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 김기현 원내대표가 지난 12일 국회에서 공수처의 김웅 의원실 압수수색 관련 절차상 문제점과 '고발 사주' 의혹 제보자인 조성은 전 미래통합당(현 국민의힘) 선거대책위원회 부위원장과 박지원 국정원장과의 만남 등에 대해 발언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국민의힘 김기현 원내대표가 지난 12일 국회에서 공수처의 김웅 의원실 압수수색 관련 절차상 문제점과 '고발 사주' 의혹 제보자인 조성은 전 미래통합당(현 국민의힘) 선거대책위원회 부위원장과 박지원 국정원장과의 만남 등에 대해 발언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윤석열 고발 사주 의혹’이 ‘박지원 게이트’로 전환되는 조짐이다. 윤석열 전 검찰총장의 4.15 총선 개입 의혹으로 시작됐지만, ‘박지원 국정원장의 대선 개입’ 의혹이 더 커지고 있는 것이다.

즉 ‘고발 사주 의혹’이라는 프레임 자체가 잘못된 것이라는 분석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신생 인터넷 매체 뉴스버스가 지난 2일 첫 보도를 하면서 만든 프레임은 ‘윤 전 총장의 최측근인 손준성 검사가 김웅 국민의힘 당시 후보에게 고발장을 전달해, 국민의힘으로 하여금 윤 전총장에게 적대적인 여권 인사와 언론인을 고발하게 만든다’는 것이었다.

윤 전 총장을 부도덕한 인물로 옭아매기 위해 만들어진 이 프레임은 전제부터 잘못됐다는 사실이 드러나고 있다. 뉴스버스 기자가 검찰 내부 인맥을 따지지 않고 기계적으로 대입해서 만들어낸 ‘가짜 프레임’을 다른 언론매체들이 그대로 인용하면서 확대 재생산됐기 때문이다.

‘고발 사주’ 프레임의 전제 조건이 오류투성이...윤석열과 손준성은 친밀한 관계일까?

지난 2일 오전 뉴스버스는 ‘고발 사주 의혹’과 관련한 8건의 기사를 한꺼번에 보도했다. 전혁수 기자가 단독 보도한 ‘윤석열 검찰, 총선 코앞 유시민‧최강욱‧황희석 등 국민의힘에 고발 사주’라는 제목의 기사는 ‘고발 사주 의혹’을 점화했다. 하지만 뉴스버스는 윤 전 총장을 정확하게 겨냥하지 않은 채 ‘윤석열 검찰’이라는 애매한 용어를 썼다.

전 기자는 기사에서 ‘김 의원에게 고발장을 전달한 사람은 손준성 검사(현 대구고검 인권보호관)였다. 손 검사는 당시 대검의 수사정보정책관(차장검사)을 맡고 있었다. 대검의 수사정보정책관은 각계와 검찰 내부 주요 동향 등을 검찰총장에게 직보하고 검찰총장의 내밀한 지시를 이행하는 자리다’라고 썼다. 손 검사가 윤 전 총장의 내밀한 지시로 고발장을 작성하고 전달했을 것이라는 추측이 가능하게 기사를 작성함으로써, ‘검찰에 의한 고발 사주 의혹’이라는 핵폭탄을 던진 것이다.

지난해 12월 15일 윤석열 당시 검찰총장에 대한 검사 징계위원회 2차 심의가 열린 가운데, 손준성 대검 수사정보담당관이 정부과천청사 법무부 건물을 나서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지난해 12월 15일 윤석열 당시 검찰총장에 대한 검사 징계위원회 2차 심의가 열린 가운데, 손준성 대검 수사정보담당관이 정부과천청사 법무부 건물을 나서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전 기자는 지난 8일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 “윤 총장께서 어느 정도까지, 실제로 관여를 했는지 안 했는지 모르는 상황이잖아요. 그런데 대검 수사정보정책관이라는 사람이 있기 때문에 그 자리의 특성상 총장에게 직보를 하는 자리이기 때문에, 그런 정황상 ‘알고 있지 않았을까’라고 하는 의문을 가진 상황이었거든요. 충분히 그렇게 의심할 수 있지 않습니까?”라고 밝혔다. 수사정보정책관이 검찰총장과 가까운 사이이기 때문에 (고발장에 대해 알고 있을 것이라는) 의심을 했고, 그 의심만으로 기사를 쓴 셈이다. 이는 추정에 대해 기자로서의 검증 의무를 다하지 않은 무책임한 태도이다.

