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판과의 트래블 버블은 지난 7월부터 시행됐다. [사진=JTBC 방송 화면 캡처]
코로나19로 억눌려왔던 국민들의 ‘보복 여행’ 심리가 추석 연휴를 계기로 터져나올 것으로 보인다. 사진은 북 마리아나 제도(사이판)와의 트래블 버블 협약식. [사진=JTBC 방송 화면 캡처]

‘위드 코로나’는 추석 연휴 패키지 여행에서부터 시작될 것으로 예상된다. 문재인 정부는 추석 이후 전 국민 접종 완료율이 70%가 될 것으로 예상되는 10월 말경에 위드 코로나를 검토할 것을 시사했지만, 코로나19로 억눌려왔던 국민들의 ‘보복 여행’ 심리는 더 빨리 터져나올 것으로 보인다.

하나투어는 다음달부터 전직원 출근시켜...EU는 이미 접종 완료 외국인 여행 허용, 미국도 가세할 듯

국내 최대 여행사인 하나투어가 10월부터 ‘전 직원 정상근무체제’로 전환한다고 13일 밝힌 것은 그 신호탄으로 해석된다. 위드 코로나로 정책전환이 이뤄지면 해외 여행 러시가 본격화될 것으로 판단하고 한 달 전에 미리 직원들을 출근시켜서 시스템을 정상화하려는 것이다.

해외국가들의 움직임도 빠르다. 유럽연합(EU)소속 국가들은 이미 백신 접종을 마친 외국인에 한해 여행을 허용하고 있다. 외국인의 자국 여행을 금지시켜온 미국도 정책변화를 적극 검토하고 있다. 지난 5일(현지시간) 로이터 통신 등의 보도에 따르면, 현재 미국에 입국하는 모든 외국인에 대한 백신접종을 의무화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이는 외국인 여행 허용을 위한 사전포석이라는 해석이다.

백악관은 외국인 국내 여행 규제 해제와 관련해 미국 내 항공사들과 외국인 탑승객 대상 접촉자 추적 조사(contact tracing) 방안 등을 논의해온 것으로 전해졌다.

추석연휴 기간 사이판 트래블 버블 예약승객 급증... 양국 보건당국이 승인한 국적자만 허용

추석 연휴 기간 사이판(북 마리아나 제도)으로 여행안전권역(트래블 버블‧ Travel bubble)을 예약한 승객이 270명이 넘는 것으로 알려졌다. '트래블 버블'은 코로나19의 방역 신뢰가 확보된 국가 간 격리를 면제해, 일반 여행 목적의 국제 이동을 재개하는 것을 말한다. 정부는 이를 위해 싱가포르·대만·태국·괌·사이판 등 방역신뢰 국가·지역과 여행안전권역 추진 의사를 타진해왔다.

국토부는 지난 6월30일 사이판과 트래블 버블 협정을 체결했다. 양국은 승객이 머물 호텔과 방역체계를 점검한 뒤 7월24일부터 트래블 버블을 첫 시행했다.

사이판과의 트래블 버블 [사진=JTBC 방송화면 캡처]
지난 7월 24일 첫 출발한 사이판과의 트래블 버블 이용객이 이번 추석을 기점으로 크게 늘어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사진=JTBC 방송화면 캡처]

13일 국토교통부와 마리아나관광청에 따르면 추석연휴가 포함된 오는 16일부터 26일까지 사이판 트래블 버블을 예약한 승객은 272명(전날기준)으로 집계됐다. 이는 첫 시행 이후 한 달간 이용객 42명과 비교해 6배가 넘는 숫자다.

정부와 마리아나관광청은 추석 연휴기간을 앞두고 트래블 버블을 예약하는 승객은 점점 늘어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한국과 사이판을 운항하는 항공사는 아시아나와 티웨이, 제주항공 3곳으로, 이 기간 6편의 항공기가 운행될 예정이다.

트래블 버블 승객은 양국 보건당국이 승인한 국적자에 한해 코로나19 백신을 접종한 후 14일이 지나야 입국이 허용된다. 또한 자국 보건당국에서 발급한 예방접종증명서와 출발 전 72시간 이내에 받은 코로나19 검사 음성 확인서(PCR)를 소지해야 하고, 관광은 단체관광만 가능하다.

트래블 버블을 예약한 승객 대부분은 5일간의 자가 격리를 포함해 7박8일간의 여행일정을 선호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사이판 당국이 트래블 버블 시행 초기에는 없었던 5일간의 자가격리 지침을 지난달 추가했다. 마리아나관광청은 “전 세계적으로 증가하고 있는 델타 변이 확산에 따른 한시적인 안전장치”라고 설명했다.

