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비행기를 소유하고 있는 좌파

진중권, 1992년 서울대 미학과에서 〈소비에트 연방의 유리 로뜨만의 구조기호론적 미학연구〉로 석사 학위를 받았다. 독일에 유학했으나 박사학위는 취득하지 못하고 1997년 귀국했다.

1998년 4월부터 월간문화지 《인물과 사상》에 〈극우 멘탈리티 연구〉라는 글을 연재했고, 이 글을 묶어 『네 무덤에 침을 뱉으마』라는 제목으로 책을 냈다. 2005년에는 SBS 러브FM에서 《진중권의 SBS 전망대》를 진행하였다. 이명박 정부 초기 아침 라디오 방송에 출연해 이명박 대통령을 비판했다. 이 때문에 문화예술계 블랙리스트에 이름이 올랐다고, 본인은 이를 매우 자랑스러워했다.

좌파 이념에 어울리지 않게 경비행기를 소유하고 있다.

그가 진보진영과 갈라 선 것은 2019년 조국 사태 때였다. 유시민 등이 ‘어용지식인’을 자처하며 조국 전 법무장관을 ‘수호’하고 나섰을 때 그는 윤석열 사단을 도려낸 검찰 인사(人事)를 “친문 양아치의 개그”라고 조롱했고, 민주당을 향해서는 “촛불 사기 민주당”이라고 불렀으며, 문재인 대통령의 말바꾸기에 대해서는 “대통령이 창작한 부조리극”, “세상에서 가장 가증스러운 위선”이라고 꼬집었다. 문희상 국회의장 아들이 총선출마를 선언했을 때는 ‘민주화세력의 특권세습’이라고 비판했으며, 자신이 소속했던 정의당을 탈당했다.

그러자 보수 우파들의 격려와 찬양이 줄을 이었다. 보수 언론들이 아주 비싼 원고료를 지불하며 그를 모시기 바빴고, 이름 없는 순진한 보수 시민들은 소셜 미디어로 몰려가 그의 친구 되기를 열망했다. 야당인 국민의힘도 그를 불러 강연을 들었고, 급기야 그를 대선후보 국민 면접관으로 모셨다.

후보 지지자들로부터 왜 그런 좌파를 불렀느냐는 항의가 빗발쳤고, 홍준표 의원도 “26년 정치하면서 대통령 후보를 면접하는 것 처음 봤고, 또 면접하며 모욕 주는 당도 생전 처음 본다”고 불쾌감을 드러냈다. 『조국 흑서』를 공동 집필했던 서민 단국대 교수도 “후보가 주인공이 돼야 하는 무대에서 면접관이 주인공이 되려 한다”고 진중권을 비판했다.

9일 서울 금천구 즐스튜디오에서 열린 국민의힘 대선 경선 후보 '국민 시그널 면접'에 참가한 홍준표 후보(왼쪽)와 면접관으로 참가한 진중권 전 동양대 교수의 모습이 한 화면에 보이고 있다. 2021.9.9 (사진=연합뉴스)
9일 서울 금천구 즐스튜디오에서 열린 국민의힘 대선 경선 후보 '국민 시그널 면접'에 참가한 홍준표 후보(왼쪽)와 면접관으로 참가한 진중권 전 동양대 교수의 모습이 한 화면에 보이고 있다. 2021.9.9 (사진=연합뉴스)

진중권의 좌파적 무식함

그러나 후보에게 모욕을 주는 것 보다 더 큰 문제가 진중권의 좌파적 무식함이다. 예를 들어 최재형 후보에게 “공약을 보니 시장지상주의적 내용이 많다”며 “코로나 시대에는 적극적인 정부 역할이 요청되는데 작은 정부론은 낡은 구호 아니냐”라고 했다. 시장주의와 작은 정부는 국가를 부강하게 만드는 원동력이고 보수우파의 핵심 이념인데, 그것을 ‘낡은 구호’라고 말한다는 것은 아예 보수주의에 대한 지식이 없음을 드러내는 것 아닌가.

그는 또 홍준표 후보의 2013년 진주의료원 폐쇄 결정을 비난하며 마치 진주의료원이 없어져서 코로나가 더 퍼진 것처럼 말했다. 수익성이 없어도 병원은 유지해야 한다는 사회주의적 공공 마인드인 것이다. 그러자 홍 의원은 “진주의료원은 의료원으로서의 기능을 상실했기 때문에 정리한 것이고, 마산의료원을 대규모로 신축했다”며 “이곳에 음압 병동 8곳을 새로 설치하여, 오히려 코로나 때 마산의료원 덕을 봤다”고 했다.

