 제보가 들어오면 일단 당의 한 실무자에게 ‘자료입니다’라고 하며 다 건넸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나의 제보를 받는 사람은 딱 한 분이었기 때문에 그가 뉴스버스에 제보한 사람일 것으로 생각된다”고 말했다.

그는 ‘이 제보자가 왜 이런 의혹을 폭로했다고 생각하느냐’는 물음에 “짐작은 간다”는 대답을 내놓았다. 그러면서 “짐작이 가는 바는 있지만 짐작을 가지고 지금 바로 이야기하기는 어렵다”고 했다. 연이어 “현재 그는 당직자는 아닌 것 같다. 어떤 신분인지는 모르겠다”고 했다.

김 의원의 이 같은 발언이 알려지자, 국민의힘 내부에서는 “제보자를 공개하라”는 요구가 거세게 일고 있다. ‘고발 사주 의혹’의 실체를 분명하게 밝히기 위해서는 반드시 제보자를 공개해야 한다는 것이다.

김웅의 7일 노컷뉴스 인터뷰 발언, “손준성에게 자료 받아 당에 전달한 것 같아”

김 의원은 ‘노컷뉴스’와의 인터뷰를 통해 이번에는 ‘손준성한테 자료받아 당에 전달한 것 같다’고 다시 한번 말을 바꿨다. 뉴스버스 보도 직후, 자신에게 고발장을 전달한 사람에 대한 언급없이 당에 전달했다고 발언한 것과는 다른 입장을 보인 것이다. ‘고발장을 작성하거나 첨부자료를 김웅 의원에게 송부하지 않았다’는 손 검사의 주장과도 완전 배치되는 발언이다.

국민의힘 윤석열 대선 경선 후보가 6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와 면담을 위해 당 대표실로 향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국민의힘 윤석열 대선 경선 후보가 6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와 면담을 위해 당 대표실로 향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의혹의 두 당사자인 손 검사와 김 의원이 전혀 다른 입장을 내놓으면서, 진실 공방으로 번지고 있다. 손 검사는 “황당한 내용”이라며 의혹을 전면 부인했다. 김 의원은 거듭된 말바꾸기 끝에 “제보자를 알고 있고, 손 검사로부터 자료를 받았다”고 주장했다. 두 당사자의 입장이 완전히 배치되는 만큼, 제3자에 대한 조사나 물적 증거를 통해 의혹을 규명해야 하는 상황이 됐다.

김웅의 7일 동아일보 인터뷰 발언, “뉴스버스 제보자가 윤석열과 유승민 모두 잡으려는 것”...윤석열 ‘고발 사주 의혹’을 전면 부인

김 의원은 7일 보도된 동아일보와의 인터뷰에서도 폭탄발언을 했다. 인터뷰는 6일 밤 진행된 것으로 알려졌다. 김 의원은 “‘고발 사주 의혹’ 제보자는 윤석열 전 검찰총장과 국민의힘 유승민 전 의원을 모두 잡으려하는 것”이라며 “그 사람이 밝혀지는 순간 어떤 세력인지 알게 된다”고 주장했다. 그는 “제보자가 누군지 안다”고 밝히면서 “내가 (고발장을 당에 전달했다는 의혹에 대해) 기억 못하지만 (뉴스버스 보도가) 사실이면 (내가 전달한 고발장은) 1명만 받았다”고도 설명했다.

김 의원은 특히 “나는 (검찰 재직 당시) 윤 전 총장 청문회 준비팀에 (내가) 못 들어가겠다고 해서 빠져 나간 적이 있다. 검찰에서도 내가 윤 전 총장과 가까운 사이가 아니라는 것을 알고 윤 전 총장도 안다. 그런데 윤 전 총장이 나에게 그걸 맡겼을까”라고 반문하면서 윤석열에 의한 ‘고발 사주’ 의혹을 전면 부인했다.

한편 박범계 법무부장관은 지난 6일 개최된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긴급현안질의에서 "손 검사와 김웅 의원의 한 고리가 있다"며 "김 의원과 손 검사와의 유관성에 대해 의심할 여지가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박 장관은 "당사자(손준성 검사)가 오늘 부인했기 때문에, 빠른 진상조사를 국민께 내놔야 한다고 생각한다"며 "제대로 된 규명이 부족한 경우엔 수사체제로의 전환도 고려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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