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상범 서울교통공사사장(왼쪽)과 김대훈 노조위원장

서울 지하철을 운영하는 서울교통공사 노사가 파업 직전 잠정 합의를 이뤄내면서 최악의 상황은 면하게 됐지만, 인적 구조조정이 합의서 빠지는 등 근본적인 해결책은 방치된 채 '1조 적자'에 대한 문제가 결국 세금 퍼주기식으로 끝날 가능성이 높아졌다.

서울교통공사 노조에 따르면 13일 밤 11시 40분께 최종 교섭에서 "재정위기를 이유로 강제적 구조조정이 없도록 하고, 노사공동협의체를 구성해 안전 강화 및 재정 여건 개선을 위한 경영 정상화 방안을 진행토록 한다"는 데 합의했다. 핵심 쟁점인 구조조정과 관련해 사측이 이를 포기한 것이다.

세금을 통한 '1조 적자' 메꾸기에 대해서도 노조측의 주장이 관철됐다. 무임승차가 재정난의 주요 원인이라고 주장하고 있는 노조측의 국비 보전 요구를 사측이 잠정 합의 내용으로 받아들인 것이다.  

이 과정에서 정의당 심상정·이은주 의원이 직접 노사 대표를 찾아 무임승차 국비 보전 문제를 정부에 적극적으로 건의하기로 한 것으로 알려졌다.

노사는 또 심야 연장운행 폐지, 7호선 연장구간(까치울~부평구청) 운영권 이관 추진과 이에 따른 근무시간·인력 운영 등을 별도 협의하기로 합의했다.

이번 노사 갈등의 주요 배경은 지난해 1조원을 넘어선 적자에 대한 해결책을 강구하는 것이었으나 결국 정부의 세금을 통한 적자 메꾸기로 결론이 날 가능성이 적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다만 정부는 재정 지원을 위해 공사의 강도 높은 자구책이 먼저라는 입장을 수차례 밝힌 바 있다. 또 기획재정부 관련 예산 심의와 국비 보전의 근거가 되는 법제화 문제 등이 산적해 있어 국비 지원이 실제로 이뤄지기까지는 적지 않은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앞서 공사는 정부의 경영 합리화 요구에 따라 인력의 약 10%를 감축하고 임금을 동결하는 '자구안'을 마련했다. 그러나 이에 노조가 총파업을 단행하겠다고 반발하면서 그동안 지지부진한 협상이 이어져왔다.

서울교통공사는 2017년 5월 서울메트로와 서울도시철도공사가 합병한 후 매년 5000억원대의 적자를 기록했다. 그러다 지난해엔 1조1137억원의 적자를 봤다. 올해는 적자 규모가 1조6000억원에 달할 것이란 예상이다.

홍준표 기자 junpyo@pennmike.com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저작권자 © 펜앤드마이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