교원KRT는 코로나 이후 업계 최초로 스페인 일주 패키지 상품 출시

트래블 버블 외에, 코로나19 사태 이후 유럽 패키지 상품도 첫선을 보였다. 여행사 교원KRT은 지난 10일 업계 최초로 스페인 일주 패키지 상품을 출시한다고 밝혔다. 이 상품은 8박9일의 일정으로, 이달 17일 출국해 25일 입국한다. 스페인 바르셀로나, 그라나다, 세비야 등 9대 도시를 돌아보는 일정이다.

여행사 측은 “이달 9일 기준으로 코로나19 백신 접종을 완료한 사람만 예약할 수 있다”고 밝혔다. 패키지 이용객들은 스페인 입국 전 별검역신고서를 사전에 작성해야 하며, 귀국 전 현지 PCR 검사를 받아야 한다. 입국 후 거주지 관할 보건소의 진단검사에서 ‘음성’ 판정을 받으면 자가격리 기간을 면제받을 수 있다. 해당 상품은 유류할증료를 포함해 149만9,000원으로,현재 출발 최소 인원을 채운 상태로 알려지고 있다.

교원KRT 관계자는 이번 상품을 기획한 것과 관련해 “백신 접종을 완료한 외국 관광객의 입국을 허용하는 국가가 증가함에 따라 해외 여행에 대한 기대감이 커져 처음으로 유럽 여행의 문을 열게 됐다”며 “위생과 안전을 철저히 해 모범 사례를 남기겠다”고 밝혔다.

여행업계는 고통스럽고 길었던 동면에서 깨어날 채비 시작

여행업계는 고통스럽고도 길었던 동면에서 깨어날 채비를 하고 있다.

하나투어는 지난해 4월부터 필수근무인력을 제외한 전 직원 유·무급 휴직을 시행해 왔다. 코로나19 사태가 장기화되면서 불가피한 조치였다. 올해 4월부터 근무인력을 조금씩 늘리다가, 10월에는 유·무급 휴직 시행 1년6개월 만에 전 직원 정상근무 체제로 전환한다. 하나투어는 1200여 명의 직원 중 육아휴직 등 휴직자를 제외한 1100여 명이 근무할 것으로 전망했다.

국내 주요 여행업계가 정상근무를 속속 재개한다는 소식이 전해진 가운데 여행주가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사진은 몰디브 리조트 모습. [사진 하나투어]
국내 주요 여행업계가 정상근무를 속속 재개한다는 소식이 전해진 가운데 여행주가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사진은 몰디브 리조트 모습. [사진 하나투어]

하나투어가 정상근무 체제로 전환하는 것은 최근 백신 접종률 상승과 정부의 위드 코로나 전환 검토 등 해외여행 재개에 대한 기대감이 커졌기 때문이다. 본격적으로 해외여행 시장이 회복될 경우를 대비해 선제적으로 대응하기 위한 조치로 풀이되고 있다.

하나투어 관계자는 “아직 어떤 상품을 준비하고 있는지 구체적으로 공개하긴 어렵다”면서도 “위드 코로나 시대에 맞는 상품과 서비스를 곧 차례대로 선보일 것이다”고 말했다. 기존의 상품, 판매 채널, 정보기술(IT) 시스템 등을 보완해, 위드코로나 시대에 맞는 새로운 여행상품과 서비스를 선보일 것으로 전망된다.

정부 조만간 ‘위드 코로나’로의 전환 검토...외교부의 ‘특별여행주의보’ 연장이 변수

정부는 국민의 70% 이상이 코로나19 백신 접종을 완료하는 시점에서 위드 코로나로 방역체계를 전환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위드 코로나 시대가 오면 여행업계도 차츰 회복될 것으로 관측된다.

외교부가 지난 13일 내린 특별여행주의보가 변수로 작용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외교부가 우리 국민의 전 국가·지역 해외여행에 대해 특별여행주의보를 오는 14일부터 한달 동안 재발령한다고 밝혔기 때문이다. 이번 특별여행주의보는 별도 연장 조치가 없는 한 다음달 13일까지 유지된다.

앞서 외교부는 지난해 3월 23일 전 국가·지역에 대한 특별여행주의보를 발령했고, 계속해서 이를 연장하고 있다.

특별여행주의보는 단기적으로 긴급한 위험이 있는 경우 여행경보 2단계 이상 3단계 이하에 준하는 경보를 발령하는 것으로, 해외 여행 계획을 취소하거나 연기할 것을 권고하는 조치이다.

이번 특별여행주의보 발령은 세계보건기구(WHO)의 세계적 유행(팬데믹) 선언, 코로나19의 전 세계적 확산 지속, 상당수 국가의 전 세계 대상 입국금지·제한 및 항공편 운항 중단 등의 상황을 감안해 이뤄졌다.

외교부는 "국가 및 지역별 코로나19 동향, 우리 국내 백신접종률, 외국의 백신접종률 및 우리나라 코로나 상황에 대한 평가, 백신접종증명서 상호인정 및 여행안전권역(트래블 버블) 협의 진행 추이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국가 또는 지역별 특별여행주의보의 연장 여부를 검토해 나갈 예정"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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