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보자 조성은 씨와 박지원 국가정보원장.(사진=연합뉴스)
제보자 조성은 씨와 박지원 국가정보원장.(사진=연합뉴스)

윤석열 前 검찰총장을 겨냥한 '고발 사주 의혹' 제보자 조성은 씨의 지난 12일 언론 인터뷰 발언이 현역 국가정보원 원장을 향한 파장으로 겉잡을 수 없이 확대되는 모양새다. 문제의 '우리 원장님' 발언 때문이다.

특히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의 수사대상으로 현역 국정원장이 공수처 포토라인에 서게 되는 데에 단초가 될수도 있는 만큼, 이번에 터진 '정보기관장 의혹 연루 사태'는 정치권 초미의 관심사다.

바로 그 배경에는, '국가정보원법'상 제11조(정치 관여 금지) 위반 가능성으로 번지고 있다는 것 때문이다. 현 정부 집권기에 터진 '정보기관에 의한 정치적 오염 가능성'은 현 정부의 정당성에 이어 내년 대선을 흔들 수도 있는 대목이기도 하다.

이에 펜앤드마이크는 국정원법 제11조 위반에 따른 대법원의 실제 사건 선고 판시 기준은 어떤지 알아보고, 문재인 대통령이 대대적으로 자평했던 '정보기관의 정치적 오염 근절 홍보'의 허위성을 밝힌다.

#1. "우리 원장님이 원한 날짜 아니다" 조성은 발언 파문 → 의혹 보도 희망 날짜 있었다?

우선, '고발 사주 의혹' 제보자 조성은 씨는 지난 12일 저녁 SBS 뉴스에 출연해 "9월2일(인터넷 매체 최초 보도)이라는 날짜는 '우리 원장님'이나 제가 원했던, 제가 배려받아서 상의했던 날짜가 아니었다"라며 "이진동 기자(뉴스버스 발행인)가 '치자'라는 식으로 결정했던 날짜"라고 밝혔다. 여기서 '우리 원장님'이란, 박지원 국가정보원장을 가리킨다.

문제는 "'우리 원장님'이 원했던 날짜가 아니었다"라는 것인데, '우리 원장님'이 원했던 날짜가 있었음을 암시하는 일련의 표현이라는 것.

펜앤드마이크는 지난 12일자 기사 <조성은, '고발 사주' 의혹에 박지원 개입 암시?..."우리 원장님이나 내가 배려받은 날 아니었다">를 통해 국정원법상 정치관여 금지 조항 제11조위반 가능성을 언급했다.

여기서 언급된 동법 제11조에 따르면 ▶ 원장 등 직원에 의한 특정 정당·정치인에 대해 지지·반대 의견을 유포 혹은 그러한 여론을 조성할 목적으로 특정 정당·정치인에 대해 찬양·비방하는 내용의 의견·사실을 유포하는 행위를 '정치행위'로 규정하고 있다.

그렇다면, 여기서 원장을 비롯한 '국정원 직원'에 의한 정치관여죄 대법원 판시 기준은 어떠할까.

국가정보원 본청 현관 모습.(사진=연합뉴스)
국가정보원 본청 현관 모습.(사진=연합뉴스)

#2. 대법, 국정원 직원 '정치 관여죄' 핵심 요건으로 '구체성' 명시···누가 수사하나

펜앤드마이크 취재 결과, 대법원은 국정원 직원의 정치관여 위반에 대한 판결 요지문으로 "선거인의 관점에서 행위 당시의 구체적인 상황에 기초하여 판단하여야 하며, 동 관점에 따라 특정 선거에서 당선 혹은 낙선을 도모하려는 목적의사를 쉽게 추단할 수 있을 정도에 이른 경우에도 인정가능하다"라고 밝힌다(대법원 2018.4.19,선고,2017도14322, 전원합의체 판결).

여기서 '선거인'이란, 공직선거법상 제3조에 따라 '선거권이 있는 사람'으로 투표할 수 있는 모든 사람을 뜻한다. 의혹 제보자 조성은 씨의 '박지원 원장이 원한 날짜가 아니었다'라는 발언에 따르면 박 원장이 의혹 보도를 원한 날짜가 있었음이 암시된다.

이에 대해 특히 '선거인' 신분의 윤석열 국민의힘 예비후보는 12일 "정상적으로 보이지 않는다"라고 말했다는 점에서, '정치 관여 의혹'을 비껴나가기는 힘들 것으로 보인다. 그렇다면 앞서 언급한 정치관여죄 판단의 핵심 요건으로 명시된 '구체성'은 어떻게 봐야할까.

그 '구체성'은 다음 사건의 판결 요지문에서 드러난다. 국정원 직원에 의한 '정치 관여죄 선고'의 대표적인 사례는 '국가정보원 사이버팀의 인터넷 댓글 게시 등 사건(대법원 2018.4.19,선고,2017도14322, 전원합의체 판결)'이다.

