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훈 선대위원장까지 함께 사퇴 선언으로 배수진
추미애, “본인만 대선후보 자격 있느냐” 비난하며 사퇴 만류
민주당 지도부, 9일 ‘사퇴안 처리 안할 것’ 입장 정해

이낙연 후보

이낙연 후보에게 충청권 더불어민주당 대선 경선이 남긴 상처는 깊었다. 이재명 후보가 과반 득표에 성공하고, 심지어 ‘친문’ 성향이 강한 것으로 알려진 권리당원에서조차 이 후보에게 밀리면서 이낙연 후보는 최대 고비를 맞았다. 

충청권 경선 이후 공식 행보를 자제해 온 이낙연 후보는 8일, 갑작스러운 ‘의원직 사퇴’ 카드를 들고 재등장했다. “저의 모든 것을 던져 정권 재창출을 이룸으로써 민주당과 대한민국에 제가 진 빚을 갚겠다”는 것이 이낙연 후보의 결연한 발언이다. 

◆ 이낙연, 이재명 도덕성 결여 직격하며 “정치 인생을 걸겠다” 선언

이낙연 후보의 지역구는 서울 종로구로, 지난 총선에서 황교안 대표와 맞대결로 상당한 흥행몰이를 했던 지역구이기도 하다. ‘정치 1번지’로 평가 되는 종로구를 던져버리고 ‘혈혈단신’으로 이재명 후보와 맞대결을 펼치겠다는 이낙연 후보의 승부수는 민주당 내부에도 큰 파장을 낳고 있다. 

이낙연 후보는 8일 기자회견에서 “민주당의 대통령 후보가 도덕적이지 않아도 좋다는 발상이 어떻게 가능하냐, 민주당과 보수 야당이 도덕성에서 공격과 방어가 역전되는 기막힌 현실도 괜찮냐”며 이재명 후보를 직격했다. 

또 “세금을 새로 만들거나 늘려 걷은 돈을 부자건, 가난하건 똑같이 나누자는 발상은 보편적 복지국가로 가는 길을 방해한다”며 “신복지를 포함해 무슨 방법을 써서라도 양극화를 해소하는데 제 정치 인생을 걸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이낙연 후보의 의원직 사퇴 카드는, 과거 박근혜 전 대통령이 문재인 당시 민주당 대선 후보와의 맞대결에서 비례대표 의원직을 던졌던 것을 연상케 한다. 이낙연 후보뿐만 아니라, 이낙연 캠프의 선대위원장을 맡고 있는 설훈 의원도 함께 의원직을 내려놓겠다고 밝혔다. 

◆ 만류인 듯 비난인 듯, 추미애의 알쏭달쏭 반응...민주당 지도부 ‘사퇴 처리 안할 것’

이낙연 후보의 이 같은 의원직 사퇴 선언 소식에 추미애 후보는 “사퇴 의사를 철회하시고 경선에 집중하시기 바란다”며 반대 입장을 밝혔다.

하지만 추미애 후보의 메시지는 호의적이지 않았다. 추미애 후보는 이낙연 후보를 향해 “노무현 대통령의 숨결이 배인 정치1번지 종로가 민주당원과 지지자에게 어떤 상징성을 갖는지를 망각한 경솔한 결정”이라고 비난하면서 “제대로 된 개혁을 하라고 180석 민주당을 만들어주신 국민의 뜻을 저버린 무책임한 결정”이라고 규정했다. 

그러면서 “본인이 아니면 누구도 대선후보 자격이 없다는 식의 발언은 독선적이다 못해 망상적인 발상”이라고 평가절하하고, “더불어민주당 국회의원 자리는 대선 경선 판에 함부로 올릴 수 있는 판돈이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외견상으로는 의원직 사퇴를 말리는 것처럼 보이지만, 그 내용은 이낙연 후보에 대한 강한 비판이 담겨 있어서 추미애 후보가 은연중에 ‘이재명 후보 지원사격’을 한 것이 아니냐는 반응도 민주당 내에서 나온다. 

민주당 지도부 역시 이낙연 후보 사퇴에 대해 부정적이다. 9일 정치권에 따르면 민주당 지도부는 이낙연 후보 의원직 사퇴건을 국회에서 처리하지 않겠다는 방침을 정한 것으로 전해진다. 

한편 윤희숙 국민의힘 의원이 현재 의원직 사퇴서를 제출하고 즉각 사퇴안을 처리해달라며 민주당을 압박하고 있어, 이낙연 후보의 의원직 사퇴 건이 함께 논의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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