손준성은 사실상 ‘추미애 사람’...윤석열 측근 김유철 쳐내고 임명

윤 전 총장과 손 검사가 ‘친밀한 관계’라는 전제조건 자체가 잘못됐다. 일반적으로 수사정보정책관은 검찰총장의 최측근이 맞다. 하지만 당시 윤 전 총장과 손 수사정보정책관 사이는 그렇지 않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지난해 1월 3일 취임한 추미애 당시 법무부장관은 첫 번째 칼바람 인사를 한 이후, 1월 29일 단행한 두 번째 인사에서 손 수사정보정책관을 임명했다. 윤 전 총장은 당시 측근인 김유철 수사정보정책관의 유임을 강력히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추 장관은 이 요구를 무시했다. 따라서 손 수사정보정책관은 명백히 추 장관의 사람이고, 추 장관이 윤 전 총장을 감시하라고 보낸 사람이라는 말까지 돌았다. 4월 3일 손 수사정보정책관이 김웅 의원에게 고발장을 전달하기까지 불과 2달 남짓한 시간 동안, 손 수사정보정책관이 윤 전 총장의 측근이 되었으리라고 추측하는 것은 비상식적이다.

따라서 뉴스버스 전혁수 기자는 이 부분을 의도적으로 누락했거나, 아니면 실제 잘 모른 채 기사를 작성했을 것으로 관측된다. 하지만 검찰 내부사정을 잘 알고 있는 것으로 평가되는 이진동 기자 겸 발행인이 이 부분을 간과한 데 대해서는 비판의 목소리가 나온다. 의도적으로 손 수사정보정책관이 윤 전 총장의 최측근이라는 것을 흘림으로써, ‘검찰에 의한 고발 사주 의혹의 배후에 윤 전 총장이 있다’는 프레임을 만든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박범계 법무장관, “손 검사와 윤 전 총장의 관계는 특별” 주장

박범계 법무부 장관이 13일 오후 국회 본회의에서 열린 정치 분야 대정부 질문에서 더불어민주당 백혜련 의원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박범계 법무부 장관이 13일 오후 국회 본회의에서 열린 정치 분야 대정부 질문에서 더불어민주당 백혜련 의원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하지만 여권 내부에서는 ‘윤 전 총장과 손 검사가 특별한 사이’라는 주장이 계속 제기되는 실정이다. 박범계 법무부 장관은 13일 국회에서 열린 정치 분야 대정부질문에서 '고발 사주' 의혹에 연루된 손준성 검사(전 대검찰청 수사정보정책관)와 윤석열 전 검찰총장의 관계가 "매우 특별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그것의 근거가 될 수 있는 여러 가지가 있지만 지금 밝히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박 장관은 또 “취임 후 인사 단행 때 윤 전 총장이 손준성 검사의 유임을 요청한 사실이 있는가”라는 백 의원 질의에 “그렇게 전달받았다”는 애매한 대답을 내놓았다.

최강욱 열린민주당 의원은 지난 7일 YTN 라디오 ‘황보선의 출발 새아침’과의 인터뷰에서 “손준성이라는 검사는 저와 함께 대단히 가까웠던 후배다. 개인적로 손준성 검사가 저한테 그런 앙심을 품고 그런 일을 할 만한 이유가 없다”며 “그래서 손준성 검사가 당시에 차지하고 있었던 수사정보정책관이라는 지위는 총장의 뜻과 무관하게 움직일 수가 전혀 없는 사람이고, 독자적으로 어떤 일을 기획하고 실행할 수 있는 사람이 아니다”는 발언을 했다. 자기와는 가깝지만, 수사정보정책관이라는 지위 때문에 윤 전 총장의 지시에 따라 고발장을 작성했다는 취지의 발언이었다.

공수처는 손준성과 김웅이 공모한 사건으로 파악...고발장 작성자는 제3의 검사?

하지만 손 검사는 뉴스버스의 보도 이후, 개입 의혹을 정면 부인했다. 지난 6일 오전 공식 입장문에서 손 검사는 "제가 고발장을 작성하거나 첨부자료를 김웅 의원에게 송부하였다는 의혹은 전혀 사실이 아니다"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향후 근거 없는 의혹 제기와 명예훼손 등 위법 행위에 대해서는 강력한 법적 조치를 취할 예정이라고 강조했다.

13일 헤럴드경제는 손 검사의 이런 주장을 뒷받침하는 기사를 보도했다. 공수처가 지난 9일 법원으로부터 발부받은 압수수색의 영장에 ‘손 검사가 김웅 의원과 공모해 소속 검사에게 고발장 작성을 지시했다’는 내용이 담겨있다는 보도였다. 공수처가 ‘고발 사주 의혹’ 사건 고발장 작성자를 손준성 검사가 아닌 제3의 인물로 파악하고 수사 중이라는 의미이다.

공수처가 구성한 혐의대로 수사가 이뤄진다면 손 검사가 지시자가 된다, 윤 전 총장에게 직권남용 혐의를 적용하기 어려울 것으로 전망된다. 따라서 윤 전 총장에게 씌워진 ‘고발 사주 의혹’이라는 프레임은 애초부터 잘못된 것이라는 분석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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