여기서 다음과 같은 조건이 나타난다. ▲ 행위의 결과가 단순히 선거에 영향을 미친다거나 또는 당선이나 낙선을 도모하는 데 필요하거나 유리하다고 해서 선거운동에 해당한다고 할 수 없다 ▲ 특정 선거에서 당락을 도모하는 행위임을 선거인이 명백히 인식할 만한 객관적인 사정에 근거하여야 한다라는 것. 해당 사건의 대법원 판결 요지는, '객관적 사정' 및 '구체적 상황'의 명백성을 강조한 것인데, 이를 밝힐 기관은 어디일까.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검 현관.(사진=연합뉴스)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검 현관.(사진=연합뉴스)

#3. 압수수색 시작한 공수처···수사 범위 포함된 국정원장, 초유의 압수수색 대상되나

지난 12일, 윤석열 국민의힘 예비후보는 서울 여의도의 글래드 호텔에서 최재형 예비후보와 비공개 회동을 가졌다. 그는 이날 회동 직후 만난 기자들에게 "민주주의를 위험에 빠뜨리는 대단히 중대한 선거개입 행위"라고 지적했다. 최재형 예비후보 역시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의 대선 개입은 민주주의에 대한 폭거"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공수처는 이미 조성은 씨가 제보자로 나서 띄운 '고발 사주 의혹'에 대해 지난 10일 압수수색을 강행했다. '고발 사주 의혹'의 관계자로 지목된 김웅 국민의힘 의원의 국회 사무실을 압수수색한 것.

그렇다면 조성은 씨가 12일 저녁 인터뷰에서 "'우리 원장님'이나 제가 원했던, 제가 배려받아서 상의했던 날짜가 아니었다"라는 발언 속 '우리 원장님'에 대해서는 공수처의 수사 파장이 과연 미치게 될까.

현행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설치 및 운영에 관한 법률(약칭: 공수처법)' 제2조에 명시된 고위공직자의 범위에 따르면 국가정보원 소속 3급 이상 공무원을 수사 대상으로 명시했다. 국정원법에 따라 국정원은 대통령 소속 기관으로, 국정원장은 장관급 정무직 공무원이다. 비록 정치인 출신이긴해도, 박지원 국정원장은 문재인 대통령에 의해 임명된 대통령 직속기관장이다. 한마디로, 박 원장 역시 공수처의 직무 대상 중 한 명인 셈.

지금까지의 취재를 종합하면, '고발 사주 의혹'을 불피운 조성은 씨의 12일 발언 '우리 원장님' 역시 공수처의 칼날을 피하지 못할 것으로 보인다. 국정원법상 정치관여 금지 조항(제11조) 위반 여부 규명의 핵심 요건인 '구체성'을 밝혀야 하기 때문이다.

문재인 대통령이 20일 오후 서울 서초구 내곡동 국가정보원을 찾아 업무중 순직한 국정원 직원을 기리는 '이름없는 별' 추모석에 앞에서 직원들에게 연설하고 있다.2018.07.20(사진=연합뉴스)
문재인 대통령이 20일 오후 서울 서초구 내곡동 국가정보원을 찾아 업무중 순직한 국정원 직원을 기리는 '이름없는 별' 추모석에 앞에서 직원들에게 연설하고 있다.2018.07.20(사진=연합뉴스)

#4. 3년 전부터 자화자찬 文 "국정원의 정권 충성 요구 않겠다"더니?

그렇다면 문재인 대통령은 이같은 사태를 어떻게 보고 있을까. 지난 2018년 7월20일 문재인 대통령은 취임 이후 처음으로 국가정보원을 방문, 첫 업무보고를 받는 자리에서 "국정원을 정치적으로 이용 않고 정권에 충성할 것을 요구하지 않겠다"라고 천명했다.

특히 당시 국정원장이었던 서훈 現 청와대 국가안보실장과 국정원 직원들에게 "여러분이 충성해야 할 대상은 대통령 개인 및 정권이 아니라 대통령으로 대표되는 국가와 국민"이라고 말한 바 있다. 일명 '정보기관의 정치적 오염 방지'를 약속한 것.

문재인 대통령의 자화자찬격 발언은 올해에도 빠지지 않았다. 간첩전력자 신영복의 글씨체(體)가 담긴 국정원 원훈석 제막식이 있던 지난 6월4일, 문 대통령은 국정원에서 열린 '국정원 개혁성과 보고회'에 참석해 "우린 국정원의 정치적 중립성을 확실하게 보장하겠다는 약속을 지켰다"라면서 "지난해 12월, 국가정보원법 전면 개정 입법을 통해 개혁의 확고한 제도화를 달성했다"라고 자평했다.

문재인 대통령이 언급한 '지난해 12월 통과된 국정원법 전면 개정안'에서도 제11조에는 '정치 관여 금지'가 현행 동법과 같이 명시돼 있다. 그는 개혁의 확고한 제도화를 통해 더불어민주당 정권에서는 정치적 중립성을 지켰다고 말했지만, 이번에 조성은 씨가 띄운 '고발 사주 의혹'에서 '우리 원장님'이 의혹 보도에 앞서 이를 희망한 날짜가 있었음을 암시하는 발언이 등장했다.

그렇다면 이번 의혹 사태를 바라보는 국민들은 문재인 대통령의 이같은 자평을 어떻게 봐야할까.

문재인 대통령이 4일 오후 국가정보원에서 새로운 국정원 원훈석을 제막한 뒤 기념촬영하고 있다. 국정원 원훈은 5년 만에 '국가와 국민을 위한 한없는 충성과 헌신'으로 교체됐다. 2021.6.4(사진=청와대, 연합뉴스)
문재인 대통령이 4일 오후 국가정보원에서 새로운 국정원 원훈석을 제막한 뒤 기념촬영하고 있다. 국정원 원훈은 5년 만에 '국가와 국민을 위한 한없는 충성과 헌신'으로 교체됐다. 2021.6.4(사진=청와대, 연합뉴스)

 

조주형 기자 chamsae9988@pennmike.com

관련기사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저작권자 © 펜앤드마이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