하태경 후보와의 토론에서는 노동시장의 유연성에 대한 무지를 드러냈다. 직원을 10% 자르고 10% 신규 채용하면 플러스, 마이너스 똑같지 않느냐는 말이 그것이다. 노동 유연성이 늘어나면 전체 고용총량이 늘어난다는 간단한 사실조차 그는 이해하지 못하는 것 같다. 예를 들어 기업에서 새 사업을 기획할 때 상시 해고가 가능하다면 사업주는 과감하게 사업 계획을 실행에 옮길 것이다.

그러나 해고가 자유롭지 않다면 나중에 발생할 잔여 인력의 인건비 부담 때문에 쉽게 사업을 확장할 수 없을 것이다. 결국 경직된 노동 시장은 경제 활동 전체를 위축 시키고, 일자리는 줄어들고 사람들의 생활수준은 하락할 것이다. 그는 아예 보수적 자유주의 경제의 기본 원리를 모르는 것 같다. 알고도 그런다면, 경제를 발전시켜 모든 국민을 고루 잘 살게 만들려는 비전이 없는 것 같다.

진중권 전 동양대 교수가 20일 서울 여의도 정치문화 플랫폼 카페 '하우스'에서 국민의힘 황보승희, 국민의당 권은희 의원 공동 주최로 열린 국민미래포럼 세미나에서 '탈진실의 시대'를 주제로 특강하고 있다. 2020.11.20(사진=연합뉴스)
진중권 전 동양대 교수가 20일 서울 여의도 정치문화 플랫폼 카페 '하우스'에서 국민의힘 황보승희, 국민의당 권은희 의원 공동 주최로 열린 국민미래포럼 세미나에서 '탈진실의 시대'를 주제로 특강하고 있다. 2020.11.20(사진=연합뉴스)

전혀 보수로 전향하지 않았다.

지난해(2020) 11월 한국일보와 가진 인터뷰는 그의 이념 성향을 잘 보여준다. 그는 우선 보수가 반공전사로 또 산업전사로 한국사회의 주요한 서사를 지닌 주류였음을 인정한 후, 그 보수가 태극기부대에 끌려 다니다 이젠 비주류로 전락했고 그 자리를 진보가 차지했다고 말했다. 그런데 사회의 ‘척후병’ 노릇을 해야 할 진보 지식인들이 ‘조국기 부대’에 발목 잡혀 문화선동대 노릇만 하고 있다고 개탄했다. 언제고 보수의 기습과 매복에 당할 수 있다는 위기감을 드러낸 것이다. 결국 문재인이나 조국에 대한 그의 독설은 진보 재건을 위한 ‘척후병’의 고언이었지, 이념의 전향은 전혀 아니었다.

금년 6월 중앙일보와 가진 인터뷰에서는 “보수에 애정이 있느냐?”는 말에 “애정이 없다”고 잘라 말했다. 진보는 비록 위선적이지만 옳은 얘기를 하는데, 한국의 보수는 노골적으로 ‘정글의 법칙’, ‘동물의 왕국’을 말한다는 것이다. 이준석의 능력주의를 비판하면서 한 얘기다. 자신은 ‘따뜻한 공동체주의’ 보수를 생각했는데, “고작 이거(능력주의) 하려고 1년 반 동안 그렇게 싸웠나 싶다. 죽 쒀서 개 줬다”라는 말도 했다. ‘따뜻한 공동체’만 들어가면 모든 게 해결된다는 듯한 순진한 좌파 사상이다.

일단 이준석이 ‘능력주의’라는 담론으로 2030의 관심을 끌어 헤게모니를 잡았다는 것을 인정하면서 그는 실력주의가 왜 나쁜지 사람들이 잘 모른다고 안타까워했다. ‘능력, 실력대로 하자는 데 그게 왜 나빠?', '시험 안 보고 사람 뽑는 게 나쁜 거 아니야?' 이런 게 보통 한국 사람들의 생각인데, 그건 아니라는 거다. 그럼 능력주의의 대안이 무엇인지에 대해서는 분명한 입장 표명이 없다. 고작 ‘따뜻한 공동체’를 말하고 있는데, 그 ‘따뜻한 공동체’란 결국 조국 딸의 의전원 입학이나 공공의료원 신설 같은 그들만의 따뜻한 공동체가 아닌가?

보수는 진중권의 반-문재인, 반-조국 행동만 보고 섣불리 열광했다. 그는 보수로 전향한 적이 없고, 여전히 보수주의 사상에 무식한 골수 좌파일 뿐이다. 『조국 흑서』를 공동 집필했던 서민도 “진 선생님은 여전히 진보가 지배하는 세상을 꿈꾸지만 난, 이제 아니다”라며 진중권의 좌파 정체성을 확인해 주었다.

그렇다면 진중권을 멘토로 떠받들고 있는 보수 정당 국민의힘의 태도가 너무나 코믹하지 않은가?

진중권 전 동양대 교수가 15일 오전 미래통합당 오신환 의원 등의 주최로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제21대 총선을 말하다! 길 잃은 보수정치, 해법은 무엇인가?' 토론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2020.5.15(사진=연합뉴스)
진중권 전 동양대 교수가 15일 오전 미래통합당 오신환 의원 등의 주최로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제21대 총선을 말하다! 길 잃은 보수정치, 해법은 무엇인가?' 토론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2020.5.15(사진=연합뉴스)

국민의힘은 어떤 정당인가?

2020년 9월2일 미래통합당은 '국민의힘'으로 당명을 변경했다. 1987년 민주화 이후 7번째 당명이자, 역대 최단기간내의 변경이다. '자유', '한국' 등 그동안 보수 세력이 주로 써온 단어를 뺀 것에서 더 나아가 좌파 세력에서 즐겨 사용했던 '국민'이란 단어를 차용했다. '당'도 생략했다.

당명 개정을 담당한 김수민 당 홍보본부장은 "우리 당이 기존에 가졌던 고유 자산인 자유, 보수, 한국이란 이미지를 탈피해 탈이념적 정당으로 확장해나갔으면 하는 국민의 갈증과 염원이 있어서" 그렇게 했다고 설명했다.

놀라운 말이다. 정당이 탈이념이라니, 정당은 이념을 근본으로 깔고 있는 집단이지, 제품을 생산하는 기업체가 아니다. 더군다나 명색이 보수 정당이 ‘자유’, ‘보수’, ‘한국’이라는 이미지를 탈피한다고 한다. 그들 보수정당의 뿌리는 박정희의 민주공화당이다. 세계 최빈국을 세계 10대 경제 대국으로 만들고, 굶주리던 국민을 명품 소비 세계 최대 국가로 만든 박정희가 그 기원이다. 나라를 부강하게 만들었고, 수많은 대통령을 배출한 정당이다.

자랑스럽게 생각하고 그 전통을 이어나가야 하거늘, 수없이 이름이 바뀐 이 정당은 오히려 자신의 뿌리를 부끄러워하고, 보수라는 정체성을 숨기려 애를 쓴다. 그리하여 좌우파 정당을 넘나드는 기회주의자 김종인을 어른으로 떠받들고, 신분이 매우 수상쩍은 게슴츠레한 눈의 젊은 여성 조성은을 선거대책위원회 부위원장(2019년, 미래통합당)까지 시켰다. 

건국 시점의 논란, 시대착오적인 친일파 공격 같은 한국 사회의 극심한 혼란상은 모두 보수 정당의 뿌리 없음에서 기인하는 것이라고 나는 생각한다.

3일 오전 국민의힘 관계자가 국회 당 대회의실 백드롭을 교체하고 있다. 미래통합당은 지난 2일 '국민의 힘'으로 당명을 교체했다. 당명은 국민으로부터 나오는 힘, 국민을 위해 행사하는 힘, 국민을 하나로 모으는 힘을 함축한 것이라는 것이 당의 설명이다. 2020.9.3(사진=연합뉴스)
3일 오전 국민의힘 관계자가 국회 당 대회의실 백드롭을 교체하고 있다. 미래통합당은 지난 2일 '국민의 힘'으로 당명을 교체했다. 당명은 국민으로부터 나오는 힘, 국민을 위해 행사하는 힘, 국민을 하나로 모으는 힘을 함축한 것이라는 것이 당의 설명이다. 2020.9.3(사진=연합뉴스)

 

박정자 객원 칼럼니스트(상명대 명예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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